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9일 박선숙, 김수민 의원이 연루된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을 끝내 떨쳐내지 못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2014년 7.30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패배하자 사퇴한 이후 두 번째 백의종군이자, 당을 바꿔가며 대표직을 내려놓은 진기록인 셈이다.
안 대표는 제3당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기존 양당정치의 낡은 관행을 깨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렇게 창당된 국민의당의 대표가 불과 반년도 안돼 불명예 퇴진하면서 대권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안 대표가 주변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강행한 데에는 여러 심모원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새정치'를 표방해온 안 대표로선 리베이트 비위 혐의가 당 전체에 덧씌워져 부도덕한 집단으로 비춰지는 것을 조기 차단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특히 '도덕적 결벽증'으로 불릴 만큼 작은 과오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안 대표로선 검찰 수사로 계속 증폭되는 소속 의원들의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보다 높은 도덕적 잣대가 제시됐다.
다만 안 대표로선 이런 수세적 측면 뿐만 아니라, 때를 놓치지 않고 당당히 물러나는 과단성을 보이려는 의도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의혹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여전히 결백을 주장하고 있고 법적 다툼의 여지가 남아있지만, 한 발 앞서 고강도 대응을 함으로써 정면돌파하겠다는 결기도 엿보인다.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표직 사퇴를 밝힌 뒤 회의실을 떠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안 대표는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며 공당 대표로서 모든 과오를 떠맡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라며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진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가 이번에 초강수를 둔 또다른 배경은 '당 지도부의 초기 대응 실패론'과도 무관치 않다.
그는 검찰이 4.13총선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조성했다는 혐의로 박선숙 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지난 9일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김경록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고 국민의당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바로 다음날인 10일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문제가 있으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한발 물러난 데 이어 20일에는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고 자세를 더욱 낮췄다.
이렇다보니 안 대표로선 4.13 총선 때 회계업무를 총괄했던 박선숙 의원의 보고체계만을 신뢰한 나머지 초기 상황을 오판한 지휘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안 대표는 지난 5월에도 김수민 의원이 대표로 있었던 디자인업체 '브랜드호텔'이 홍보업무를 총괄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지만, 별다른 진상조사 없이 문제없다고 결론 내리는 등 화근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