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배웅할 때만 해도 씩씩한 모습으로 나갔어요. 겁도 많은 아이인데 더운 버스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얼마나 무서웠을지 가슴이 너무 아파요."
통학버스에 탄 네살배기 어린이가 최고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 8시간 동안 방치돼 의식불명에 빠졌다.
A(4) 군의 어머니 B(37) 씨는 31일 "유치원과 차로 2분 거리라 늘 마지막에 통학버스에 탔다. 그 사이 아이가 잠들었을 리도 없을 텐데 어떻게 발견하지 못했는지 상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동포인 B 씨는 광주의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남편(46)을 따라 초청 비자로 2011년 한국에 왔다.
비자 조건 때문에 취업을 할 수는 없었지만 집에서 글을 쓰며 생후 43개월 된 A 군과 동생(27개월)을 같은 곳에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냈다.
최근 A 군 유치원에서 전체 방학(8월 1∼3일)에 앞서 7월 27∼29일까지 종일반만 운영하는 형태로 방학한다고 공지하자 B 씨는 유치원에 가고 싶다는 아들의 뜻에 따라 지난 26일 저녁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돌봄교실'에 3일 내내 참가하겠다고 알렸다.
지난달까지는 아침에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거부하고 울 때도 있었지만 이번 달 들어서는 부쩍 의젓해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집과 유치원은 성인 걸음으로 3분, 차로 2분 거리에 불과했지만 차를 타는 것을 좋아하는 A 군은 항상 통학버스를 탔다.
그러나 돌봄교실 셋째 날인 지난 29일 오후 B씨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A 군을 데리러 가려고 집을 나선 B 씨에게 통학버스에 방치된 아들을 당장 대학병원에 이송해야 한다는 날벼락 같은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집을 나섰던 아들은 3일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B 씨는 "아들이 탑승할 때는 뒤에서 세 번째 좌석에 앉았으나 발견 당시에는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는 말을 들었다.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몇 시간을 힘들어했을지"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B 씨는 "지난 6월 안전벨트를 못 풀고 있는데 교사가 차 밖에서 다른 아이들을 먼저 내려주자 자신만 두고 가는 줄 알고 30분 넘게 울어 집에 전화가 올 정도로 겁이 많은 아이다. 한 번만 더 확인을 해줬더라면 자기만 두고 내리지 말라는 요청을 분명 들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탄식했다.
경찰은 인솔교사 정모(28·여)씨와 버스기사 임모(51)씨, 원장 박모(52·여)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