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이 5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음원 저작권 활로와 수익배분 문제는 물론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음악 유통권을 두고 '치킨게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노컷뉴스에서는 연속기획으로 애플뮤직의 한국 진출을 진단 한다. [편집자 주]
[연속기획 순서]
① 애플뮤직 한국 진출 '뭣이 중헌디?'
② 애플뮤직이 창작자 쥐어짠다고?…업계 관행 깨나
③ 애플뮤직, 로엔 빠진 SM·YG·JYP가 계약한 이유
④ 애플뮤직은 SM·YG·JYP의 힘을 믿었다⑤ 음원 유통권으로 버티는 국내 업체들
⑥ 세계 음원 시장 스트리밍으로 재편-1
⑦ 세계 음원 시장 스트리밍으로 재편-2
애플뮤직이 10~20%에 불과한 국내 음원만을 확보한 채 지난 5일 사전 공지 없이 서둘러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애플뮤직에 들을만한 국내 음악이 별로 없다는 지적은 여기서 시작한다.
지난 6월부터 주요 저작권 협회 및 음원 유통사와 접촉해온 애플뮤직은 음원 서비스를 위해 작사가·작곡가 권리 위탁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음악 제작자 권리 위탁 단체인 한국음반산업협회, 가수와 실연자 권리 위탁 단체인 한국실연자협회와 사실상 계약을 모두 맺었다.
하지만 음원 유통사들은 애플뮤직의 제안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음원의 90%를 과점한 로엔엔터테인먼트(49.4%), KT뮤직(19.2%), CJ E&M(18.6%)는 애플뮤직이 반드시 뚫어야 하는 사업자들이다. 애플뮤직은 이들 유통사들이 제안한 계약서를 보고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자 초반 몇차례 접촉을 가졌다가 발길을 끊었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애플뮤직이 국내 음원 유통사들과 만났지만 유통사들이 애플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안다"며 "애플뮤직의 수익 배분율이 기존 사업자들보다 높다는 것은 업계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인데도 유통 사업자들이 거절한 것은 아무래도 '경쟁상대'라는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엔은 멜론을, KT뮤직은 지니를, CJ E&M은 엠넷뮤직이라는 음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로엔은 제작자·유통 사업자·서비스 사업자라는 모든 지위를 갖고 있고 최근에는 카카오에 인수되기도 했다. 보유한 음원만 1천만 곡으로 알려졌다.
KT뮤직은 SM·YG·JYP 3대 제작사의 음원을 보유하고 있어 근래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J E&M은 로엔과 흡사한 방송제작자이자 유통 사업자, 서비스 사업자로 '언프리티 랩스타'와 '쇼미더머니'와 같은 방송음원을 효자상품으로 확보하고 있다.
◇ 애플뮤직, 정공법 통하지 않자 SM·YG·JYP 상대 로비
애플뮤직은 이들 유통 사업자를 상대로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보고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KT뮤직이 유통권을 갖고 있는 국내 3대 제작사 SM·YG·JYP의 음원을 확보한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제작사는 음원 유통권을 유통 사업자에게 위탁하고 사업자는 이를 각종 음원 수익사업에 사용하고 그에 대한 수익을 제작사와 나눠갖는다. 유통 수수료다. 그리고 통상 음원 수익사업은 유통사가 권리를 갖고 있어 제작사가 계약상 문제가 없는 한 간섭하지 않는게 관례다.
하지만 다른 유통사와 마찬가지로 애플뮤직의 계약서를 반려했던 KT뮤직에서 문제가 생겼다. KT뮤직을 업계 2위로 올려놓은 SM·YG·JYP 3대 제작사가 자사의 음원을 애플뮤직에 제공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작사가 위탁 계약을 맺은 음원 유통사에게 자사의 음원을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경우는 계약 위반 등의 법적인 문제 아니고는 거의 보기 힘든 경우"라며 "KT뮤직이 그렇다고 SM·YG·JYP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애플뮤직이 주요 음원을 공급하는 제작사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애플은 아이튠즈를 통해 국내 주요 제작사의 디지털 음반을 서비스한 경험이 있다. 이들 제작사들도 애플 측과 접촉점을 갖고 있고, 특히 이들 3대 제작사는 아이튠즈를 통해 유의미한 글로벌 수익을 벌어들인 경험이 있다. 소속사 뮤지션들이 해외 진출이 활발한 것도 애플뮤직의 글로벌 서비스는 매력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뮤직은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제26조의 2 결합서비스의 사용료' 기준에 따라 '제23조의 2 제5항 이외에 서비스를 결합하는 경우 사용료는 (저작권)협회 규정에서 정한 각각의 사용료를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결합서비스의 성격을 감안하여 협회와 이용자가 협의하여 정한다'고 되어 있다.
애플뮤직은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 '다운로드+스트리밍' 결합상품과 다른 '클라우드+스트리밍' 서비스 방식으로 구분되어 저작권 협회, 음원 위탁 유통사와 개별협상을 통해 저작권료를 배분해야 한다. 배분율이 명시된 기존 서비스와 다른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오히려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음원 제공자가 유리한 수익 배분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콘텐츠 제공자와 70:30으로 수익배분을 하는 내부 관행도 있지만, 이 같은 이유로 스트리밍 저작권 배분 수익 60:40 규정보다 높은 '73.5:26.5' 비율로 각 저작권 협회와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뮤직은 나름의 저작권료 계약 로직(logic)이 정해져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향력이 큰 메이저에게는 좀 더 높은 수익을 배분해주고, 그렇지 않은 곳에는 통상적인 기준으로 계약하는 것인데, 애플뮤직이 SM·YG·JYP에게 상당히 좋은 조건에 음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뮤직은 해외에서 발생한 음원 수익에 대해 국내 음원 배분율보다 더 높게 지급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 애플뮤직이 확보한 SM·YG·JYP, 국내 음원 매출 30% 차지
애플이 아무리 국내 메이저 3대 제작사라고 해도 전체 음원의 약 10% 수준인 SM·YG·JYP 음원만을 갖고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전체 음원 매출 규모를 보면 답이 나온다.
가온차트의 '2015년 음악시장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사별 점유율이 100위권 기준으로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전년대비 19% 포인트 하락한 30.4%, SM·YG·JYP의 음원을 보유한 KT뮤직은 10% 포인트 상승한 29.1%, CJ E&M은 5.1% 포인트 상승한 23.7%의 유통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가온차트는 "유통사 중 KT뮤직의 시장 점유율 상승 폭이 가장 컸는데, 여기에는 빅뱅의 '뱅뱅뱅', 'LOSER', 'BAE BAE'와, 백아연의 '이럴거면 그러지말지', 엑소의 'CALL ME BABY', 미스에이의 '다른 남자 말고 너',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 등 국내 주요 제작 3사의 음원을 유통한 것이 주요했다"고 분석했다.
음반 판매량에서는 KT뮤직이 독보적이었다. 지난해 유통사별 점유율이 100위권 기준으로 KT뮤직이 전년대비 6.6% 포인트 상승한 58.2%, 로엔엔터테인먼트는 1.4% 포인트 상승한 25.4%, CJ E&M은 1.3% 포인트 감소한 11.6%를 기록했다.
이는 디지털 음원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뮤지션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팬덤 층의 음반구매 경향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제작사 매출 점유율도 100위권 기준으로 살펴보면, YG엔터테인먼트가 12.7%의 매출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SM엔터테인먼트가 8.9%로 2위, CJ E&M이 8.6%로 3위를 차지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5.0%를 차지했다.
YG엔터테인먼트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빅뱅과 아이콘의 주요 앨범에 수록된 음원의 매출 영향이 가장 컸다. SM엔터테인먼트는 엑소·태연·샤이니·소녀시대·레드벨벳 앨범 수록 음원의 매출 호조에 힘입어 제작사 매출 점유율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CJ E&M, JYP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제작사가 국내 음원 시장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로엔과 CJ E&M이 보유한 국내 음원은 약 70%로 전체 음원을 과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SM·YG·JYP가 보유한 음원 약 10%가 전체 음원 시장의 매출을 견인 한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 애플뮤직의 적은 국내 음원 수 때문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조롱도 나오고 있지만, 이처럼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애플뮤직이 실속은 충분히 챙긴 셈이다. 이로써 일본을 비롯해 중국·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 진출 교두보인 K팝 경쟁력을 확보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JYJ가 소속된 씨제이에스엔터테인먼트의 합류도 눈길을 끈다.
다만, 기존 국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던 이용자들이 애플뮤직으로 갈아탈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다. 가격 정책이나 서비스의 만족도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음악 서비스는 저작권 문제로 해외에서는 국내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다. 100여개 국가에 서비스하고 있는 글로벌 유통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애플뮤직에 SM·YG·JYP가 음원을 제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뮤직이 660만 명 수준인 국내 유료 음악 서비스 가입자 시장보다 아시아 시장 전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단순히 국내 사업자들과의 경쟁구도로 몰고가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격'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음원을 해외로 유통하는 기관이나 업체는 거의 전무하다. 해외 K팝 팬이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는 유튜브나 사운드클라우드로 접하는 경우 외에는 국내 유료 음악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 없다"면서 "음악 제작자들에게는 애플뮤직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