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화면 캡처)
정부가 경영난에 처한 업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추진 방향을 제시하면서 '컨트롤 타워 신설' 계획을 내놨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사실상 서별관회의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이번 대우조선해양 등의 부실원인제공을 했던 관피아, 정피아에 대한 문책이 쏙 빠져 정부가 책임자 처벌을 애써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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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만 바꾼 컨트롤타워…서별관회의와 뭐가 다를까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조선·해운 등에 대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컨트롤 타워를 신설하기로 했다. 밑그림을 그린 뒤에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아울러 체계적인 사업재편을 위한 지원을 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이는 2년 한시 공식 회의체로, 구조조정․산업개혁 방향, 구조조정 추진관련 보완대책 등 주요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리게 되며, 산업부․고용부장관, 금융위원장 등 상임위원 외에 안건관련 관계부처 장관 또는 기관장(금감원장 등) 참여한다. 필요시 구조조정 및 산업개혁 관련 민간전문가를 참석시켜 의견청취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최소화 측면뿐 아니라 경기․고용영향, 산업경쟁력 유지(설비․인력․지식)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각계 장관이 참여하는 만큼 부처간 조율도 용이하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단, 관계장관회의의 효율적 심의 등을 위해 3개 분과(기업구조조정, 산업구조조정, 경쟁력강화지원)는 비공개 운영하기로 했다. 이날 1차 회의를 시작으로 현안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회의를 갖고 3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야심차게 '컨트롤 타워' 신설을 내세웠지만, 이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인적 구성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이름만 바꾼다고 달라질 게 있느냐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 교수는 "서별관에서가 아닌 장소만 바꿔 경제장관들끼리 모여서 해결되겠느냐는 것은 똑같은 것을 형식만 바꾼 것이어서 설득력이 없다"며 "근본적으로 산업정책이라는 것에 대해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정부가 개입해 바꿔나가야 한다는 마인드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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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산업은행 망가진 원인…관피아·정피아 대책은 없다전문가들은 핵심을 빗겨나갔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이 망가진 원인이 고질적인 병폐인 관피아, 정피아인데, 이들에 대한 문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문성이 없는 속칭 '낙하산'들의 자리보전식의 의사결정이 사라져야 함에도 그런 부분에 대한 대책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컨트롤타워를 맡는 사람들이 관피아, 정피아와 관련있는 사람들인데 이들이 과연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철저한 자구노력으로 관피아와 정피아는 사퇴하도록 해야 하며 채권금융기관이 자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 마디로 결정 다 해놓은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하라고 말만 그럴듯하게 하는 게 무슨 의미냐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번 구조조정 성패의 관건은 정피아, 관피아 차단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도 "문제가 된 것은 관피아, 정피아"라며 "구조조정의 밑그림이 잘 그려졌다면,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피아, 정피아가 들어오지 않도록 계속 감시해야 하고 그들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끊임없는 모니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 국회 우회한 발권력 동원도 논란우려대로 결국엔 정부가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놓고도 한은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결국엔 상임위원회가 꾸려지면 발권력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정부의 구조조정 개혁안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진구갑)은 "상임위가 꾸려지면 문제의식을 가지고 구조조정 사안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발권력이 투입되는 마당에 국민적 동의절차나 국회 동의도 없이 자본확충방안을 확정한 것은 청와대와 행정부의 편의주의적 발상이자 월권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강성진 교수는 "한국은행의 통화금융정책이라는 것이 거시적인 정책인데, 특정 산업이나 기업, 국책은행을 위해서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것은 경제학자 입장에서는 비상식적"이라며 "진짜 할 자신있으면 적자를 보더라도 재정으로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도 "한은을 끼고 할 것이 아니라 국회 동의를 받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해운과 조선업계 부실은 세계경기불황과 공급과잉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대책을 뜯어보면 커다란 골간은 일감부족과 운전자금 부족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운영을 정상화시키는데 맞춰져 있지 공급과잉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막대한 혈세를 들여 구조조정을 하지만 이후 산업의 체질이 얼마나 강해질 지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