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5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TK(대구경북) 지역 초선의원들을 청와대에서 만난다. 지역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지만, 당내 비박계를 중심으로 '청와대의 전당대회 개입'이란 반발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불붙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4일 오전 10시 TK 지역 여당 초선의원 등을 청와대에서 면담하고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등 현안 관련 의견을 청취한다고 3일 밝혔다.
참석 대상자는 김정재·김석기·백승주·이만희·장석춘·최교일(이상 경북), 곽대훈·곽상도·정태옥·추경호(이상 대구) 의원 등 초선의원 10명과 성주를 지역구로 둔 재선의 이완영 의원 등 11명이다. 대구 지역 초선 정종섭 의원은 국외 출장 일정에 따라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의원들은 지난달 사드 문제와 공군 K2기지 이전 문제 등에 대한 건의를 하고 싶다며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면담이 성사됐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비롯한 여러 지역 현안들에 대해 민심을 청취하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 지역의 대표인 국회의원들과 단체장들을 직접 만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8·9 전당대회에 임박해 이뤄지는 이번 면담은 당내 반발을 초래했다. 박 대통령이 친박계 지원을 목적으로 취한 정치적 행보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비박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를 방문 중인 김무성 전 대표는 "만나서 무슨 말씀을 하실지 모르겠으나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께서 특정 지역의 의원들을 만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TK 지역을 주소지로 둔 전당대회 대의원은 전체 34만여명 가운데 21%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역구 의원들은 소속 구·시·군 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지역 내 대의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초선의원 면담이 정치적으로 활용될 소지가 없지 않은 상황이다.
대상자 대다수가 초선의원이란 점도 면담의 순수성을 희석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 현안을 꿰고 있는 재선·중진 대신 '초짜'들을 만나는 게 '쌍방'이 아닌 '하향식 일방' 소통이라는 얘기다. 비박계 인사는 "본인들이 누구 덕에 공천받고 당선됐는지, 누구 뜻을 따라야 하는지 대통령이 확인시키는 자리"라고 비판했다.
앞서 2년전 전당대회 때도 박 대통령은 전당대회장을 전격 방문하면서 '서청원 지원' 논란을 부른 적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일반 당원' 자격으로 행사장에 들렀지만, '박심'(朴心)을 대의원들에게 확인시킨 행보로 의심받았다. 전대 결과는 비박계 김무성 대표 당선으로 끝났다.
면담을 놓고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반박에 나섰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 행사가 전대와 무슨 관계가 있나. 초선의원 면담이 전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느냐"면서 "국정 현안에 대한 민심을 청취하는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허심탄회하게 민심을 듣겠다는 대통령의 취지를 왜 전대 개입 의도로 몰아가는지 모르겠다"거나 "행여 면담에서 전대가 언급돼도, 우리 정치환경에서 그렇게 거론된 후보 쪽이 득을 볼 수 있겠느냐"는 등 불쾌감을 피력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의원들의 신청에 따라 이뤄지는 면담이고, 사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통령의 국정행보다. 계파적 시각으로 볼 일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