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실세 최경환(4선‧경북 경산) 의원의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주로 현역의원 중심의 모임을 원외 인사로 확대하고 있고, 심지어 불편한 관계인 유승민 의원의 측근 인사로까지 접촉면을 넓혔다.
광폭 행보의 배경에는 8월9일 전당대회 출마가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는 행동을 통해 출마 의지가 드러나고 있다.
최 의원과 만났던 의원들의 반응을 통해서도 같은 기류가 느껴진다. 이전까지 전대에 큰 관심을 두지 않던 인사들도 그와 만난 뒤에는 "누구를 밀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고 털어놓고 있다.
한 측근 의원은 "최 의원이 '출마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주변에서 출마하시라고 종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자의반 타의반 출마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좀처럼 출마 명분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어 불출마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4‧13 총선 참패 이유로 거론되는 공천 파동과 진박(眞朴) 마케팅 등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천 과정에서 척을 진 인사들과 관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최근 유승민 의원의 측근 인사들과 만찬을 함께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서 지난 공천 파동에 대한 해명, 친박계와 유 의원 간의 관계 회복 등의 대화 내용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은 유승민계 공천 학살의 배경으로 거론돼 왔다.
최 의원이 대척점에 있는 인사들에게까지 손을 내밀기까지 자신에게서 등을 돌린 당심(黨心)을 되돌리기 위한 다급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중진 의원은 "최 의원에 대한 당내 반응이 싸늘하기 때문에 출마한다고 나설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당내에서는 최 의원을 타깃으로 삼아 전대 출마 명분을 찾는 기류도 생겨나고 있다. 너도나도 '최경환 저격수'를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정병국(5선‧경기 여주양평) 의원의 독주 분위기였던 비박계 당권 출마자도 늘어나고 있다. 김용태(3선‧서울 양천을), 이종구(3선‧서울 강남갑) 의원 등이 그런 사례다.
그러나 비박계의 '반(反) 최경환' 명분의 이면에는 친박계의 분열을 꾀하는 실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 의원이 출마하게 되더라도 친박계 홍문종(4선‧경기 의정부을), 이정현(3선‧전남 순천) 의원 등과 단일화에 실패하는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표가 분산되는 틈을 타 당권 접수를 꾀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