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2015 세계 책의 수도'를 기념해 발간한 인천 대표 시선집에 ‘창씨개명'(일본식 성명 강요)을 미화하는 시가 실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예산 1000만 원을 들여 인천을 소재로 한 시이거나 인천 출신 시인이 쓴 대표작 173편을 엮어 시집 '문학산'을 발간했다.
문제의 시는 시집 맨 마지막에 수록된 시인 홍명희(85·여) 씨의 '시인(詩人)의 모습'이다.
시는 "나 초등학교 삼학년 / 日政때 /창시 개명령이 내려 /세상이 술렁거릴 때"로 시작한다.
이어 "우리 담임 선생님이 /창시 개명을 설명하시며 /선생님도 이름을 바꾸셨다고 /칠판에 靑松波氏(아오 마쓰나미요)라고 쓰셨다"고 전개된다.
특히 "나가 집에 돌아가 아버지에게 선생님 이름을 말한다. 나는 아버지도 당장 말씀 하셨다 /아 이름 한번 예쁘구나"라며 아버지가 선생님의 창씨개명을 칭송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인천시는 시집 1500부를 찍어 인천 259개 중·고등학교와 공공도서관, 각 기관에 배포했다.
인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문학계와 일선 교사들도 이 시에 대해서는 친일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전량 회수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홍명희 시인은 1978년 현대문학에 시 <凡夫의 書=""> 및 <한 마리="" 새가="" 되어=""> 외 2편으로 문단 데뷔했다. 논란이 된 '시인(詩人)의 모습'은 언제 발표됐는 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음은 시 전문이다. |
시인(詩人)의 모습
홍명희
나 초등학교 삼학년 日政때 창시 개명령이 내려 세상이 술렁거릴 때
어느 날 오후 우리 담임선생님이 창시 개명을 설명하시며 선생님도 이름을 바꾸셨다고 칠판에 靑松波氏(아오 마쓰나미요)라고 쓰셨다 집에 돌아가 우리 선생님이 창시개명해서 靑松波氏 선생님이라고 말씀 드렸다
아버지도 당장 말씀하셨다 아 이름 한번 예쁘구나 너희 선생님은 詩人이시구나 종이에다 붓으로 먹물을 찍어 靑松波氏라고 쓰며 계속 감탄하셨다
나는 詩人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인천 사람이면 누구나 드나드는 인천 앞바다의 흰 모래 사장과 솔밭 사잇길 거기 하늘한 하얀 치마 저고리에 하얀 양산을 받쳐든 선생님을 생각하고 정말 선생님은 아름다운 詩人이구나 했다
그 후 나는 인천 월미도 앞바다와 靑松波氏란 이름을 품고 詩를 꿈꾸는 소녀가 되었고 지금도 선생님은 나의 詩人이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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