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이 5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음원 저작권 활로와 수익배분 문제는 물론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음악 유통권을 두고 '치킨게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노컷뉴스에서는 연속기획으로 애플뮤직의 한국 진출을 진단 한다. [편집자 주]
[연속기획 순서]
① 애플뮤직 한국 진출 '뭣이 중헌디?'
② 애플뮤직이 창작자 쥐어짠다고?…업계 관행 깨나③ 애플뮤직, 로엔 빠진 SM·YG·JYP가 계약한 이유
④ 애플뮤직은 SM·YG·JYP의 힘을 믿었다
⑤ 음원 유통권으로 버티는 국내 업체들
⑥ 세계 음원 시장 스트리밍으로 재편-1
⑦ 세계 음원 시장 스트리밍으로 재편-2
지난해 12월 16일, 문화관광체육부는 '음원 전송사용료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2월부터 적용된 이번 개선책은 음원 다운로드의 경우 저작권자가 가져가는 몫을 60%에서 국제 기준인 70%로 올려 전반적인 디지털 음원 가격을 높이는 등 창작자들의 권리 보호에 초점을 뒀다는 것이 문체부의 설명이다. 스트리밍 방식은 국제 기준인 기존 60:40 비율을 유지했다.
과도한 할인율 제한도 더해져 기존 묶음상품 할인율이 최대 75%에서 65%로 낮아졌다. 100곡 묶음 상품을 최대 25곡 구매가격으로 할인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 최대 35곡 가격으로 할인구매할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곡당 사용료는 월정액 (무제한) 스트리밍이 3.6원에서 4.2원으로, 종량제 (재생횟수) 스트리밍이 7.2원에서 8.4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5일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뮤직도 국내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을 따른다. 일부에서는 애플뮤직이 과도한 프로모션(할인율)을 적용했을 때 국내 창작자들의 수익이 열악해질 수 있고, 국내 사업자의 경우 프로모션을 진행해도 '정상가'를 기준으로 저작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사실일까?
◇ 애플뮤직 불공정 경쟁?…73.5% 창작자에 지급 "국내 업체보다 많아"애플뮤직은 첫 가입시 3개월 간 무료로 이용한 뒤 월정액 7.99달러(약 8700원)를 지불한다. 미국의 9.99달러보다는 낮지만 국내 업체의 월정액 서비스를 이용하는 금액보다는 높다.
스트리밍 월정액 상품만 판매하는 국내 주요 업체는 멜론(월정액 정상가 7900원), 엠넷(월정액 정상가 6900원), 벅스(월정액 정상가 7900원), 네이버뮤직(월정액 정상가 6000원) 등이다. 지니는 복합상품(월정액 정상가 7000원)만 판매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월정액 서비스 이용시 3~6개월간 최대 65%의 할인을 해준다. 하지만 프로모션으로 이용자에게 할인을 해주더라도 '정상가' 기준으로 저작권자에게 60~70%의 수익을 배분해줘야 한다.
애플뮤직은 '정상가' 기준이 아닌 '판매가' 기준으로 수익을 배분한다. 이때문에, 가령 10000원짜리 스트리밍 서비스 상품이라면 국내 업체들은 60%인 6000원을 창작자에게 지급하지만 애플뮤직은 이를 50% 할인판매할 경우 5000원의 70%인 3500원만을 지급하게 된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맞기도 하고 사실과 다르기도 하다. 애플뮤직이 판매가 기준인 것은 맞지만 프로모션은 첫 가입 3개월 단 한 번 뿐이기 때문에 '할인판매'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애플뮤직은 첫 가입자에게만 최초 3개월 무료 체험기간을 제공한다.
무료 프로모션이 없던 국내 시장에 음악이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무료체험 기간에도 애플뮤직은 월정액 기준과는 별도로 저작권료로 '스트리밍 1곡당 약 2.1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노컷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종량제 스트리밍이 곡당 8.4원이긴 하지만 인입효과를 위한 월정액 프로모션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이같은 방식도 협상을 주도한 저작권 관련 협회 등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제26조의 2 결합서비스의 사용료' 기준에 따르면, '제23조의 2 제5항 이외에 서비스를 결합하는 경우 사용료는 (저작권)협회 규정에서 정한 각각의 사용료를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결합서비스의 성격을 감안하여 협회와 이용자가 협의하여 정한다'고 되어 있다.
제23조의 2 제5항에서 정한 결합서비스는 30곡 이상을 다량으로 묶어 제공하는 다운로드 서비스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합하여 제공하는 경우를 말한다. 현재 국내 업체들 대부분이 이 다운로드+스트리밍 결합상품을 주력으로 내놓고 있다.
애플뮤직은 다운로드가 없는 클라우드+스트리밍 방식의 새로운 결합상품으로 저작권료 수익 배분율은 각 저작권 협회와 애플뮤직이 개별 협의를 해야한다. 이는 2012년부터 있던 조항으로 애플뮤직이나 해외 사업자를 위한 별도의 특혜라고 보기 힘들다.
명시된 수익 배분율이 아니기 때문에 음원 유통사와 저작권 협회 등과의 자율 협상에서 오히려 음원 제공자인 저작권자가 '갑'의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애플뮤직과 음악저작권협회 등 저작권 위탁 기관의 저작권 수익 배분율이 국내 업체보다 유리하게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들도 줄다리기 협상을 해야하는 복잡한 자율협상 방식 보다는 명시된 배분율 기준으로 지급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마진율이 가장 높은 다운로드 판매 방식과 국내 이용자의 40% 이상이 이용하고 있는 스트리밍 전용 상품을 합친 다운로드+스트리밍 결합상품이 업체 입장에서는 가장 이익이 극대화 된 효율적인 판매상품이다.
◇ 애플이 창작자 쥐어짠다?…국내 음원 유통+플랫폼 사업자가 더 쥐어짠다애플이 통상적으로 콘텐츠 창작자와 맺는 수익 배분율은 70:30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이 30%를 가져간다. 이 기준으로만 봐도 국내 업체의 음원 스트리밍 수익 배분율보다 높다. 국내는 60:40이다. 애플뮤직은 국내 저작권 협회 등과의 수익 배분율을 '73.5:26.5'로 계약한 것으로 노컷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현재 애플과의 계약서에 서명만을 앞두고 있는 한 저작권 협회 관계자는 "계약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지만 애플뮤직의 수익배분 조건이 국내 업체들보다 더 좋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애플뮤직의 국내 입성은 국내 저작권자 등 창작자들이 더 환영하는 분위기다. 치열한 음원 할인 경쟁으로 제 살을 깎아 먹는 국내 업체보다는 수익이든 유통채널이든 양심적인 것은 오히려 애플이 더 낫다는 주장이다.
일부 매체들이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애플뮤직의 불공정 계약, 창작자 권익 악화, 음원 시장에 악영향 등을 내용으로 애플뮤직 한국 진출을 비판하고 있지만, 이는 취재결과 대부분 사실과 달랐다. 오히려 오랜시간 공고해진 국내 업체들의 출혈경쟁이 창작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상 멜론·엠넷뮤직·지니 등이 독과점 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 음반 제작자는 "오랜 시간 음반을 제작하고 음악계에 있어 왔지만 (음원 수익 배분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나마 제도가 개선되고 창작자들의 요구가 있어왔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불공정 관행이 많이 시정된 부분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해외 기업이지만 애플이 더 쿨하고 젠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애플 뮤직이 국내 음악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주장도 사실 신빙성이 부족하다. 국내 유료 음악 서비스 가입자가 600만 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업체의 과점 시장을 애플이 출혈경쟁으로 얻어낼 이유가 없다.
한 음원 저작권 협회 관계자는 "국내 유료 음악 서비스 가입자가 600만 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해외 시장에서 비영어권인 한국 음악을 늘 찾는 것도 아니고, 애플이 한국 시장을 시장이라고 보겠냐"며 "애플뮤직도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K팝을 탑재해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더 큰 시장을 공략하는데 한국 진출 목적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뮤지션 등 창작자나 저작권 관련 협회와 같은 음악 콘텐츠 생산자들은 애플뮤직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한 반면, 경쟁 업계 입장에서는 애플뮤직이 당장 위협적이지는 않아도 여러모로 불편해 보이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