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한국 외교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양국 외교장관 회담은 아바나 시내의 쿠바 정부건물인 '컨벤션 궁'에서 당초 예정됐던 30분을 훌쩍 넘겨 75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담에서 윤 장관은 쿠바 측에 사실상 강력한 수교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리는 쿠바는 남북한을 제외한 191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수교하지 않은 3국중 하나다.
윤 장관은 이날 외교장관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매우 우호적이고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가운데 회담이 진행됐다"며 "이심전심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것이 토대가 돼서 앞으로 양국관계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차원에서 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특히 "양국관계가 다양한 분야에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양국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더욱 구체화시킬 시점이 다가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 앞으로 이러한 접촉을 계속하고 다양한 레벨에서의 접촉이 있기를 기대한다"며 "다양한 후속협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국의 잠재력을 더욱 구체화하자'는 윤장관의 제의에 대해 쿠바 측의 반응은 전해지지 않았다.
쿠바와 북한이 형제국 관계인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바는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우리 정부와 관계를 끊었지만 북한과는 1960년 수교한 뒤 우호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달 초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라울 카스트로 의장의 85번째 생일을 맞아 축전도 보냈다.
우리 정부는 이 번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관계개선의 물꼬를 튼뒤 양국간 교류협력을 넓혀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과 형제국인 쿠바가 우리 정부와 어느 정도 관계개선의 폭을 넓힐지는 미지수다.
한편 윤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호세 마르티 한국 쿠바 문화클럽을 방문해 쿠바에 정착한 한인 후손들과 만남을 갖고 이들이 양국간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