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에 빠졌던 농민 백남기(70)씨가 사고 317일만인 25일 숨을 거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져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지난 25일 숨진 농민 백남기(69)씨에 대한 수사기관의 부검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변은 26일 논평을 내고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찰은 생전에 사죄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사후에도 패륜적 행태를 벌이고 있다"며 "검찰과 경찰은 고인에 대한 위법하고 부당한 부검 시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백씨는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의식불명에 빠져 사경을 헤매다 전날 오후 사망했다.
검찰은 백씨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시신에 대한 부검이 필요하다는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받아들여 이날 새벽 서울중앙지법에 부검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민변은 "기각 결정은 법적으로나 의학적으로나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라며 "고인의 사망 원인이 직사 살수 행위 때문이라는 것을 당시 CCTV와 진료기록 등이 명징하게 밝혀주고 있어 부검을 하지 않고도 인과관계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의 뇌수술을 집도한 주치의도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함몰 부위를 살펴볼 때 단순 외상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임상적 소견'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신 검시 과정에서 뇌수술을 위해 절개한 두개골 부위 골절상과 관련해 국립과학연구소 법의관이 '직사 살포 직후 충격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고인의 사망은 사인이 명백한 경우로서 부검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검찰은 영장을 청구해 부검을 강행하려 했다"며 "부검 영장 재신청을 검토한다는데, 인과관계 규명을 명분으로 한 시도는 의학적·법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222조는 변사자나 변사 의심이 있는 사체를 검사가 검시할 수 있고, 범죄 혐의가 있거나 긴급할 경우 영장 없이도 검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백씨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백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사망해 사인이 명확한 만큼 부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민변 측 주장이다.
한편, 오는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백씨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어 백씨의 사망 원인과 국가의 책임 문제를 둘러싼 열띤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