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11시 53분쯤 경기도 의정부시내의 한 골목길에서 강도행각을 벌이고 달아나는 B(30)씨의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사진=의정부경찰서 제공 영상 캡처)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던 여대생에게 강도행각을 벌여 뇌졸중을 일으키게 한 30대 남성이 개그맨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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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검 형사3부(권광현 부장검사)는 강도치상 혐의로 개그맨 출신 A(30)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5일 오후 11시 52분쯤 경기도 의정부시내의 한 골목길에서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던 여대생 B(19) 양에게 강도행각을 벌여 사고 충격으로 중태에 빠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으로 귀가하던 B 양은 A 씨를 뿌리치고 집으로 도망쳤지만 갑자기 쓰러진 뒤 중태에 빠졌다.
B 양은 뇌혈관이 좁아져 뇌경색이나 뇌출혈을 일으키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지난달 7일 오전 11시쯤 범행 당시 착용한 의상을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 속 남성에 대해 A 씨는 자신이 맞다고 인정했다.
주거지에서는 범행 당시 착용한 모자와 옷, 운동화 등이 발견됐다. 흉기와 담배꽁초 등에서 발견된 유전자는 A 씨와 일치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도 회신 받았다.
하지만 A 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강도상해 혐의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과거 부산에서 대출 사기를 당했던 A 씨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집요하게 돈을 빌리고 사건 당일 동거인에게도 1만원을 빌리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또 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질 때까지 피해자 측과 합의를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A 씨는 만취해서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술을 구입한 내역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합의는 의사가 없다기 보다는 경제적으로 여력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A 씨는 지난 2012년 모 지상파 방송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개그맨으로 활동했다. A 씨는 검찰조사에서도 자신의 직업에 대해 "공채 출신 개그맨"이라고 진술했다.
B 양은 뇌에 물이 차는 증상으로 세 번째 수술을 무사히 마쳤지만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