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강혜인 기자)
지난달 30일, 1600여명의 경찰 병력이 이화여자대학교에 투입돼 농성 중이던 학생들을 끌어낸 사태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과 학생들의 대립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이화여대 측은 1일 오후 5시쯤 이대 ECC 이삼봉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대학) 설립과 관련한 학내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최경희 총장은 이 자리에서 "본교에서 발생한 문제로 이화 가족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치게 돼 총장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이번 과정에서는 한정된 시간으로 인해 학내 구성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감금한 교직원들에게 수치심이 유발되는 등 인격적 모욕을 하고 그들의 기본권을 심하게 침해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는 수차례 학생들에게 대화를 제안했지만 학생들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최 총장이 "학생들이 대화를 하려하지 않았다", "우리는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할 때는 기자회견장 뒷편을 메우고 있던 학생들에게서 야유와 비웃음이 터져나왔다.
약 1시간 30분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최 총장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3일동안 진행된 '교수 감금 사태'의 학생들의 잘못을 지적했다.
최 총장은 "학생들은 심지어 감금됐던 남자 교직원이 화장실을 간다고 하니 기저귀를 던지기도 했다"며 "계속 관용의 자세로 참았지만 이제는 관용만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태의 원인에 학교 측의 잘못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학생들은 학교가 하는 사업에는 무조건 반대한다"며 "이게 누구의 탓이라고 생각하느냐"며 반문했다.
또한 "학생들이 마스크와 검정 선글라스를 쓰고 시위를 하고 있는데 여태껏 이런 적은 없었다"며 "이런 학생들이 우리 학생들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총장은 "기자들 앞에서 학생들이 본관 점거를 멈추고 대화에 임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학생들이 본관 점거를 멈추고 학교 측의 대화 요청을 받아들이면 함께 의논해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이화여대 본관에는 경찰 병력 1600여명이 투입돼 농성 중이던 학생 200여명을 끌어냈다.
학생들이 지난달 28일부터 3일에 걸쳐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대학)' 사업 시행을 막기 위해 이날 예정됐던 평의원회를 저지하며 교수·교직원들을 감금했던 게 발단이 됐다.
교수와 교직원들은 "학생들이 감금을 하고 있다"며 112 신고를 계속 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학생들을 강제 진압했다.
학생들은 현재까지 본관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계속해서 미래대학 사업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학생들은 미래대학이 단과대를 신설하는 만큼 중요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논의하지 않은 점, 미래대학의 취지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