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재형 (부산 럭키아파트 주민, 냉수 기부)
말복이었던 어제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또 내려졌었고요. 오늘도 전국적으로 34도 안팎의 폭염이 예상됩니다. 정말 숨이 턱턱 막힌다. 더워도 너무 덥다….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요. 이런 날에 밖에서 일해야 하는 택배기사분들 집배원분들 경비원분들 얼마나 힘드실까요. 이분들을 위해서 얼린 생수를 기부하는 '냉수 천사'가 있어서 화제입니다. 이 냉수천사 부산에 계시는데요. 오늘 화제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부산 럭키아파트 주민이세요. 이재형 씨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재형 선생님, 안녕하세요?
◆ 이재형>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별명이 냉수천사세요?
◆ 이재형> 부끄럽습니다. (웃음) 요즘 언론에서 너무 좋게 봐주셔서 제가 민망할 정도로 '냉수 천사' 소리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우리 집에 경비원분들한테 냉수 한잔 드리는 거야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 우리 이재형 선생님은 아예 그 동 경비실 앞에다가 얼린 생수통들을 갖다놓으시는 거라면서요?
◆ 이재형> 그러니까 이제 집배원분들이나 택배 기사분들이 오시면 경비실을 거쳐서 경비실에서 각 호수로 인터폰을 해서 '택배 물건 있습니다, 집배원 올라갑니다.' 이렇게 인터폰이 먼저 오니까요. 제가 생각할 때 경비실에 갖다 놓으면 되겠다, 경비원분들, 환경미화원님들, 집배원님들, 택배기사분들이 경비실을 꼭 거치시니까 경비실에 가져다 놓으면 전화하는 동안에 잠깐 물 한 병 마실 수 있다 싶어서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경비실 앞 아이스박스 (사진=이재형 씨 제공)
◇ 김현정> 매일이요?
◆ 이재형> 올해는 너무 더워가지고 물을 갖다줘가지고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요. 우리 집 냉동실에 얼려가지고 매일 아침 9시나 10시경에, 경비실 앞에 아이스박스를 하나 갖다놓고 하루에 30병씩 지금 매일 채워놓고 있습니다.
◇ 김현정> 하루에 30병. 500㎜짜리 30병인가요?
◆ 이재형>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걸 어디서 얼리세요? 집에 큰 냉장고 있으세요?
◆ 이재형> 그냥 집에 저희 가정용 냉동실 조금 비우니까 가능하던데요. (웃음)
◇ 김현정> 이재형 선생님은 그렇게 남편 분은 생각하실 수 있지만, (웃음) 아내 분은, 아내 분은 불편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이재형> 사실 처음에 집사람이 반대를 많이 했었어요. 물을 냉동실에 넣어서 얼려서 가져가는 건 제 몫이지만 다시 냉동고에 채우는 건 또 집사람 몫이니까요. 전기 요금에…. 귀찮은 일 한다고, 당신이 뭐 그렇게 잘났다고 그렇게 하느냐 하고 반대를 했는데요. (웃음) 이제 주위에서 좋게 이야기가 되고 봐주니까, 저 같은 경우는 아침에 나가버리면 집에 없잖아요. 그런데 집사람은 동네에서 유명인사가 돼서, 인사를 너무 많이 받으니까. 지금은 적극적으로 더 지원을 해 주고 있습니다.
◇ 김현정> (웃음) 처음에는 '아니, 뭐 당신이 그렇게 잘났다고 그걸 얼려서 기부를 하고 그래.' 이러던 분이 이젠 더 얼리라고 하시는거예요?
◆ 이재형> 뭐 더 얼리라기보다는, 물이 몇 박스 남았으니까 물을 더 준비를 해야 된다든지 그런 이야기를 해 줍니다. 저희 집에서 생물 같은걸 받고 남은 아이스팩 같은 걸 얼려서 아이스박스에 같이 넣어도 주고 이렇게 협조를 해 주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동안 많은 경비원분들 집배원분들 택배 기사분들을 만나셨을 텐데 반응들이 어떻습니까?
◆ 이재형> 아파트에, 처음에 입주하신 어른들이 많이 사시는데 택배 기사분들이 일이 힘드시고 그러시니까 엘리베이터 앞에 물건 내려놓고 인터폰만 눌러주고 그냥 가버리고 그런 예가 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거의 없어졌고요. 우리 집에 물건 배달하러 땀흘리러 온 기사님들한테 우리나라 사람들이면, 누구라도 물 한 컵 내주고 다 그럴겁니다.
냉수 천사 이재형 씨.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사실은 정말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셔서, 따뜻한데 시원하게 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아니, 원래 무슨 일 하세요?
◆ 이재형> 저는 동네에서 떡 방앗간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떡집 하세요?
◆ 이재형> 네, 떡집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폭염에 우리 이재형 사장님도 떡 만들고 그거 배달하고 이것도 보통 일 아니시겠는데요?
◆ 이재형> 그러니까요. 저 역시도 떡을 배달하러 갔을 때 물 한 컵이 정말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고요. 저 역시도 그 고마움을 받고 있습니다.
◇ 김현정> 결국은 힘들어본 사람이 힘든 사람 심정을 아는 거네요. 그렇죠?
◆ 이재형> 그렇죠. 생수를 대량으로 구입을 해뒀는데 350원 정도에. 이제 30병 사면 하루에 1만 원꼴 정도인데 이 1만 원이 이만큼 귀하게 쓰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쓰는 것중에 귀하게 쓰이는 부분이 지금은 이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어떻게 보면 요즘 커피 비싼 데 가면 4000원, 5000원 하거든요. 그 커피 두 잔 값이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하고 정을 나눌 수 있고, 목을 축일 수 있는 거네요.
◆ 이재형> 맞습니다. 제가 시작을 하고 난 뒤에 저하고 좀 아는 식당 사장님도, 조그마한 냉동고를 구입해서 가게 앞에 놓겠다고, 어떻게 해야 되느냐, 생수를 어디서 구입하느냐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디서 구입하니까 좀 싸더라 거기에서 구입을 해 보라고 알려드리고 해서 두 번째 생수를 놓은 사장님 댁이 있는데.
◇ 김현정> 냉수 2호점이 생긴 거예요, 그러면?
◆ 이재형>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무슨 식당하시는데요, 그 사장님은?
◆ 이재형> 그 분은 부산진구 초읍동에 돼지국밥집입니다. (웃음)
◇ 김현정> 돼지국밥집 하시는 사장님이 우리 집에도 이거 생수통 냉수 2호점 만들고 싶다 하신거네요? (웃음)
◆ 이재형> 네. 그 분은 그 가게 옆에 고물상이 있어요. 그래서 고물상에 파지 줍는 어른들이 그 가게 앞을 많이 지나다녀요. 파지 줍는 어른들이 목이 말라서 어디 가서 생수 사드시고 이런 형편이 안 되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 이재형> 그분들이 그 댁에 가서 물을 갖다 드시는데…. '아, 그 집에 가면 생수 있더라.' 하시면서요. 남의 눈치 안 보고 꺼내 드실 수 있으니까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냉수 2호점. (사진=이재형 씨 제공)
◇ 김현정> 저는 이게 더 확산이 돼서, 2호점 정도가 아니라 3호점, 4호점, 100호점 막 퍼져 나갔으면 좋겠는데요?
◆ 이재형> 지금 아마 전국에 100호점 이상 나갔을 겁니다. (웃음) 제 일이 알려지고, 저한테 SNS나 이렇게 연락이 오고, 문의와서 '우리 아파트에 나도 했다.' 하고 그러신 분이 전국적으로 엄청 많았었거든요.
◇ 김현정> 아, 그래요? 이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가 되고나서 '저도 하겠습니다, 저도 하고 있어요.' 이런 SNS들, 메시지들이 날아왔어요?
◆ 이재형> 네,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100호점 이상은 나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럴 수 있겠네요. 생각해 보면 1만 원이면 되는 거거든요. 하루 1만 원. 자기 집 앞에, 자기 아파트 앞에 놓으면 끝나는 거니까요.
◆ 이재형> 네, 작은 일이 크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제가 생각하기에 전국적으로 100개 이상을 이렇게 설치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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