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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개돼지론'에 관한 두 심리학자의 명쾌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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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조선 개돼지론'에 관한 두 심리학자의 명쾌한 해설

    [다큐 영화 '쇼크룸: 밀그램의 실험' 재구성 ①]

    고위 관료들이 "민중은 개·돼지" "천황폐하 만세"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는 나라. '헬조선'이라 불리우는 대한민국의 뒤틀린 초상이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듯 시대에 뒤떨어진, 위험한 생각을 지닌 이들에게 국가 운영을 맡기게 됐을까. 파란 눈의 두 심리학자가 이에 대한 명쾌한 해설을 내놨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헬조선 개돼지론'에 관한 두 심리학자의 명쾌한 해설
    ② '이것은 옳은 일'…뒤틀린 신념이 빚은 비극 '헬조선'
    ③ "넌 선택권 없어"…'복종' 명령에 몰아치는 '저항'


    다큐 영화 '쇼크룸: 밀그램의 실험' 스틸컷(사진=EBS 제공)

     

    지난 28일 막을 내린 '제13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초청작인 '쇼크룸: 밀그램의 실험'(감독 캐스린 밀러드·호주·2015)은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미국·1933~1984)의 유명한 실험을 다루고 있다. 나치의 600만 유대인 학살 등 인류가 벌인 제노사이드를 이해하기 위해 '복종'을 주제로 벌인 실험 말이다.

    "이제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팔을 고정하겠습니다. 이 장치는 옆방의 전기충격기와 연결됩니다." - 밀그램의 실험 영상 '복종' 중

    1960년대, 밀그램은 '예술'로까지 표현되는 과학 실험을 벌였다. 그는 대본을 쓰고 실험실 직원들을 교육시켰다. 그리고 1000명 이상의 지역 주민들을 이 실험에 참여시켰는데, 기업회장·교사·점원·기술자·상인 등 그 면면도 다양했다.

    밀그램의 실험 뒤 50년이 지난 어느 날, 몇몇 영화인과 심리학자가 호주 시드니에 모여 이 실험을 재현했다. 그 과정은 오롯이 카메라에 담겼다. 영화 속 실험자는 피실험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실험 절차를 설명한다.

    "기억과 학습에 대한 연구예요. 심리학자들은 '실수를 할 때마다 처벌을 받으면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가설을 세워놨습니다. 어느 정도의 처벌이 학습에 가장 적합한지, 누가 처벌을 내릴 때 가장 효과적인지는 몰라요. 그래서 오늘 실험에서는 성인 여러 명을 모아서 일부에게는 교사 역을, 나머지에게는 학생 역을 맡길 겁니다."

    교사는 학생에게 문제를 내고 학생이 문제를 틀릴 경우 전기충격을 가해야 한다. 문제를 맞히지 못할 때마다 전압은 15볼트씩 증가하는데, 최고 450볼트까지 치명적인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다.

    심리학자 알렉스 하슬람은 "1961년 8월 스탠리 밀그램은 뉴헤이븐의 주민들을 불러 기억과 학습에 관한 실험에 참가하도록 했는데, 이들이 참여한 실험은 알고 보니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밀그램이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피실험자가 학생에게 처벌을 가하는지 여부였다. 기억과 학습에 관한 연구라기보다는 타인에게 치명적인 충격을 가하라는 명령에 사람들이 복종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교묘하게 고안한 연극이었던 것이다. 심리학 실험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이유로 참가자들은 누군가를 살해할 수 있는 걸까? 표면적으로 봤을 때 이 질문의 답은 '그렇다'이다."

    ◇ "'복종'은 밀그램 연구의 일부일 뿐…그다지 흥미로운 부분도 아냐"

    또 다른 심리학자 스티브 레이처는 "밀그램은 그 당시 가장 충격적인 사회현상인 집단학살에 대해 연구하고자 했다"고 실험의 목적을 설명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 우리가 권위와 직면하게 되면 독특한 심리적 변화가 찾아오고 온순한 추종자가 되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밀그램은 이를 '대리자적 상태'라 불렀다. 권위자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데 너무 집중해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 채 부주의하게 타인에게 해를 가하게 된다고 봤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무신경한 관료나 몽유병 환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밀그램의 실험에 대한 이러한 단순 해석에는 커다란 위험이 똬리를 틀고 있다. 지난 세기, 인류를 악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나치·일제의 가해자와 조력자들에게 "나는 그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거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레이처는 "만약 여러분이 사람들에게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복종하게 돼 있어' '인간 심리라는 게 원래 그래'라고 이야기한다면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책임질 필요도 없고, 책임질 필요가 없다면 처벌할 수도 없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밀그램의 설명은 너무나도 강렬해서 마치 우리 사회의 유행처럼 번졌다. 모든 상황에 적용 가능한 설명이니까. 나치 집단학살뿐 아니라 현대에 벌어지는 집단학살, 사람들이 경솔하게 저지르는 나쁜 행동도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은 밀그램의 연구에서 '복종'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사람들은 때로는 권위에 복종하지만, 때로는 거역한다는 것을 말이다. 저항하는 것이다."

    밀그램의 실험 가운데 가장 유명한 버전에 따르면, 65%의 사람들이 450볼트의 치명적인 충격을 가했다고 한다. 이는 곧 35%의 사람들은 다른 선택을 내렸고,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알렉스 하슬람은 "밀그램의 실험과 후속 연구를 살펴보면 복종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종은 이 연구의 일부일 뿐이고 그다지 흥미로운 부분도 아니다. 밀그램의 연구는 인간성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도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언제 좋은 일을 하고 언제 나쁜 일을 하는지, 왜 다르게 행동하는지에 관한 고민이 담겨 있다고 본다. 이런 심리적 갈등 속에서 이 연구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고,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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