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와도 하루 평균 오토바이 100㎞
- 집배원 인원은 적고 물량은 많아
- 기상악화 땐 배달 중지? 조치 없었다
- 아들 갔지만 다른 집배원들은 살아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배의석(故배범규 집배원 아버지)
뉴스의 그 이후를 쫓아가보는 시간
입니다. 지난 2011년 폭우 속에 우편물을 배달하다 순직한 집배원을 여러분께서는 혹시 기억하십니까? 그 사건 이후로 폭우, 폭설 때는 배달 업무를 자제하는 규정이 생겼다는 뉴스도 들려드렸죠.
그런데 며칠 전 또 한 번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7월 4일 청송 지역의 한 집배원이 폭우 속에 오토바이를 타고 우편배달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한 건데요. 그 집배원의 유족들은 지금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지난 4일 순직한 故배범규 집배원의 아버지 배의석 씨를 연결해 보죠. 아버님, 나와 계십니까?
◆ 배의석> 네.
◇ 김현정> 참 많이 힘드실 텐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들 배범규 씨가 집배원으로 근무한 지는 몇 년이나 됐던 건가요?
◆ 배의석> 9년이네요.
◇ 김현정> 9년이요? 사고를 당하던 7월 4일에는 도대체 날씨가 어땠던 거죠?
◆ 배의석> 장마철이다 보니까 비가 왔다갔다하는 그런 상태에서 그날은 비가 많이 왔죠. 엄청 많이 왔죠. 앞이 안 보이고 그럴 정도였는데요.
◇ 김현정> 그날 (배달을 나가실 때) 우비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나간 겁니까?
◆ 배의석> 그렇죠. 우비를 입고 헬멧을 착용하고 나간 상태고요.
◇ 김현정> 그러다 어떻게 사고를 당하게 된 거예요?
◆ 배의석> 사고 원인은 차하고 오토바이하고 박은 건데요. 그런데 고질적인 문제를 보니까 인원은 적고 배달해야 될 물량은 사실 많은가 봅니다. 그래서 시간이 상당히 촉박했겠죠. 그런 문제도 있고 그 날 따라 직원 한 분이 결혼인가? 이런 문제로 인원이 하나가 부족하게 됐는데 그분의 몫까지 배달을 다 해야 되는 상황이었나봐요. 결국 인원이 적다 보니까 어차피 우편물이라는 건 적든 많든 정해진 날짜에 배달을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임무가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 김현정> 그 우체국에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습니까?
◆ 배의석> (그 우체국은) 원래 한 10명 정도가 집배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요. (우편 물량이 적어졌다는 이유로) 결원이 생겨서 7명이 나머지 물량을 다 소화를 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요즘에 손편지 같은 거 자주 안 쓰잖아요. 편지 물량이 줄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배의석> 물량이 줄다보니까 윗분들 생각은 쉽게 말해서 '인원이 이만큼 필요치 않다'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데 실제 제가 그쪽에 (우체국 직원들한테) 물어보니까 예를 들어가지고 편지 한 통도 오면 갖다 줘야 하잖아요.
◇ 김현정> 갖다 줘야죠.
◆ 배의석> 그런데 또 시골 같은 데는 거리가 상당히 멉니다. 그래서 보통 오토바이로 하루에 100㎞ 이상을 타야 돼요.
◇ 김현정> 집들이 군데군데 있는 외곽지역이군요?
◆ 배의석> 그렇죠. 평균 하루에 오토바이를 한 100㎞ 이상 타야 해요. 그리고 보급품도 제가 물어봤습니다. 겨울 같으면 발이 시리기 때문에 방한장화 같은 게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아이 유품을 태우다 보니까 장화가 있더라고요. 겨울에 신는 방한장화가 있었는데 저는 지급품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급품이 아니고 개인이 사비로 구입을 해서 써야 된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오토바이를 타고 항상 배달을 해야 되는데 기본적인 장비 지급이 안 되는 거예요?
◆ 배의석> 네. 안 돼가지고 개인이 돈을 주고 구입을 하는 그런 상황이고요. 그리고 또 직원들한테 우체국 보험을 1년에 몇 건, 한 달에 몇 건, 이렇게 할당되는 그런 게 있는가 봅니다.
◇ 김현정> 보험 영업까지 같이 뛰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 배의석> 네, 결국은 그렇습니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나 봅니다. 할당이 돼 있고요. 그리고 또 하나 어떤 문제가 있냐면 명절이나 이럴 때는 택배 물량이 상당히 많이 나오겠죠. (물량이) 많이 나오면 오토바이 뒤에 보면 우편물 싣는 통 하나 있잖아요. 조그마한 통이요. 거기에 차고 넘치도록 물건을 싣고 택배물량까지 소화를 해야 되는 그런 상황입니다.
◇ 김현정> 평소에 아들이 과중한 업무에 대해서 아버지한테도 호소를 했습니까?
◆ 배의석> 저한테는 이야기를 안 하죠, 제가 걱정할까 봐.
◇ 김현정> 이제 아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여기저기 동료 이야기 들어보니까 아들이 정말 고생을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드시는 거예요?
◆ 배의석> 이렇게 힘들게 근무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요. 제가 유품인 옷을 태우면서 봤어요. 그런데 사실 여름 같으면 덥잖아요. 더우면 땀이 흡수가 잘 되는 그런 재질의 옷을 줬으면 하는 바람인데 불 속에 옷을 집어 넣으니까 후루룩 그냥 녹아요.
◇ 김현정> 녹아요?
◆ 배의석> 결국은 나일론 옷이라는 얘기죠. 그게 아쉽습니다. 제 아들은 어차피 이렇게 떠나갔지만 앞으로 집배원들이 대한민국에 제 아들 말고도 많잖아요. 그분들이 조금이나마 이런 일을 계기로 해서 복지라든가 모든 업무 과중에서 벗어나야 되고 그래서 그런 문제에 있어서 제가 인터뷰에 응하게 된 겁니다.
◇ 김현정> 여름인데도 땀 흡수가 안 되는 나일론 제복을 태우시면서 얼마나 아버님 속이 타셨겠어요?
◆ 배의석> 글쎄요, 그 상황을 제가 어떻게 말씀드리겠습니까. 한마디로 억장이 무너지는 거죠. 조금만 윗분들이 신경 쓰고 했으면 이런 불의의 사고가 없지 않았나 싶은데... 이럴 때는 날씨 상황이 안 좋고 그럴 때에는 조금씩 윗분들이 생각을 해 줘야 하는데 제가 보니까 그게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아버님, 2011년에 폭우로 급류에 휩쓸려서 순직한 집배원이 한 분 계셨어요. 그래서 그때 이후로는 폭우, 폭설 때는 배달 업무를 자제하는 규정 자체가 생겼다고 제가 알고 있는데 그 규정이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고 있었던 거군요?
◆ 배의석> 제가 알아본 것은요, 눈이나 비가 많이 오고 그러면 비상상황 발령을 해 가지고 집배 중지명령을 하게 돼 있나 본데요. 그런 조치가 없었습니다. 안타깝죠. 아들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데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정말 막막합니다.
막막하고 저희 며느리가 첫 애가 4살이에요. 지금 뱃속에 다음 달에 태어날 아기가 하나 더 있어요. 저도 참 막막한 것이 저하고 집사람은 살 만큼 안 살았습니까? 살았지만 저 젊은 것이 앞으로 애 둘을 키워가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정말 막막하네요. 그리고 (이번 사고 충격으로) 뱃속에 아기 상태가 좀 안 좋습니다.
◇ 김현정> 아이고.어떻게 합니까?
◆ 배의석> 그래서 병원도 가야 되는 상황이고 그런 상황입니다...
◇ 김현정> 4살이면 손주가 지금 죽음이 뭔지도 제대로 전혀 이해하지 못할 나이인데요.
◆ 배의석> 모르죠. 장례식장에서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고 웃고 그러는데 제가 속으로 가슴이 얼마나 미어지겠습니까.
◇ 김현정> 아빠가 집에 안 들어오는데 그게 이상하다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나 모르겠어요?
◆ 배의석> 아빠를 찾다가 울다가 자더라고요. 그래서 더 가슴이 미어지고 아프더라고요.
◇ 김현정> 아까 그러셨어요.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심리상태가 아닌데 아들의 다른 집배원 동료들, 후배들 생각을 해서 내가 나와서 이 문제를 이야기해야겠다라고 결심을 하셨다고요?
◆ 배의석> 어떻게든지 이런 게 알려져서 고생하시는 다른 분들이라도 편안하고 마음 편하게 업무에 종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제가 말씀을 드린 거고요.
◇ 김현정> 국민들이 귀담아 들어주셨으면 좋겠고요. 우체국의 높은 분들, 윗자리에 계신 분들이 이 말을 소홀히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버님 힘내시고요. 국민들이 다 관심 가지고 이게 어떻게 개선돼 가는지 지켜보면 아마 변화가 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오늘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 고맙습니다.
◆ 배의석>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지난 4일 순직한 고 배범규 집배원의 아버지 배의석 씨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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