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천만영화에 이름을 올린 '부산행'의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로 기대를 모은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보다 과감했다.
10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서울역은, 사람과 좀비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져 버린 잔인한 세상에 대한 통찰적인 이야기와 메시지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애니메이션 서울역과 실사영화 부산행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며 상호보완을 이룬 두 개의 작품으로서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
이날 언론시사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연상호 감독은 "서울역과 부산행은 한 짝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역은 제가 이 사회를 살면서 느끼는 '집'에 대해 보여주려 한 것이고, 부산행은 '이래야 하지 안나'라는 당위와 같다. 이런 관점에서 두 영화를 봐 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역을 두고 "심야 뉴스에 한 토막씩 나올 수 있는 자잘한 뉴스의 총합 같은 영화"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이 영화 안에는 서울이라는 복잡다단한 대도시를 살아가는 다양한 군상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
연 감독은 "부산행은 본래 짝인 서울역이 개봉하면서 원래 영화가 지닌 내적인 결들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3년에 걸쳐 진행한 프로젝트를 비슷한 시기에 내보내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역의 세계관은 부산행보다 비관적으로 보일 수 있다. 부산행의 경우 영화 안에서 열린 결말을 통해 희망을 남겨뒀다면, 서울역은 그러한 낭만의 여지를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 감독은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보다) 상대적으로 예산이 크지 않아 (흥행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만큼) 제가 지닌 생각 중에 극단적인 것들을 드러내기 좋은 그릇"이라며 "제 전작 '사이비' '돼지의 왕'에서도 그랬듯이 서울역의 엔딩은 끝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다시 사회로 돌아가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영화의 엔딩은 사회에서 무언가의 시작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영화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