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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가을 수확기때 가격이 떨어져 이듬해 단경기(7월~9월)때 다시 오르는 게 정상적인 추세였다. 단경기에 곳간의 쌀이 떨어진 만큼 가격이 오른 것은 당연했다. 이를 계절진폭이라 한다.
하지만, 최근 단경기에도 쌀값 하락세가 끝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쌀이 남아 돌면서 단경기때 가격이 떨어지는 역계절진폭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올해 단경기 쌀값,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3% 하락민간 농업연구소 GS&J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 한 가마당 14만 2900원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 9308원 보다 10.3%나 하락한 가격이다.
산지 쌀값의 지난해 동기 대비 하락률은 지난 2월 25일 10.3%에서 5월 15일 9.1%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다시 7월 들어 10.3%까지 높아진 것이다.
특히, 지난 5일 산지 쌀값은 지난해 수확기(10~12월)때 평균 가격인 15만 2158원에 비해 6.1%나 하락했다.
이 같은 역계절진폭은 1월 3.9%에서 3월 5.0%, 6월 5.8% 등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GS&J 김명환 농정전략연구원장은 "올해 역계절진폭이 지난 2010년 7.9%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여름철에는 쌀 재고물량이 줄어서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오히려 떨어지는 것은 쌀이 그만큼 남아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6월 말 기준 정부관리양곡 175만 톤, 적정량의 2.2배 수준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쌀 재고물량은 175만 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3만 톤 보다 42만톤이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재고물량은 우리나라의 적정 재고량 80만 톤 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여기에, 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이 보유하고 있는 쌀 재고량까지 합하면 200만 톤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리 국민이 6개월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런데, 앞으로 3개월 정도 지나면 올해 생산된 햅쌀이 시중에 출하되기 때문에, 현재 보관하고 있는 재고물량 가운데 절반인 100만 톤 정도는 사실상 주정용이나 사료용으로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농협과 민간 RPC들이 햅쌀이 나오기 전에 자신들이 보관중인 2015년산 쌀을 서둘러 시중에 방출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생산량은 많은데 소비가 둔화되면서 쌀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상태"라며 "올해는 벼 재배면적을 3만ha 정도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어 쌀 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초과생산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