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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뿐 아니라 농구장도 '납범벅'…발 디딜 틈 없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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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랙뿐 아니라 농구장도 '납범벅'…발 디딜 틈 없는 학교

    • 2016-07-24 06:00
    경기도 수원의 한 학교 농구장에서 KS 기준치를 넘는 납성분이 검출돼 학교가 시설사용을 금지시켰다. (사진= 구민주 기자)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두 달전 트랙 위에 부직포가 깔린데 이어, 농구장에도 출입금지가 적힌 빨간 띠가 둘러쳐져 공사판을 방불케 했다.

    최근 이뤄진 우레탄 농구장의 유해성 검사에서 한국표준규격(KS) 기준치(납의 경우 90 이하)의 25배가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농구장까지 갑자기 폐쇄되면서 아이들은 다리를 건너듯 농구장위에 놓인 볏짚 통로를 총총걸음으로 건너다녔다.

    초등학생 박 모(10) 군은 "농구장을 못 쓰게 된 뒤로 길을 다니는 것도 불편하고 놀기도 힘들어졌다"며 "그전에는 농구장이 있어서 형들하고 따로 놀았는데 지금은 같이 운동장에서 놀아야 해서 너무 좁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공사장처럼 변한 학교를 보는 학부모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학부모 김 모(46·여) 씨는 "아이들이 밟고 운동하는 곳인데 빨리 고쳐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이들 건강이 우선인데 예산이 문제라고 한다면 학부모들이 돈을 거둬서라도 해결하고 싶은 심정이다"고 한숨지었다.

    또 다른 수원에 있는 한 고등학교 농구장. 녹색 바닥의 농구코트 두 개가 붙어있는 이곳에서는 무려 기준치의 86배가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됐다.

    김 모(18) 군은 "원래 애들이 많이 놀았던 곳인데 갑자기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선생님들이 출입금지를 시켰다"며 "여태까지 뛰어 놀았던 농구장에서 위험한 물질이 나왔다고 하니 좀 불안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조사결과가 나온 뒤 바로 출입금지를 시켰지만 몰래 농구하는 학생들이 생겨 아예 농구골대를 한 쪽으로 옮겨 놓았다"며 "학교 입장에서는 줄만 걸어놓고 속수무책이니,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조치를 취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불안함을 드러냈다.

    ◇ 전수조사 끝나도, 체육시설 교체는 올해내 어려울 듯

    최근 전수조사가 이뤄진 납범벅 우레탄 트랙에 이어 농구장, 테니스장 등 학교내 우레탄 체육시설에서도 기준치의 수십배에 달하는 납성분이 검출돼 또다시 교육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우레탄 체육시설에 대한 유해성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교육부도 각 시도교육청에 우레탄 체육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으며, 서울시 등 다른 시도교육청들도 현황을 파악 중이다.

    특히 전수조사를 일찍 진행한 경기도의 경우 납 성분이 KS 기준치를 훨씬 넘는 체육시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70% 정도 조사가 이뤄진 경기도의 경우 CBS 노컷뉴스 취재결과 수원의 A중학교 농구장은 기준치의 약 81배에 달하는 납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안양의 B초등학교 배드민턴장은 기준치의 약 37배, 성남의 C초등학교 농구장은 기준치의 약 21배가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됐다.

    하지만 문제는 전수조사가 끝나더라도 예산이 없어 올해 안에는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

    교육부는 1500억 원 내외의 우레탄 트랙 교체 예산에서 절반가량인 776억원를 이번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했을 뿐, 체육시설에 대해서는 아예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실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알아보고 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아 후속조치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도교육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트랙과 체육시설을 동시에 교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말까지 우레탄 트랙 보유학교를 대상으로 유해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2, 673개 학교 가운데 64%에 해당하는 1767개 학교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 성분이 검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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