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우 수석 측에 유리한 수사기법을 구사하면서 '맹탕수사'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우 수석의 통화내역조차 확보하지 않은 채로 아들 보직 특혜 의혹 수사에 나선데다, 화성시까지 인정한 우 수석 처가의 차명땅 의혹 부지를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검찰 행보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1일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지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압수물 등을 토대로 우 수석 아들 우모(24) 상경의 보직특혜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수사팀은 서울경찰청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29일 현장에서 우 상경의 동료 운전병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우 상경의 전입 당시 사정을 상세히 파악했다. 서울청 관계자들과 우 수석이 주고 받은 통화내역도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수사팀의 통신내역 조회는 현 시점에서 크게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우 상경이 운전병으로 선발된 시점은 지난해 4월로, 통신사의 의무 통화내역 보관 기간인 1년을 훌쩍 넘는 시점이다.
여기에 우 수석 본인의 동의가 없어 통화내역도 확보되지 않았고, 지난 압수수색에서 우 수석 본인의 휴대전화를 가져온 것도 아니다. 수사팀이 명확히 의혹을 규명하기 까다로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자칫 수사가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 수석 처가의 경기도 화성 차명땅을 압수수색 대상지에서 제외한 부분도 수사 의지를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화성시는 해당 부지가 그동안 자체 조사 등으로 우 수석 처가가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소유한 차명 부동산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의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수사팀은 총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도 해당 부지를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기흥CC 주변 땅들도 차명 소유한 의혹이 제기돼 있고 시민단체들에 고발돼 있다.
이에 대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전날 "화성시 땅 의혹을 살펴보려면 (우 수석) 처가 소유의 땅인 골프장과 관련해서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압수수색 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까지 나서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 여론이 커지자 수사팀은 전날 오후에야 뒤늦게 화성시 차명땅 수사에 나섰다.
수사팀은 전자결재시스템을 통해 화성시에 우 수석 아내, 처가와 관련한 농지법, 부동산실명법 위반 의혹에 대한 수사협조요청 공문을 보내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압수수색 할 때 제외할 정도로 후순위로 미뤄뒀던 의혹이지만, 국민적 여론이 악화된데다가 화성시의 수사의뢰가 예상되자 뒷북 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팀이 우 수석을 크게 흠집을 내지 않으면서도 오해를 받지 않겠다는 스탠스(입장)을 정한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곳을 골라 압수수색을 하면서 겉으로는 수사 의지를 드러내는 일종의 '구색맞추기'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 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국기문란' 행위라고 규정한 사안에, 검찰이 기본적으로 우 수석에 대한 '봐주기 수사', '맹탕수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도 "(검찰이) 혐의를 대거 입증할 만한 큰 건이 아닌, 소소한 의혹들만 확인하는 것 같다"며 "수사하는 시늉을 내다 한두달 내에 적당한 선에서 (재판에) 넘길 건 넘기고 무마할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