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선도대상 여고생과 성관계를 한 사실을 모르쇠로 일관하던 부산경찰청 내 간부와 일선 경찰서 서장들의 거짓말이 잇달아 들통났다.
현재까지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강조하는 이상식 부산경찰청이 과연 이 내용을 몰랐을까 하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 "우리는 몰랐다"던 부산청장, 알고보니 '나만 몰랐다'"사하서 여청계장이 사전에 알고 은폐한 부분도 있다. 연제서는 공문 이전에 구두로 온 것도 있었는데, 제대로 대처를 못 했다.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있으면 책임을 묻겠다"
지난 24일 SNS를 통해 경찰관이 여고생이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폭로된 이후 나흘 만에 이 사건과 관련해 입을 연 이 청장이 공식 사과와 함께 한 말이다.
일선 경찰서에서 보고를 하지 않아 부산경찰청 내에서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해명을 한 것이다.
사과 자리에 함께 배석한 부산청 내 관련부서 간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 청장의 말에 동조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지나지 않아 이 청장의 말과 배치되는 사실이 잇달아 드러났다.
사하서의 경우 계장이 아닌 과장과 서장에게까지 내용이 보고됐고, 상담기관은 연제서로 구두 신고를 하기 전 부산청에 먼저 사실을 알렸다.
특히, 이 청장이 사건을 인지했다고 말한 시점보다 20여일 빠른 지난 1일 부산청 감찰계는 경찰청 감찰부서의 요청으로 연제서 정모(31) 경장의 비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청으로부터 확인 요청을 받은 부산청 감찰계장은 연제서 청문감사관실을 통해 진상을 파악해 그날 오후 정 경장의 비위 사실을 비교적 상세하게 통보했다.
이에 대해 부산청 감찰계장은 "해당자가 사표를 제출해 민간인 신분이었고, 경찰청에서 추가 지시 사항이 없어 과장이나 청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말을 하지 않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이 돼서 그랬다"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급기관에 통보한 사안을 직속 상관에게 보고 안하는 건 '문책 대상'하지만, 의구심은 남아있다.
부산경찰청 감찰계는 부장제인 부산청 조직체계 하에서도 부장이 아닌 청장 직속인 청문감사담당관실의 핵심부서다.
어느 부서보다 보고에 철저함을 기하는 감찰계의 담당계장이 경찰청에서 확인 요청을 한 사안을 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만일, 부산청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은 경찰청 감찰부서에서 이 내용이 정상 보고가 됐다고 하면 부산경찰청장의 귀에 들어오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당시 감찰계장이 통보한 연제서 경찰관 비위 사건은 경찰청 감찰계장과 감찰과장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청에서 확인해 준 사안을 수장인 부산경찰청장이 뒤늦게 외부를 통해 알게됐을 경우 감찰계장의 문책이 불가피한데, 그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있겠냐는 것이다.
특히, 부산청 감찰계장은 올해 청 내에서 총경 승진 후보군에 이름이 거론되고 있었던 터라 이 같은 위험부담이 더욱 조심스러운 상황이었다.
◇사하서 사례가 보여주는 경찰 '꼬리 자르기' 문화도 간과할 수 없어
비단, 이번 사건과 관련해 드러나고 있는 경찰 조직 내부 문화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사하경찰서는 이번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자 해당 경찰관의 담당부서 계장이 윗선에 보고를 하지 않은 채 문제를 덮으려했다고 부산경찰청에 보고했다.
하지만, 부산에 파견된 경찰청 감찰팀 조사결과 감찰계장은 사건을 인지한 직후 과장과 서장에게 이 사실을 곧장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꼬리자르기를 시도했던 것인데, 경찰 내부에서는 이 처럼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부하직원이 책임을 떠안는 문화가 공공연히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하서 사례는 외부에서 보면 상식밖의 일이지만, 경찰 내부에서 바라보면 문제가 드러났을 뿐이지 이해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다"며 "상급자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어느선에서 문제를 안고 가는 조직문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