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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김창완, "떨리니까 사랑"

    신간 "안녕, 나의 모든 하루:김창완의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안부"

     

    가장 무섭고 떨리는 것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아마 사랑하는 일인지 몰라요.

    지금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물으면
    외벽 타는 사람보다,
    무대에 서는 사람보다
    더 떨리고 무서워할 거예요.
    (155쪽)

    안경알만 닦아도 세상이 깨끗해 보이는데, 깨끗이 씻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이 얼마나 다르게 보일까요. 마음을 씻는다는 말 있지요. 세심洗心, 씻을 세 마음 심. 마음을 씻고 또 씻다 보면 무심無心을 가질 수도 있을까요. (19쪽)

    김창완의 에세이 '안녕, 나의 모든 하루'가 출간되었다. 이 에세집은 그가 16년간 매일 아침, 하루를 시작할 때 자신의 속마음과 주변의 것들을 들여다보면서 느낀 소중한 삶의 가치들에 대해 자신과 주변에 띄우는 단상들을 엮었다. 산울림과 김창완밴드에서 뮤지션으로, 다감한 아저씨 DJ로, 인생을 연기하는 배우로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 그의 인생철학이 배어 있다.

    이 중 일부는 SBS 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에서 오프닝멘트로 청취자들의 깊은 공감과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지금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하고 흔들리는 마음으로 사는 이들에게 그가 말한다. 당신의 하루는 꽤 괜찮은 삶이라고. 당신의 삶에는 당신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삶의 보석이 곳곳에 숨어 있다고. 그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고 체득하는 오늘이야 말로 진정한 인생을 시작하는 순간이라고 말이다.

    이 책 속에는 살아 있는 것을 향한 그의 천진한 애정과 정감이 가득하다. 쉽게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일상의 풍경들에서 사람과 사랑, 인생과 세상의 속살들을 원숙한 글로 만들어내는 김창완의 통찰을 통해, 거짓 없이 순수한 삶을 느껴볼 수 있다.

    김창완이 우리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오늘’이다. 사소한 오늘이 모여 인생이 되는 것처럼, 나의 하루에 빛나는 의미들이 모여 희망이 되고 행복이 되며,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가 건네는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느끼고 지키며 살아야 하는지, 서로가 왜 소중한지, 지난 시간을 어떻게 간직해야 하는지, 삶을 어떻게 들여다봐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천천히 생각해볼 수 있다.

    책 속으로

    안경알만 닦아도 세상이 깨끗해 보이는데, 깨끗이 씻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이 얼마나 다르게 보일까요. 마음을 씻는다는 말 있지요. 세심洗心, 씻을 세 마음 심. 마음을 씻고 또 씻다 보면 무심無心을 가질 수도 있을까요. (19쪽)

    출근길하고 등굣길, 똑같은 길인데 그렇게 다른 이유가 뭘까? 똑같이 버스 타고 똑같은 횡단보도 위에서 거의 비슷한 시간에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그 눈을 밟으며 가는 건데 뭐가 등굣길은 꽃길로 만들고 출근길은 가시밭길로 만드는 걸까? 혹시 다시는 못 가는 길이어서 그 지겹던 등굣길이 아저씨들에겐 꽃길로 보이는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진짜 이유가 생각났습니다. (42쪽)

    주머니 사정이 영 시원찮으면, 내가 맡은 주인공은 주머니가 두둑하지 못한 배역이구나, 역할이 그러니 좀 가벼운 게 자연스럽다, 오히려 캐릭터에는 잘 맞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또 걱정거리가 많으면, 이 역할이 고뇌가 많은 설정이구나, 고민들이 어색하지 않구나, 하고 여기면 어떨까요. (48쪽)

    소가죽 같이 질긴 편견, 원래 모습을 모를 정도로 진한 화장 같은 오해. 아! 그것만 벗을 수 있다면 마음도 바람결처럼 가벼워질 텐데 말이에요. (60쪽)

    마음의 날씨로 현실의 날씨를 벗어나면 좋겠습니다. 덥다 춥다, 하면서 일희일비하지 않고요. 마음의 날씨 센서를 쾌적에 맞춰놓는다면 무더위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100쪽)

    우리가 살면서 나 때문에 누가 상처를 입었는데도 그냥 모른 척한 적은 없었을까요. 반대로 구두처럼 내가 상처를 입고서도 모른 척하거나, 아니면 그냥 그 고통을 일부러 견뎠던 적은 없었을까요. (140쪽)

    교육을 왜 해요. 인생을 더 가치 있게 살기 위해서잖아요. 학교 교육이나 진학 교육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가정에서의 교육보다 앞에 두고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내 아이 살리는 교육이 삶에서 가장 절실한 게 아닐까요. 부모인 내가, 스스로 아이의 스승이 되겠다는 다짐이 필요합니다. 그 순간이 또 부모에게는 인생을 스스로 깨우쳐 나가게 되는 것이겠지요. (165쪽)

    그렇게 파랗던 이름이었는데 이제는 아저씨가 돼 있군요. 이름이 굴렁쇠처럼 구르고 굴러 여기까지 흘러왔네요. 각자 이름 한번 써보세요. 이것만큼 깊은 추억이 배인 앨범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208쪽)

    어쩌면 인생의 참맛은 이런 건지도 몰라요. 둘이 아니라 혼자 옷깃을 여미며 걷는 길, 그게 진짜 인생길 아닙니까. (219쪽)

    도시에 잘 깔린 보도블록 위를 걷는 게 숲속의 오솔길이나 동물들이 지나는 길에 비해 참 무표정하고 무감각하긴 하지만 길이 부를 때 떠나세요. 자유의 유혹을 단호하게 뿌리치는 것도 자신에 대한 매너는 아닙니다. (240쪽)

    스러지고 버려지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제대로 보고 싶습니다. 한낱 작은 것에도 스며 있는 시간이 있을 텐데요. 저라도 묵묵히 기억해주고 싶습니다. (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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