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전남 신안의 섬마을 관사에서 홀로 거주하던 여교사가 동네 주민에게 집단 성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한 뒤 정부가 내놓은 안전대책 추진이 늦어지고 있다.
23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정부는 사건 발생 1개월 뒤인 6월 22일 도서벽지 근무 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관련 예산 확보가 지연되면서 관사 안전장치 설치가 애초 계획보다 미뤄졌다.
정부는 대부분 도서벽지 관사에 폐쇄회로(CC)TV나 비상벨은 물론 출입문 자동잠금장치조차 없는 등 기본적인 안전대책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자 8월 말까지 관사 보완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에 특별교부금 배정이 이달 초에야 이뤄지면서 일선 학교에는 21일 예산이 배부됐다.
인천의 경우 8월 말 기준으로 도서벽지 관사 97동 가운데 비상벨이 설치된 곳은 11%, CCTV가 설치된 곳은 30%에 그치고 있다. 방범창조차 없는 관사도 전체의 50%에 달한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부의 특별교부금 배정이 원래 계획보다 늦어져 전반적인 사업 일정이 미뤄졌다"면서 "학교들에 정부 지원 전에 자체 예산을 우선 투입하도록 독려했지만 규모가 작은 섬마을 학교 살림에서 부담하기엔 액수가 컸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관사 안전장치 설치 등 도서벽지 교직원 근무환경 개선을 서둘러 10월까지는 마치기로 했다.
정부가 도서벽지 여교사 안전대책으로 내놓은 스마트워치 보급도 실제 위기상황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외면받고 있다.
스마트워치는 위급상황에서 긴급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경찰에 신고되는 기능을 갖췄다.
인천의 도서벽지 관사에 거주하는 여성 근무자 210명 중 스마트워치를 신청해 지급받은 인원은 7명(3.3%)에 그쳤다.
정부가 여교사 성폭행 사건 이후 전수조사한 결과 학교와 우체국, 지방자치단체 등에 소속돼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인력 1만723명 중 여성이 4천274명이고 관사에 홀로 거주하는 여성은 1천366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