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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위작범 "내가 그렸다…진실 밝힐 마지막 기회"

사회 일반

    미인도 위작범 "내가 그렸다…진실 밝힐 마지막 기회"

    -자료 바탕으로 변형해서 위작
    -위작 90%이상 확신, 화법 달라
    -입장번복? 도피하고 싶던 까닭
    -종지부 찍기 위해 위작입장 선회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춘식 씨 (위작 화가)

    25년을 끌어온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논란. 이번에는 정말 진실이 밝혀질까요. 천경자 화백이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1991년입니다. ‘내 그림이 아니다’라고 했죠. 하지만 미인도를 가지고 있던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진품이 맞다고 주장을 했는데요. 그로부터 8년 뒤인 1999년. 화가 권춘식 씨가 나타납니다. ‘사실 그 미인도는 내가 그린 거다, 내가 그린 위조품이다’라고 검찰에 진술을 합니다. 하지만 국과수가 감정이 불가능하다 감정 포기를 선언하면서 유야무야 넘어갔죠.

    그러던 게 지난해 천경자 화백이 사망을 하면서 자녀들에 의해 다시 문제가 불거졌고 올 3월 권춘식 씨도 다시 등장합니다. ‘실은 내가 그린 게 아니다’라면서 과거에 했던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달 뒤 최근에 검찰조사가 시작이 되자 ‘내가 그린 위조품이 맞다’라고 또 한번 입장을 바꿉니다. 과연 진실은 뭘까요. 키를 쥐고 있는 화가 권춘식 씨의 증언을 직접 들어보죠. 권춘식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나와 계십니까?

    ◆ 권춘식>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난 10일에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을 하셨어요.

    ◆ 권춘식> 네.

    ◇ 김현정> 어떻게 진술하셨습니까?

    ◆ 권춘식> 제가 그린 게 거의 확실하다고 진술했습니다.

    ◇ 김현정> 내가 그린 게 확실하다. 그러니까 천경자 화백이 미인도를 그린 건 1977년인데 권 화백은 언제 그리신 겁니까?

    ◆ 권춘식> 저도 이제 1977년, 1978년경에 그 이후에 그린 것 같습니다.

    ◇ 김현정> 1978년경에?

    ◆ 권춘식> 1979년에서 1980년 초 사이에, 그 당시에 그렸을 거예요, 아마.

    ◇ 김현정> 그렇군요. 그때 어떻게 그리게 되셨어요?

    ◆ 권춘식> 아무래도 화랑사람이나 누가 부탁했겠죠.

    ◇ 김현정> 화랑 대표나 누가 그려달라고 의뢰를 했군요. 뭐라고 하면서 부탁을 하던가요?

    ◆ 권춘식> 보통 선물용으로 쓴다고 그러죠. 보수는 많이 받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한 20~30만원?

    ◇ 김현정> 그러면 뭘 보고 그리신 건가요?

    ◆ 권춘식> 아마도 자료를 보고서 이제 카피를 해달라는 것 같았어요.

    ◇ 김현정> 천경자 화백이 그린 장미와 여인 자료를 가지고 와서 조금 틀리게 변형해달라?

    ◆ 권춘식> 그 자료와는 다른 자료 같아요, 아마.

    ◇ 김현정> 아, 장미와 여인도 아니고요?

    ◆ 권춘식> 네.

    ◇ 김현정> 그 자료는 뭐였는지 혹시 기억나세요, 대충이라도?

    ◆ 권춘식> 달력 아니면 인쇄물이나 컬러로 된 것인데. 그런 자료를 갖고 온 것 같아요.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저 같은 미술을 통 모르는 사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평론가들이나 심지어 국립현대미술관까지 이 작품은 천경자 화백의 작품이 맞다라고 지금 수십년을 주장하고 있을 만큼 그렇게 진품과 똑같아 보이는 위작인데요. 대충 인쇄물이나 달력을 보고서 그린 걸로 그릴 수가 있습니까?

    ◆ 권춘식> 인쇄물이라도 여기저기서 좀 따서 그리다 보면 머리 부분이라든지 갈래머리라든지 이런 것을 변형을 했던 것 같고요. 머리 위에 무슨 화관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생략했고요. 나중에 다른 작품도 따라 그린 것 같고요.

    ◇ 김현정> 아니, 그런데 대충 따라 그릴 수는 있습니다마는 정말 국립현대미술관의 전문가들도 다 진품이라고 할 만큼 그렇게 똑같이 따라 그린다는 것이 가능한가요. 다 화가마다 화풍이라는 게 있는데요.

    ◆ 권춘식> 옛날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한 동안에 그림들 따라서 그릴 때 여러 작품들을 옛날부터 좀 따라그렸기 때문에 아마 그게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미인도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예전부터 유사한 그런 화풍들을 많이 연습을 했기 때문에요? 그런데 저는 갑자기 의문이 드는 게 혹시 권 화백이 그린 그 미인도 위작은 지금 다른 어딘가에 존재하고, 현대미술관에 있는 그 작품은 또 다른 위작일 가능성도 있는 거 아닌가요?

    ◆ 권춘식> 저도 그런 건 잘 모르겠는데요. 천경자 여사가 직접 자기가 그린 게 아니라고 그러셨고 조목조목 지적하셨잖아요. 어느 부분 어느 부분을 지적하신 것이 제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과 맞았기 때문에 그래서 제가 이제 확신하게 됐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천 화백의 그림을 그대로 베낀 게 아니라 천 화백의 그림을 보고 거기다가 지금 권춘식 씨가 이것저것을 창의적으로 그렸다는 것이군요.

    ◆ 권춘식> 네, 약간 종합해서 그린 것 같은 거죠.

    ◇ 김현정> 그렇기 때문에 그건 내 작품이 맞다는 걸 단숨에 알 수가 있다는 말씀이세요?

    ◆ 권춘식>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게 문제가 되고 나서 딱 보고 아셨어요? ‘저거 내건데 왜 저기 가 있지?’하고요.

    ◆ 권춘식> 100% 확신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억도 나고요. 꽃 부분이라든지 입술, 코 그런 부분들이 좀 기법이 좀 틀리거든요. 천경자 여사님 기법이랑 제 기법이랑요.

    ◇ 김현정> 국립현대미술관 보관소에서 검찰로 원본이 옮겨져서 보관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 작품을 직접 실사로 한번 보면 대번에 아시겠네요? 내 것인지 아닌지요?

    ◆ 권춘식>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현정> 지금은 인쇄된 걸로만 작품을 봤기 때문에. 그래도 한 99% 정도 확신은 하시는 거예요?

    ◆ 권춘식> 하여튼 한 90% 정도 확신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이 주장을 지난 1999년부터 해오셨어요. 그러다가 천 화백이 최근 돌아가시고 자녀들이 이 논란을 다시 제기하고 나서자 지난 3월에 권 화백이 언론 인터뷰로 다시 입장을 번복하셨습니다. ‘내가 그린 게 아니다.’라고요. 그때는 왜 말을 바꾸셨어요.

    ◆ 권춘식> 저도 제가 TV에 나온 거 직접 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좀 자신이 초라하고 숨고 싶었고 도망가고 싶었다고 그럴까? 뭐 그런 심리가 생기더라고요. 피하고 싶고 그래서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 김현정> 천경자 화백이 돌아가신 게 알려지고 자녀들이 또 위작 논란을 제기하고 나면서 TV에서 다큐멘터리도 나오고 그랬죠. 시사고발 프로도 나오고. 그거 보면서 초라함을 느끼셨고 스스로 씁쓸함을 느끼신 거예요?

    ◆ 권춘식> 그렇습니다. 여러 가지 좀 부끄럽기도 하고.

    ◇ 김현정> 그래서 어차피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작품을 내가 직접 본적은 없으니까. 내 것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신 것이에요?

    ◆ 권춘식> 뭐라고 그럴까 확신은 못 했거든요, 그 당시에는 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좀 그러니까 피하고 싶으셨군요. 어떻게 보면 현실을요?

    ◆ 권춘식> 네. 부정하고 싶었다고 할까?

    ◇ 김현정> 혹시 그 당시에 어떤 화랑협회나 미술계에서 압박을 줬다거나 그런 건 없었습니까?

    ◆ 권춘식> 글쎄요, 평소에 좀 아는 관계고 아는 사이인데 좀 전화가 와서 항의를 하더라고요. ‘원본도 직접 본 사실도 없는데 직접 보지도 않았으면서 자꾸 그렸다고 그러냐?’ 그런 식으로요.

    ◇ 김현정> 그게 지난 3월이었고요. 그런데 검찰이 다시 수사를 시작하고 나서 한 달 만에 ‘사실은 내가 그린 게 맞다’라고 다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게 되신 것은 왜 그러셨어요?

    ◆ 권춘식> 유족 측에서는 지금 아무래도 제가 가장 유력한 증인인데 제가 부정하고 하니까 좀 당황스러우셨나봐요. 그리고 어차피 원인은 저 때문에 그러셨지만 위작 사건 때문에 천경자 화백께서 절필 선언도 하시고 그랬잖아요.

    ◇ 김현정> 절필선언도 하고 그랬죠.

    ◆ 권춘식> 그래서 그런 게 평소에 좀 많이 괴로워서. 어쨌든 마지막 기회인데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밝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러니까 위작을 그리던 그때만 해도 그냥 상황이 이렇게 커질 줄 모르고 그냥 그렸던 것이...

    ◆ 권춘식> 그리고 제가 여러 번 작품을 반복해서 베끼다 보니까 인생에 있어서 회의감도 느꼈고요. 말하자면 ‘내 인생이 왜 이런가?’ 그런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런 걸 정리하는 입장에서 위작 논란에서 좀 종지부를 찍고 싶었다고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어쨌든 지금 검찰 조사 중에 있고 아직 결과가 안 나왔으니까 이제 조금 더 지켜보시면 알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니까 사실은 천 화백 유족들도 힘들고,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관대로 힘들고 이 갈등 상황을 보면서 계속 안타까운 마음은 있으셨던 거예요.

    ◆ 권춘식>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런 위조품을 생계를 위해서 그리셨겠지만 어느 정도나 그리셨어요?

    ◆ 권춘식> 과거에는 좀 많이 그렸죠, 그런데 천 여사님 것은 그리기 어렵고 해서 많이 그리지는 않았습니다.

    ◇ 김현정> 혹시 지금 이 미인도처럼 권 화백 작품이 진품이 돼서 취급되고 있는 게 또 있나요?

    ◆ 권춘식> 그런 건 지금 검찰 수사 중에 있으니까 이제 그만 얘기하겠습니다.

    ◇ 김현정> 제가 그러면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혹시 대중과 미술전문가들이 보는 앞에서 이 미인도를 다시 한 번 공개적으로 재현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내 작품이라는 걸 증명하실 수는 없을까요? 그런 방법으로 훌훌 털고 가는 건 불가능한가요?

    ◆ 권춘식> 한번 시도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는 않았거든요. 지난 번에 했으니까 더 하고 싶지는 않네요.

    ◇ 김현정> 이번 기회에 정말로 양쪽이 다 인정하는 미술관측이나 유족들이 인정하는 전문가를 놓고 다시 한 번 재현하는 이런 식으로 진실을 증명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 권춘식> 저는 꼭 그렇게 안 해도 나중에 검찰에서 조사가 끝나게 되면 모든 것이 다 이제 밝혀질 거예요.

    ◇ 김현정> 이 작품이 내 작품이라고 지금은 사실상 확신하시고 이번에는 밝혀지길 바라시는거군요.

    ◆ 권춘식>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권춘식> 안녕히 계세요.

    ◇ 김현정>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본인의 작품이 맞다라고 주장하는 분 검찰의 조사를 마치고 나왔습니다. 권춘식 화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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