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살면서 겪는 가장 큰 스트레스? 자식을 잃은 사건
- 세월호 유족들을 버티게 하는 힘, 부모된 도리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7월 22일 (금)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조선미 교수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 정관용> 세월호 특조위 지금 법적인 조사활동은 지난 6월 30일자로 종료됐다, 이게 이제 정부의 입장이죠. 하지만 특조위 직원들은 기간연장 요구하면서 계속 활동을 하고 있는 그런 상태입니다. 지난 20일날에는 세월호 피해자들을 6개월 동안 심층면접 조사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었죠. 조사한 결과 피해자의 상당수가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또 이것의 치유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이런 의견이 나와서 주목되네요. 세월호 유가족과 6개월 동안 1대1 심층면접을 하면서 실태조사를 직접 진행하신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의 조선미 교수를 오늘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교수님.
◆ 조선미>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이게 특조위의 공식 활동으로 이루어진 거죠?
◆ 조선미> 네. 특조위에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저희가 낙찰을 받아서 6개월 동안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 정관용> 연구의 주된 목적은 피해자 유가족, 또 구조자 등등의 정신상태?
◆ 조선미> 저희가 과제가 4개가 있었는데 제가 1, 2 과제를 맡아서 했고 1, 2과제는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의 실태 조사, 그다음에...
◇ 정관용> 그 실태가 전반적인 건강 상태예요, 아니면 정신적 건강 상태 위주입니까?
◆ 조선미> 심리적 건강, 그러니까 신체적 건강, 사회적 관계, 그다음에 당시 지원이 많이 이루어졌는데 어떤 지원은 적절했고 어떤 지원은 적절치 않았는가.
◇ 정관용> 지원의 적절성까지.
◆ 조선미> 네. 그것까지 전부 다 포괄하는 그런 연구였습니다.
◇ 정관용> 단원고 희생자 가족들과 생존 학생 및 가족과 또 일반인 사이에 큰 유의미한 차이가 보여요? 아니면 대체로 비슷합니까?
◆ 조선미> 상태는 서로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지원과 관련해서는 좀 의견 차이가 있더라고요. 저는 단원고 희생자들의 유가족을 만났는데 이분들은 이제 어떤 지원에 크게 관심은 없으셨어요. 진상규명에 굉장히 지금 유가족협의회를 만들어서 그 활동을 하시기 때문에 ‘아직은 지원에 대해서 얘기할 때도 아니고 어떤 지원이 유용했다고 말할 단계도 아니다’ 이런 얘기가 주로 많으셔서 제가 지원에 대해서 구체적인 의견은 많이 듣지 못했는데 그 당시에 생존 학생들은 별로 발언할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피해 학생들한테 주의가 집중되어 있어서. 지금 그 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나이가 됐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 조선미> 2년이 흐르면서 그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는가. 그다음에 부모들이 이 아이들을 케어하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가. 이런 부분들이 상세히 나타났고요. 저 같은 경우에...
◇ 정관용> 그 과정에 지원이 도움이 됐는가, 안 됐는가.
◆ 조선미> 사실 지원에 대해서 물어봐도 사실 심정이 되게 많이 나타났고요. 그다음에 특혜입학, 이런 것 때문에 굉장히 언론 때문에 힘들었던 거.
◇ 정관용> 상처를 받았다.
◆ 조선미> 그렇죠. 이런 얘기들이 이번에 많이 나왔고 일반인 희생자 같은 경우는 지원이 균등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관심이 그 단원고에 집중되면서 사실 차별되는, 균등하지 않은 지원이 많았다, 이렇게 얘기가 나왔습니다.
◇ 정관용> 그런 반응이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한테서 나오고. 그리고 보도된 바로 제일 크게 나오는 게 ‘유가족의 56%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 56%면 어마어마한 거죠?
◆ 조선미> 그렇죠. 2년이라는 시간을 감안하면 보통 재난을 겪고 한 6개월에서 1년이면 상당수가 회복된다고 과거 연구에는 나와 있거든요. 그런 거에 비하면 지금 저희가 초기에 조사한 것들하고 비교를 해 봤는데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 정관용> 그대로? 일반인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은 몇 퍼센트쯤 나옵니까?
◆ 조선미> 이런 재난을 겪었을 때 한 30%정도가 초기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점차 감소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2년이 흘렀음에도 56%가 여전히. 그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왜 다른 재난과 달랐을까요?
◆ 조선미> 일단 사실은 이분들이 직접적인 재난 피해자는 아닙니다. 재난 피해자라는 건 지진이 나거나 배가 침몰해서 직접 다친 사람인데 이분들은 직접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가족이라는 거죠. 사실 유가족인데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부모가 자식을 잃은 거거든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일 중에 자식을 잃은 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되는 그런 사건입니다. 그러니까 재난의 성격 자체가 자식을 잃었다는 굉장히 영향력이 큰 사건을 겪으신 거고요. 또 하나는 이분들이 그래도 내가 부모로서 역할을 한다면 아이들이 억울하지 않게 진상규명을 해야 되고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내가 알아야 되겠고 책임자로부터 사과를 받아야지 되겠다는 마음이 굉장히 크신데 2년 동안 하나도 안됐다고 생각을 하시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치유되려면 진상이 밝혀져야 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냐면 내가 몸이 아프고 마음이 힘들어도 치료를 안 받으세요. 그럼 내 자식은...
◇ 정관용> 치료를 거부해요?
◆ 조선미> 그렇죠. ‘내 자식 죽었는데 나 편하자고 병원 가서 치료받고 약 먹냐’해서 거부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셔서 그래서 지금 신체건강에 생기신 분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 정관용> 1차 트라우마 이후에 2차 트라우마를 입었다 이런 표현을 교수님이 쓰셨던데 1차와 2차는 어떤 겁니까?
◆ 조선미> 1차 트라우마는 재난 자체죠. 이분들한테는 자식을 잃었다는 그 재난 자체고. 2차 트라우마는 그 일 이후에 그 일로 인해서 발생하는 일들이 이제 트라우마가 되는 건데 많은 분들이 2차 트라우마라고 하시는 것들 중에는 악성댓글, 그다음에 정부의 태도. 사실은 이 세월호 참사가 없었으면 안 겪어도 될 일이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정부가 이렇게 얘기하고 그게 거짓말이고 그다음에 배, 보상 관련해서 세금 도둑이다. 이런 것들이 전부다 트라우마가 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2차 트라우마라고 합니다.
◇ 정관용> 그럼 예컨대 6월 30일로 특조위 활동 기간은 끝났다라는 정부 발표, 이런 것도 하나의 트라우마가 되나요?
◆ 조선미> 그렇죠.
◇ 정관용> 계속 쌓여가는 거군요.
◆ 조선미> 제가 발표회를 할 때 유가족 분들이 오셨는데 예전에 TV나 이런 걸로 볼 때는 가족이니까 오셨구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제가 발표를 하면서 직접 그분들을 뵈니까 ‘제가 면담조사할 때보다 훨씬 더 얼굴색이 안 좋아지셨네’ 이런 것들이 보이고. 이분들 건강이 지금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구나 하는 것들을 직접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런 스트레스에 시달리시다가 혹시 자살을 생각한다든지 이런 분들도 많이 계신가요?
◆ 조선미> 자살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저희가 드렸습니다. 그런데 50% 이상이 그러니까 사실은 이제 죽고 싶다도 있는데 ‘살아서 뭐하냐,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살아도 죽은 거랑 똑같다’ 이런 대답이 굉장히 많았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하신 분은 한 1, 2% 정도라 시도자에 비하면 생각만 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이 억울함을 풀지 않으면 아이한테 미안해서 내가 죽음을 시도할 수 없었다’ 이렇게 대답을 하셨어요.
◇ 정관용> 그리고 실제 그분들의 삶도 많이 바뀌었지 않습니까?
◆ 조선미> 그렇죠.
◇ 정관용> 직장 그만 두신 분들도 많죠?
◆ 조선미> 반 이상 그만두셨고 문제는 이분들이 다른 관계가 다 끓어지셨어요. 기존에 알던 친구, 직장사람들 심지어 원가족. 부모, 형제, 친인척들 하고 이해를 못 받는다는 느낌,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2년이 지났는데 이제 그만 할 때 되지 않았어? 이제 좀 네 삶으로 돌아와’ 이게 또 2차 트라우마가 되는 거죠. 무심코 던진 말들이 다 너무 괴로우신 거죠. ‘아직도 그래?’ 이걸 굉장히 힘들어하세요.
◇ 정관용> 그럴 수밖에 없는데 그분들 입장에서는.
◆ 조선미> 그렇죠. 그리고 사실 서로 나눌 얘기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친구들은 내가 정상적으로 살아갈 때 일상 얘기도 하고 이랬던 관계들인데 지금은 더 이상 내 머리 속에 99. 9% 아이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데 누구를 만나도 같이 공유할 만한 주제가 없는 거죠.
◇ 정관용> 아이를 잃었다고 하는 그 자체가 다른 재난보다도 훨씬 큰 상처다. 게다가 아이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진상규명과 사과 등등을 받아야 극복이 될 텐데 거기에 진척이 없으니까 이중, 삼중의 상처가 쌓인다.
◆ 조선미> 그렇죠.
◇ 정관용> 그러니 다른 재난과 달리 2년이 흘렀지만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줄어들지 않더라, 결론은 그거네요.
◆ 조선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군은 줄어들지 않았고 하나 또 굉장히 큰 문제는 신체적인 질병은 지금 늘어나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이제 이분들이 직접 다치신 게 아니라 이분들의 건강의 영향을 받는 게 스트레스거든요. 스트레스는 받았을 때 바로 그 결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누적되면서...
◇ 정관용> 쌓이죠.
◆ 조선미> 그렇죠, 전신의 면역계를 파괴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거거든요.
◇ 정관용> 어떤 질병들이 많이 나타납니까?
◆ 조선미> 일단 정신 피로는 한 7, 80%, 수면 장애도 한 7, 80%, 가장 쉽게 영향을 받는 내장기관이 위, 장. 그래서 위장계열의 문제도 많이 생겼고요. 그다음에 한 분, 두 분 암이 발생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저희가 여태까지 트라우마에 대해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점점 시간이 갈수록 면역계와 관련된 문제들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지금 의료 지원이 올해 3월로 끝난 상태입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조선미> 그러니까 특별법을 만들 때 향후 2년 이런 식으로 제한이 되어 있어서 2년 동안 이분들이 의료 지원을 받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거든요. 건강 문제가 심각해진 분들이 좀 치료를 받아볼까? 할 때 이제.
◇ 정관용> 지원이 없는 거고.
◆ 조선미> 네, 지원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청은 한 상태인데. 사실은 굉장히 길게 건강 문제가 계속될 거라는 게 굉장히 불을 보듯 명확한 결과라서 의료진에서는 자꾸 재고를 하고 그 기간을 훨씬 더 늘리는 게 맞는 거 같고요. 하나 더 굉장히 중요한 문제는 이분들이 아까 말씀드렸듯이 몸을 다친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앓고 있는 병이 이 참사와 관련이 있다는 인가관계를 증명해야 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이게 이 일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는 것들을 증명하지 않으면 치료를 받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거를 ‘내가 이걸 무슨 증명을 해서 까지 치료를 받아야 되나?’ 이런 생각 때문에 안 받으시는 분들도 많고. ‘정 그러면 내 돈으로 받는다’ 이렇게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세월이 가면서 점점 그런 질병은 악화될 것이 불을 보듯 보이는 거군요.
◆ 조선미> 발생 악화가 다 심한데 기존 질환이 있으면 또 이제 거기에도 입증해야 되는 책임이 따르게 되는 거죠.
◇ 정관용>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정말 이분들을 우리가 돕는 것인지 우리가 그걸 생각해야 되지 않습니까? 뭐가 제일 시급하다고 보세요? 그러니까.
◆ 조선미> 그러니까 이분들이 입을 모아서 말씀하시는 건 진상규명입니다. 그런데 진상규명이라는 게 말씀을 들어보면 예를 들어 배가 어디가 고장 나고 몇 시에 뭘 하고. 이런 세부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이 아니라 그냥 위로를 받고 싶은 거죠, 위로라는 게 정말 미안하다, 책임 있는 사람이 ‘우리가 잘못했고 그거 때문에 당신들이 상처를 입었다’ 하고 본인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서 인정하고 그다음에 그걸 존중해 주고 사과하고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한을 좀 풀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 정관용> 글쎄요, 그런데 해수부장관, 해경, 이런 사람들 대체로 또 사과는 하지 않았나요? 그걸로 안 된다 이건가요?
◆ 조선미> 사과의 진심이 담겨 있다고 느끼지 않고요. 사실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까지가 포함되어 있으세요, 이분들이.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하는 건 돌아서면 그뿐이거든요. 그러니까 그게 진심이라는 것들을 전혀 믿을 수가 없고. 그다음에 법적인 절차에서도 이 부분들에 대해서 책임지려는 의지도 안 보이고.
◇ 정관용> 처벌 이런 것도 필요한데 잘 진행이 안 되고.
◆ 조선미> 처벌 자체가 직접 연관이 되어 있는 사람들만 처벌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위에 있는 책임자들은 그냥 미안하다 이렇게 하면 다 끝인데. 이런 상황들이 너무 황당한 거죠, 이분들 입장에서는.
◇ 정관용> 진심어린 사과와 사퇴 그리고...
◆ 조선미> 책임자에 대한 처벌.
◇ 정관용> 이런 것이 나오면 그나마 좀 한을 풀겠다, 이게 없으면 나는 계속 이대로 간다, 그런 거죠?
◆ 조선미> 자식에 대한 어떤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거죠. 내 자식은 그렇게 억울하게 갔는데 왜 그렇게 됐는지 부모가 그것도 밝히지 않으면 내가 부모로서 역할을 못하는 거다, 이렇게 생각을 하시는 거죠.
◇ 정관용> 정부의 책임 있는 자라고 하면서 주로 누굴 얘기하던가요? 대통령 얘기 나오던 가요, 많이?
◆ 조선미> 해수부장관과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대통령이 진도 현장에 가서 여러 가지 얘기를 했는데 다 현실적으로 실행된 게 별로 없고 그다음에 또 이분들이 힘들어하신 게 전혀 이런 구조 활동들이 전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으니까 그다음에 국회로 가겠다고 했는데 그게 계속 차단을 당했습니다. 그러니까 들어준다고 그러고 최선을 다 해준다고 그러고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런 것들이 또 하나의 큰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심층면접을 해 보니까 이것 진척 없이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어요?
◆ 조선미> 일단은 그게 1차 목표시고요. 일반 시민들한테 바라는 건 그냥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다음에 본인들의 처지를 이해했으면 좋겠다인데 그 사이에 또 2차 트라우마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배, 보상이거든요. 배, 보상하고 관련돼서 너무 부풀려져서 액수가 나온다든지.
◇ 정관용> 각종 악성 댓글들도 많았었고.
◆ 조선미> 악성 댓글들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단어 하나하나가 비수처럼 박혀있어서 초반에는 좀 관심을 갖고 도와준 거 같은데 점점 관심이 멀어지고 식어가는 것, 이런 것들 때문에도 고립감이 크셨어요.
◇ 정관용> 아니, 제가 ‘정말 이것 없이는 도와드릴 길이 없던가요?’ 라고 여쭤 볼 수밖에 없었던 게 지금 말씀하신 진심 어린 사과와 사태, 책임자 처벌, 이런 게 현재 상태로 봐서는 안 될 것 같잖아요.
◆ 조선미>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분들 입장에서는 내가 한 대 맞아서 다쳤어 다쳤는데 회복이 안 돼 그럼 할 수 없이 이렇게 살아야 되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그리고 막상 나를 다치게 한 사람이 와서 미안하다고 해야지 내가 이 상황이 조금이라도 받아들여질... 아무리 사과를 해도 사실은 자식을 잃었는데 그게 회복될 수는 없죠. 그런데 제일 괴로워하시는 게 자식한테도 너무 미안한 거죠. 사실 이게 99%입니다, 이분들에게는.
◇ 정관용> 저도 참 가슴 속에 깊이 박힌 게 유가족분 가운데 어떤 분이 ‘우리는 앞으로 잘 사려고 사는 게 아닙니다. 빨리 죽어서 내 아들 만나러 가는데 내가 열심히 하다 왔다고 그 말을 하려고 삽니다’ 그 말이 참 가슴에 와 닿거든요.
◆ 조선미> 모든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세요. 그러니까 살아갈 희망도 없고 아무 의미도 없는데 정말 자식들한테 내가 부모로서. 저희가 심층 면담을 전부 다 추모록을 풀어서 그러니까 내용 분석이라는 걸 했습니다. 처음엔 실태조사와 지원 만족도인데 핵심 개념이 부모로서의 역할로 나타났어요. 이분들은 실태나 지원에 지금 신경 쓸 여력도 없으시고 관심도 없으시고요. 내가 부모인데 이 생각밖에 없으셨어요.
◇ 정관용> 큰일입니다. 이분들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 굴뚝같습니다마는 정말 우리로서는 잊지 않고 계속 옆에서 힘 되어 드리는 것 그리고 정부를 향해서 이분들의 요구 사항을 제발 들어주십시오, 그 목소리밖에 없군요.
◆ 조선미> 네, 그래서 사실 연구, 실태조사, 이런 것 자체가 사실 저는 연구를 하면서 연구목적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구나. 그냥 이분들이 원하시는 걸 끊임없이 세상에 알리고 이분들이 2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난다고 결코 치유될 수 있는 그런 일을 겪으신 게 아니고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힘들어지실 그런 과정을 밟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 정관용>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 한.
◆ 조선미> 세상이 달라질까요?
◇ 정관용> 달라지게 해야죠.
◆ 조선미> 네, 그걸 우리가 작은 힘이나마 보태드리는 것? 그것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정관용>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