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서 40대 지적장애인이 돈 한 푼 받지 않고 20년 가까이 노예처럼 일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적장애 2급인 A(48) 씨가 청주시 오창읍 김 모(69) 씨 부부의 축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여름쯤이다.
청주시 오송읍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지만 어떻게 집을 나와 김 씨 부부와 만나게 됐는지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김 씨 부부는 소 중개업자로부터 우연히 A 씨를 소개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A 씨는 이때부터 최근까지 무려 19년 동안 40마리가 넘는 소를 돌봤지만 이들 부부로부터 정기적인 임금은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
고된 노동에 지친 몸을 잠시나마 추스릴 곳은 축사 옆 6㎡ 남짓의 누추한 쪽방이었다.
이름과 나이조차 알지 못하는 그를 주민들은 '만득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자신을 잃어버린 채 무임금 노동을 해야 했던 A 씨의 사연은 20년 만에서야 극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A 씨는 지난 1일 "주인이 무서워 집에 가기 싫다"며 한 회사 건물에 들어갔고, 급기야 경찰이 출동했다.
당시 경찰은 A 씨를 김 씨 부부에게 인계하는 과정에서 A 씨가 축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점 등을 수상히 여겨 추가 수사에 나섰고, 결국 무임금 노동의 정황을 일부 확인했다.
청주청원경찰서는 14일 축사 주인인 김 씨 부부에게 장애인 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해 통장을 만들 수 없어 필요할 때마다 돈을 줬을 뿐"이라며 "가족처럼 지낸 것이지, 강제로 일을 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적인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11일 자취를 감췄던 A 씨는 이날 축사 인근 폐기물 처리 업체에서 숨어 지내다 나흘 만에 경찰에 발견돼 보호를 받고 있다.
경찰은 대인기피증 증세를 보이고 있는 A 씨를 병원에 입원시켜 안정을 취하게 한 뒤 조만간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학대나 감금 정황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A 씨가 하루 이틀 정도 안정을 찾은 뒤 조사를 벌여 김 씨 부부의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