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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돈 받고, 브로커와 밥 먹고…신뢰 갉아먹은 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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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돈 받고, 브로커와 밥 먹고…신뢰 갉아먹은 판사들

    檢, '정운호 로비 연루' K부장판사 등 수사선상에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정운호(51·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법원을 정조준하면서 사법부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판사들이 브로커와 쉽게 어울리고 금품을 받은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는 점은 판결의 공정성 자체에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당장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은 수도권의 K부장판사다. 그는 정 전 대표의 측근인 성형외과 원장 이모(52)씨로부터 정 전 대표의 재판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대표가 이씨를 통해 수천만원을 건넨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법조 비리로 사건이 빠르게 비화할수밖에 없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100억원대 상습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K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의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A부장판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재판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형량이 4개월 줄어든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았다.

    K부장판사가 실제로 정 전 대표의 감형을 위해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아직 검찰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되면 A부장판사 역시 수사대상이 될수 밖에 없다.

    현직 부장판사가 부의금조로 기업 대표에게서 거액의 수표를 받고, 법조 브로커와 함께 해외여행까지 다녀왔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사안이다.

    검찰은 K부장판사의 가족 명의 계좌에 네이처리퍼블릭 측이 발행한 500만원 상당의 수표가 입금됐으며, 이 수표에 서명한 인물이 K부장판사라는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대표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K부장판사에게 부의금 명목으로 전달해달라며 이씨에게 돈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부장판사는 대법원에 "부의금이 정 전 대표가 준 것인지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K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와 이씨, 법조 브로커 이민희(56·구속기소)씨 등과 베트남 등지로 해외여행을 다닌 점, 지난 2014년에는 정 전 대표의 외제차를 5000여만원에 사들인 후 차량 값을 되돌려 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K부장판사의 딸이 네이처리퍼블릭이 후원한 미인대회에서 1위로 입상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정 전 대표가 주최 측에 금품을 건네는 등 순위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이는 게임업체 넥슨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공짜 해외여행을 다닌 진경준 검사장(49·구속기소)과 오버랩된다.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또 다른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 측 브로커 이민희씨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정 전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 항소심 재판을 맡게 된 L부장판사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구명 로비를 했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L부장판사는 법원 공보관을 통해 "정 전 대표 사건이 배당된 것을 알고 바로 다음날 재배당을 요구해 다른 판사가 사건을 맡았다"고 해명했다.

    또 L부장판사는 사기 도박 전력이 있는 골프강사와 함께 해외여행을 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현직 부장판사와 브로커 간 접촉이 부적절했다는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L부장판사는 사의를 표명했다. 대법원은 검찰 수사를 지켜본 후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사기 혐의로 기소된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의 항소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수도권의 C부장판사는 이 사건 변론을 맡았던 최유정(46·여·구속기소) 변호사와 유착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당시 C부장판사는 공판을 단 한 차례만 열고 바로 선고기일을 잡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최 변호사가 재판부에 선처를 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만한 구체적인 정황이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가 진척을 보지 못했었다.

    검찰의 칼날은 김 판사 외에 다른 두명의 부장판사 등에게까지 뻗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K부장판사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다른 판사들의 금품 로비 여부도 계속 확인하고 있다.

    진실은 향후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현직 판사가 기업 대표 또는 법조 브로커들과 얽혀있는 상황은 사법부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브로커와 어떻게 연결이 돼서 같이 골프를 치러 가게 됐는지 등 경위는 모르겠으나, 탄식할 만한 일"이라며 "최근 대법원에서 외부 청탁 전화가 오면 녹음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는데 이런 현실에 비춰보면 정말 어불성설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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