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오는 29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오는 29일로 19대 국회 후반기 임기 2년을 마치는 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해선 "의회주의자로서의 신념에 충실한 국회의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임기 초반부터 마주한 '국회선진화법'부터 최근의 '상시청문회법'까지 국회법을 중심으로 한 '국회 운영제도 개선'에 강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 과정에서 고비마다 청와대 등 여권 주류와 이견을 드러냈지만, 소신을 꺾지 않아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정 의장은 25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거론하며 "국회 운영에 관한 일은 국회에 맡기는 것이 좋다"며 소신을 재확인했다.
여권에서 최근 개정된 국회법에 대해 "정부가 결국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가능한 한 (거부권) 행사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청와대의 독주를 경계했다.
거부권 반대는 지난해 6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에는 국회법 98조가 논란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 과정에서 법률에 위배되는 행정부의 시행령에 대해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에 합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레이저'가 뿜어져 나왔다. 정 의장은 당지 행정자치부 장관이었던 정종섭 새누리당 당선인으로부터 법률 자문을 받아 법안의 자구(字句) 수정으로 중재를 시도했다.
청와대는 끝내 수정안을 거부했고 정 의장에 대해서도 불편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상임위 상시 청문회'를 골자로 한 이번 국회법의 경우 아예 정 의장이 발의해 아예 개정을 주도했다.
정 의장의 '의회주의 소신'은 번번이 청와대와 부딪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지난해 10월에는 관훈클럽 토론회에 나와 "국민들을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펴달라"고 박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었다.
연말 예산정국에서는 '노동개혁',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직권상정 요구를 연이어 거절해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친박계 조원진 의원 등과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여권 출신 국회의장의 이례적인 행보는 친정에서 '자기 정치'라는 의혹을 끊임없이 받았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퇴임 회견에서 "대통령 꿈이 있어서 그런다는 오해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괘념치 않는다"고 일축했다.
의회주의자로서의 일관성에 오점이 없지는 않다. 지난 2월엔 국정원의 테러방지법 요구를 받아들여 직권상정했다. 이에 야당이 반발해 필리버스터 정국이 초래됐다.
대권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지불가만 (志不可滿)'이라는 말로 대체하겠다"고 말을 끊었다. "자기 뜻을 다 채우려다가는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예기(禮記)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장기 정치'에 대해 극구 부인하면서도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에 대해 '무능한 보수', '나태한 보수' '따뜻하지 않은 보수'라고 비판하며, "이런 정치를 보면서 떠난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 총선 전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에 대해 "정당민주주의의 파괴"라며 고 비판한뒤 "사당화된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생각이 사라졌다"고 밝혀왔다.
정 의장은 일단 구상 중인 '결사체'에 대해 '원로 모임'과 '정당'의 중간 성격이라고 공개했다. 정치권에선 '중도'를 지향하는 제 3지대 구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