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수지의 두 아파트 단지 주민들간 대립으로 애꿎은 아이들만 철제 울타리를 넘거나 밑을 기어서 위험천만한 등굣길에 나서고 있다. (사진=윤철원 기자)
"괜찮아요. 이쪽이 빠르니까…. 돌아가면 15분 정도 더 걸려요. 문이 열리면 좋을 것 같긴 한데…."
등굣길 한 초등학생이 자기 키보다 높은 철제 울타리를 가까스로 기어오른다.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것처럼 아슬아슬한 장면이다.
경기도 용인 수지구의 서로 이웃한 두 아파트 단지 사이에는 '휴전선'처럼 철제 울타리와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다.
◇ 아이들 위험한 철제 울타리 넘어이 때문에 한쪽은 초등학교를, 한쪽은 중·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아이들은 매일 아침 울타리를 넘거나 울타리 밑을 기어서 등교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울타리 중간 두 개의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긴 지 오래다.
두 아파트 사이의 '분단의 역사'는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00세대의 기존 아파트 단지 옆에 860세대의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양측이 공원과 주민 편의시설에 대한 공동 사용 문제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양쪽 아파트 주민들은 마음의 문까지 닫아버렸고, 애꿎은 아이들만 위험천만한 등굣길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기존 아파트 주민들은 "아이들 안전을 위해 등하교 시간만이라도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경기도 용인 수지의 두 아파트 단지 주민들간 대립으로 애꿎은 아이들만 철제 울타리를 넘거나 밑을 기어서 위험천만한 등굣길에 나서고 있다. (사진=윤철원 기자)
새 아파트 입주자대표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파트 건축 당시에도 (기존 아파트 주민들이) 민원을 많이 제기해 감정의 골이 깊다"며 "입주민 90% 이상이 반대를 하는 상황에서 문을 열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용인시 또한 별다른 중재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두 아파트의 경우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공동보행통행로 문제가 아니라 경계의 문제로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두 아파트 주민들이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협의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집단 갈등 지역 곳곳 일어나…"공동체성 회복에 정부 역할 할 때"
이처럼 재산권과 공공성이란 두 지점 사이에서 주민 간 갈등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해 권익위에 접수된 민원을 보면 경기도 용인시 아파트 단지에서는 공공보행통로 주변에 보안을 이유로 펜스가 설치돼 인접 단지에 문제가 됐던 사례가 있었고, 또 부산 기장면에서는 공공보행통로와 연결되는 새 아파트에서 입주민만 이용할 수 있도록 차단 문을 설치해 초등생이 4m가 넘는 담장을 넘어 다니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집단 갈등의 원인을 부족한 공동체 의식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국대 상담학과 서미아 교수는 "타인과의 분리를 통해 내 것에만 집중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의식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제는 알아서 해결하라고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서로 배려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는 노력들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