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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뉴스] 탈북자 A씨는 왜 다시 '탈남자' 됐나?

사회 일반

    [훅!뉴스] 탈북자 A씨는 왜 다시 '탈남자' 됐나?

    탈북의사 왜 청소부로 전전했을까?

     

    -"자갈밭에서 모내기"…탈북자들의 헬조선歌
    -의사들, 학력심사 후 면허시험 합격해야
    -우리국민 55% "탈북자고용 차별 크다"
    -"말투, 외모, 사고·행동양식 달라 차별"
    -탈북자지원 예산1200억, 행정비로 줄줄
    -차별피해 남한 떠나는 脫南者들도 많아
    -영국이민 탈남자 "자녀교육 답답했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어김없이 권민철 기자가 함께합니다. 권기자 어서 오세요.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훅뉴스는 무슨 뉴스의 이면을 훅 파 볼까요?

    ◆ 권민철> 오늘도 음향 하나 준비했습니다. 이거부터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40대 탈북자가 건물 안에서 유리벽을 닦다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북한에선 산부인과 의사였지만, 국내에선 자격을 인정받을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결국, 공사장을 전전하고, 미화원 일을 하다 변을 당했습니다."

    ◇ 김현정> 이 뉴스군요. 한 달 전쯤 발생한 의사출신 탈북자의 추락사 사고.

    ◆ 권민철> 지난달 13일 발생했죠. 북한에선 엘리트였는데 남한에선 청소부로 일 해왔고, 사고당시 안전모도 생명줄도 없이 맨몸으로 고층에서 일하다 변을 당한 40대 탈북자, 오늘 훅뉴스는 어느 탈북자의 안타까운 죽음 뒤에 가려진 여러 불편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 김현정> 탈북자 문제, 이 시간에도 가끔씩 다뤘지만,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은 거 같아요. 이번 사건, 제일 궁금한 거, 의사였던 분이 어떻게 전혀 관련 없는 청소 일을 하게 됐던 거죠?

    ◆ 권민철> 이 분 2006년에 입국한 뒤 공사판을 전전하다 2010년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건물 주차관리와 청소일 을 하는 용역업체인데 환경미화 업무를 해 왔습니다. 북한 의사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 때문이었죠.

    ◇ 김현정> 북한에서의 자격은 국내에서는 쓸모가 없게 되는 건가요?

    ◆ 권민철> 그렇지 않습니다. 현행법(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심사를 통해 북한 학력과 자격을 인정해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의사도 마찬가지. 하지만 고인은 중병에 걸린 부인과 자녀를 돌보느라 학력 심사 볼 시간은 물론, 의사 면허시험을 준비할 상황도 못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늘 의사로 재기하겠다는 뜻은 굽히지 않아왔다고 합니다. 회사 동료의 이야기 들어보죠.

    "유품 정리하다보니, 의사 책이랑 다 사놓고 공부한 흔적 있더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의학용어를 대부분 러시아어로 썼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런 부분도 본인도 책도 사고 공부한 흔적이 있더라고요."

    ◇ 김현정> 한국에서는 영어로 돼 있어 다시 공부해야 되니까? 이 분도 여건이 됐다면 언젠가는 의사가 됐을 수도 있었겠네요?

    ◆ 권민철> 그랬는지도 모르죠. 이 분처럼 북한에서 의사를 하다가 넘어온 분이 꽤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과 돈이 없어서 실제 의사 자격을 딴 사람은 극히 소수이고, 대부분은 고인처럼 다른 일을 하거나, 아니면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탈북 의사들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한 탈북자의 이야기입니다.

    "주변에도 불법 의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변에. 거기서는 의사 했는데 여기서 인정 안 해주니까 집에서 불법으로 합니다. 의료를. 한국 사람들도 침도 맞고 합니다. 거기(북한)는 한의사 뿐 아니라 의사도 침도 놓고, 뜸도 놓고 다 합니다."

    ◇ 김현정> 약간 위험해 보이는데, 그래도 남한에서 어떻게든 생존하려는 몸부림처럼 느껴지는데, 이런 의사 출신 같은, 엘리트라 할 수 있는 탈북자들이 얼마나 넘어오나요?

    탈북 여성들이 가족생각에 슬픔잠겨 있다. (사진=자료사진)

     

    ◆ 권민철>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다만 2014년 통일부가 탈북자 실태 조사한 내용을 보면 짐작이 갑니다. 탈북자 1만 2,7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요. 북한에서 상류층으로 살았다고 답한 사람이 12.7%였습니다. 전문직, 관리직에 종사했던 사람도 7.2%, 대학교중퇴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도 10.1%였습니다. 이런 걸 종합해 보면 탈북자 10명 가운데 1명꼴은 엘리트 출신라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의사 말고 또 어떤 전문직이 있나요?

    ◆ 권민철> 외교관이나, 군·노동당·기관 출신, 교사 등도 거기에 포함되겠죠. 관에 몸담았던 사람들은 정보가치가 있어서 우리당국이 공공영역에서 일하게 하지만 의사나 교사 같은 민간영역의 전문직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 김현정> 사실 이번 사건이 의사 출신 탈북자이다 보니 더 주목을 받았지만, 일반 탈북자들 관련 사건은 그런 관심조차 끌지 못하잖아요?

    ◆ 권민철> 그렇죠. 벌써 탈북자들이 3만 명이나 남한에 입국했는데, 이렇게 고등교육까지 받은 사람들도 대접을 못 받는데, 하물며 일반 탈북민들은 어떻겠어요. 우리 사회가 탈북자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 때 북한 주민들을 향해 마치 탈북을 권유하는 듯 한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부분 다시 한 번 들어보시죠.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 김현정> 어떤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해주겠다? 우리 현실 보면 이 말이 맞나, 좀 민망해지는 이야기입니다.

    ◆ 권민철> 제가 입수한 자료를 보시면 아마 얼굴이 더 화끈거리실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어떤 자료인가요?

    ◆ 권민철> 미공개 자료를 어렵게 빼냈는데, 바로 이 겁니다. 우리국민들이 탈북자들에 대해 얼마나 차별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 실태를 담은 조사 보고서입니다.

    ◇ 김현정> 국가인권위에서 조사한 걸로 돼 있네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여기 보시면 국민들이 4가지 영역에서 탈북자들을 얼마나 차별하고 있는지가 나와 있습니다. 먼저 고용(채용, 배치, 승진, 퇴직 등) 분야에서는 큰 차별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55%나 됐습니다. 차별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33% 뿐이었고요. 여기서 탈북자의 음성 들어 보실 텐데, 이분은 남한에서 어렵게 관련 자격증을 따서 회사 재무팀장까지 올랐다가 강등한 아픈 경험이 있는 분입니다.

    "탈북자는 도둑놈이 아니라고요. 탈북자가 재무팀장 하면 회사 돈을 도둑질 합니까? 탈북자여서 주요 직책에 두지 말라는, 탈북자여서 돈을 만지는 일을 시키지 말라는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너무나 제가, 다시 북한으로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 김현정>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거 같은데, 직장에서 차별 느끼신 분이고, 다른 영역에서 조사된 내용은 어때요?

    ◆ 권민철> 시설(교통, 상업시설 등)이용하는 탈북자들에 대해 차별이 없다고 인식한 우리 국민은 33%뿐이었고요, 교육 성희롱 부분에서 차별이 없다고 인식한 국민 비율은 각 35%, 41%였습니다.

    ◇ 김현정> 우리 남한 사람들이 느끼기에 차별하고 있다고 인식한다는 거죠? 이렇게 차별을 하고 있는 이유도 조사됐나요?

    ◆ 권민철> 그거는 남한 국민들이 탈북자들에게 얼마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와 관련이 있겠죠. 이 조사에서 국민들 45.6%는 탈북자에 대해 편견이 크다고 답했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탈북자들을 대하고 있다는 건데, 그 원인으로는 말투, 외모, 사고방식, 행동양식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 김현정> 남한 국민들의 배타성이 탈북자들의 정착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해야겠네요?

    ◆ 권민철> 이러다보니 다시 남한을 등진 탈북자도 적지 않은 거 같습니다.

    ◇ 김현정> 등졌다면 다시 제3국으로 떠나는 경우에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힘들게 남한까지 들어왔다가 다시 제3국으로 떠나는 탈북자들. 이들을 탈북자에 빗대 탈남자(脫南者)들 이라고도 하더군요. 물론 이들이 전부 남한의 차별에 못 이겨 탈남했다고 보기는 어렵겠죠. 게 중에는 평생을 사회주의 체제에서 살아오다, 어느 날 갑자기 체제가 다른 사회에서 살려다 적응하지 못해 떠난 경우도 있었을 테니까요.

    ◇ 김현정> 그렇게 탈남한 탈북자 이야기도 혹시 들어봤나요?

    ◆ 권민철> 어렵게 수소문해서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 분인데, 이 분은 2007년 남한에서 영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한두 가지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큰 동기는 남한에서 아이들을 키울 자신이 없어서였다고 하더군요. 이 부분 들어보시죠.

    "그 때 당시에 애를 하나 학교까지 졸업시키는데 2억 원이 든다고 했어요. 저희는 북한에서부터 왔잖아요. 저희가 친척이 있기를 하나, 그렇다고 물려받을 재산이 있기를 하나 아무것도 걸릴 게 없잖아요. 저희같이 맨주먹으로 사는 사람이 언제 그걸 벌어서 애들을, 앞을 생각해 보니 그게 정말 답답한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왔어요. 한국이나 영국이나 저희에겐 똑같은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볼 때는."

    ◇ 김현정> 이런 사람들이 많나요?

    ◆ 권민철> 통일부에 물어보니, 그런 통계는 별도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군요. 이 게 불편한 문제라 의도적으로 외면한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방금 통화한 사람에게 물어보니 영국에만 1천 명 정도 되는 탈북자들이 모여 살고 있다고 하더군요. 거기엔 북한에서 곧바로 넘어간 탈북자들도 있겠지만요.

    ◇ 김현정> 안타까운 이야기다. 탈북자들, 미리 온 통일이라고 하더니… 탈북자들이 잘 정착하도록 뒷받침할만한 게 없을까요?

    ◆ 권민철> 사실 제도는 없는 게 아닙니다. 아마 지구상에서 우리만 가지고 있을 탈북자 지원법(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도 갖추고, 한해 1230억 원의 예산도 투입하고 있으니까요.

    ◇ 김현정> 그런데도 탈북자 문제가 끊이질 안잖아요.

    ◆ 권민철> 우선은 탈북자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 같습니다. 가령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을 통해 한해 230억원 정도를 탈북자 지원에 쓰고 있는데, 상당액이 행정비용으로 세고 있습니다. 더민주 김경협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를 보니, 전체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만(112억원)만 탈북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갔을 뿐, 30%정도는 재단 운영하는데 사용한 걸로 돼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럼 지금 탈북 한다면 얼마나 지원 받나요?

    ◆ 권민철> 보통 입국을 하면 정착지원금 명목으로 1인당 500만 원 정도 지원 받습니다. 4인 가족으로 하면 2000만원 정도 되죠. 하지만 국내 입국할 때 도움을 주는 탈북 브로커들에게 사례금을 지급하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을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착 이후에 의료, 교육, 복지 각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받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대로 통일부의 예산집행 비효율성이 떨어지다 보니까 탈북자들 사이에 재단에 대한 불신감도 크더군요. 들어보시죠.

    "인건비 너무 많이 나간다고 국정감사 때 비판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정도로 오죽하면 탈북자 단체들이 나서서 이야기 할 때 재단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실제 없었으면 좋은 게 아니라 너무 한심하니까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리가 나왔던 겁니다."

    ◆ 권민철> 이런 문제를 통일부 관료주의의 폐해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인가요?

    ◆ 권민철> 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서는 탈북자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각 지역으로 예산을 내려 보내 탈북자들이 진짜 원하는 곳에 집행되도록 해야 하는데, 이걸 통일부라는 중앙정부가 꽉 틀어쥐고 있으니 문제가 생기는 거라는 얘기입니다.

    ◇ 김현정> 돈도 중요하지만 앞서 권기자 말씀하신 남한 국민들의 편견도 시정돼야겠죠?

    ◆ 권민철> 맞습니다. 차별은 심하죠, 정부 지원은 답답하죠, 그래서 어느 탈북자는 남한 정착을 자갈밭에서 모내기 하는 것으로 비유하더군요. 어떤 탈북자들은 자신을 '2등국민'으로 부르기도 하고요.

    ◇ 김현정> 같은 국민, 같은 민족에 1등 있고, 2등 있을 수 없죠. 정부가 이달부터 북한인권법 시행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북한 주민들 인권 신장을 위해서라는데, 이미 남한에 들어와 있는 북한 사람들의 권리조차 이렇게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서, 우리가 어떤 걸 챙길 수 있다는 건지 의심스럽기도 하네요.

    ◆ 권민철> 탈북자들을 자꾸 국내정치에 악용하는 못된 습관도 있는데, 이번에 다시 한 번 반성들 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탈북의사의 죽음 뒤에 가려진 여러 문제 권민철 기자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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