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故 김수환 추기경의 아들이라고 속여 돈을 뜯어낸 50대 남성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이 모(52) 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 2010년 5월부터 2년 6개월 동안 정치계 비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정 모(67) 씨로부터 1억3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자신을 김 추기경의 양아들이자 신학대를 나와 언제든지 신부가 될 수 있는 신분이라고 정 씨를 꼬드겨 환심을 샀다.
이 씨는 김 추기경이 교황으로부터 받은 만년필과, 일기장 등 유품으로 가평 소재 토지에 추모관을 지어 운영하겠다고 정 씨를 속이기도 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평소 김 추기경에 대한 존경심이 컸던 정 씨는 '천주교 신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 씨에게 계속 돈을 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의 말은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계 비자금, 추기경 유품, 토지 등도 모두 실체가 없는 것들이었다.
이미 결혼까지 한 이 씨는 추기경과는 관련 없는 무직자로서 아내와 모텔과 찜질방을 떠돌아다니는 신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의 언변이 워낙 뛰어나 위와 비슷한 사기 전과가 많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씨에게 피해자를 소개한 지인을 불러 조사하는 등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