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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킨, 아내를 희롱한 장교와 결투 끝에 39세에 숨져"

책/학술

    "푸시킨, 아내를 희롱한 장교와 결투 끝에 39세에 숨져"

    신간 '줌 인 러시아', 경제연구소의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러시아의 역사·문화·경제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브네니 오네긴'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약혼자를 희롱한 친구에게 결투를 신청한 시인 렌스키가 결국 주인공 오네긴의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오페라의 원작을 쓴 시인에게도 작품을 완성하고 6년이 지났을 때 같은 일이 일어난다. 아내를 희롱한 프랑스 장교에게 결투를 신청했다가 39세의 아까운 나이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것이다. 그가 죽가 온 러시아가 최고의 시인이 죽었다며 통곡했다. 너무나 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대규모 시위로 확대될 것을 두려워한 니콜라이 황제는 장례식을 비밀리에 거행하도록 명령했고 그에게 총을 쏜 프랑스 장교는 서둘러 러시아 땅을 떠나야 했다. 생전에 이미 러시아 국민시인으로 인정받았고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러시아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는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 본문 210쪽

    신간 '줌 인 러시아'의 한 장인 '러시아 국민작가, 푸시킨의 비밀'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이 장은 다음의 소 제목으로 이어진다. '러시아 영혼의 고갱이를 형상화한 작가'로 시작하여 푸시킨의 별명은 원숭이?, '최고의 교육, 최고의 동문, 그리고 천재 푸시킨', 유형에 처해진 국민시인, 데카브리스트 반란 그리고 푸시킨의 자유, 최고 시인과 최고 미인의 결합, 프랑스 장교과의 구설수에 휘말린 시인의 아내, '결투 그리고 시인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이어지는 장들 '도스토옙스키, 내조의 여왕을 만나다', '톨스토이의 질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체호프,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다', '러시아 로망을 심어준 작가, 파스테르나크', '솔제니친이 전하는 인간생존기'에서는 어떤 내용이 펼쳐질까 궁금해진다.

    신간 '줌 인 러시아'는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나라 러시아에 대해 들려준다. 12년 동안 생활하며 러시아에 깊은 애정을 가진 저자 이대식은 러시아라는 피사체를 여섯 개의 분야로 나누어 새롭게 ‘줌 인’한다.

    이 책은 한 가지 주제로 분류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학부와 대학원, 그리고 유학 시절에 걸쳐 러시아의 문학과 건축을 공부한 인문학자로 현재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CIS 지역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이러한 이력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시공간을 종횡무진하며 집필한 책 내용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과거의 사건을 현대적 의미로 분석해내는 서술은 이 책만의 특징이다.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과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비교하여 공통점을 발견한다. 그런가 하면 혁명가 레닌을 글로벌 창업가에 비유하여 그 성공 원인을 탁월한 트렌드 분석력과 독창성으로 제시하고 실패 원인은 조직 관리 실패에서 찾는다. 또 러시아 국민작가 푸시킨의 천재성이 활짝 꽃피운 과정과 200년 가까이 발레 후진국에 머물렀던 러시아에서 발레가 혁명적 발전을 거듭하여 세계 최고로 군림하게 된 이유를 분석하며 우리 교육 제도에 대한 성찰을 곁들인다.

    이렇듯 많은 이야기를 꽤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이 책은 어렵지 않다. 이 또한 여행 안내와 통역으로 학비를 벌던 러시아 유학 시절, 여행 가이드로 이름이 났던 저자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와 경제까지 종합적으로 다루는 한편,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실용적인 비즈니스 팁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러시아인들의 독특한 호칭과 그 유래를 설명하며 러시아인과 비즈니스 미팅을 할 때 이름과 부칭을 함께 부르면 단번에 호감을 살 수 있다는 팁을 알려준다. 보드카가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보드카를 마실 때 첫 잔은 꼭 원샷을 해야 한다는 러시아식 주도(酒道)를 귀띔해준다. 또 러시아 제국 말기 유럽과 미국을 농락한 통 큰 러시아 귀족 니콜라이 사빈 이야기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야사를 소개한다. 알래스카 헐값 매각의 막전막후 등 잘 알려진 사실이라도 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우리가 러시아에 대해 더 잘 알고자 하는 것은, 무엇보다 한국과 러시아 간 생산적인 협력기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겠냐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러시아의 최근 경제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 기업이 러시아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둔 한국 기업 사례를 소개하고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러시아 기업문화와 그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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