'히은(가명·당시 13세)이'가 실종 당시 신었던 신발과 매일밤 끌어안고 자던 곰인형 (사진='하은이' 어머니 제공)
13세 지적장애아에게 숙박을 대가로 성관계를 하고 달아난 '하은이(가명) 사건'에 연루된 20대 남성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한 뒤, 최근 항소를 취하했다.
2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따르면, 하은 모녀에게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보상금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던 김모(29) 씨 측은 지난 19일 법원에 취하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난 하은이는 지난 2014년 6월 가출한 뒤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재워주실 분 구한다'는 방을 만들었다.
방에 들어온 양모(25) 씨는 하은이와 서울 송파구의 한 모텔에서 유사성교를 한 뒤 달아났다. 김 씨도 버려진 아이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전주로 데려갔고, 성관계를 한 뒤 사라졌다. 아이는 결국 이들을 포함해 모두 7명의 남성에게 차례로 유린당하고서 인천의 한 공원에서 발견됐다.
이후 하은 모녀는 서울시복지재단 공익법센터의 도움을 받아 신원이 확인된 남성들을 상대로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법 민사7단독 재판부는 지난달 6일 하은이 측이 김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하은이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없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같은 법원인 서울서부지법 민사21단독 재판부는 같은 달 28일 하은이 측이 양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민사21단독 재판부가 "하은이가 정신적인 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하은이는 한 달 사이 의사 결정능력이 없는 사람이 되기도, 있는 사람이 되기도 했기 때문.
결국 엇갈린 판결이 지난 11일 CBS노컷뉴스의 단독보도로 알려진 뒤 논란이 가중됐고, 이에따라 김 씨가 항소를 취하 하면서 그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 청구소송 판결은 확정됐다.
한편, 서울시복지재단 공익법센터와 십대여성인권센터 등 인권단체 대표들은 양 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1심 판결에 불복하고 지난 17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