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일인 28일 오전 서울 미근동 권익위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청렴'이란 가치를 현실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가치에 맞게 바꿔가자는 것"
성영훈(56) 국민권익위원장이 밝힌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취지다.
성 위원장은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서울 미근동 국민권익위원회 집무실에서 가진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영란법을 계기로 청렴한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 모두의 자발적인 협조가 중요하다"고 거듭 호소했다.
성 위원장은 "아마 김영란법의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윤리를 규범화했다는 것에 대해 말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오죽하면 이런 법률까지 만들어 처벌을 하겠는가"라고 김영란법 시행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그러면서 "김영란법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문화나 관습을 이끌고 나가자는 법이 아니다"라며 "지긋지긋한 부패, 지독한 지연·학연·혈연으로 인한 연고주의, 과도한 접대문화 등을 두고 '도저히 안되겠다'는 압도적 국민 다수가 만들어낸 법"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김영란법은 '필수불가결'한 법이란 얘기다.
성 위원장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은 '부패의 어둠' 속에서 새벽을 향해 날아가는 미네르바의 부엉이(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와 함께 다니는 신의 새. 지혜를 상징한다)"라고 규정했다.
김영란법이 부패의 고리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국 사회 병폐를 정상화하는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일인 28일 오전 서울 미근동 권익위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성 위원장은 법 시행 초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조심스럽게 동의했다.
그는 직무연관성에 대한 해석 등 상황에 따라 애매모호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애매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양심의 소리와 상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기 자신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상식적인 기준에 의해 판단하면 된다는 것.
성 위원장은 각 공공기관에 상주하는 청탁방지담당관에게도 적극 상담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아마 처음 시행되면 남의 옷처럼 낯설고 불편할 것"이라며 "농축산업이나 화훼업, 요식업 등 일부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있는 것도 알고 있지만 관련부처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멸치나 김 선물세트를 만드는 분들은 환호성을 지르는 분들도 많다"며 "곧 법의 취지에 맞게 선물시장도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 (사진=황진환 기자)
성 위원장은 "판례가 쌓이기 전이라도 오히려 완전히 각각 동떨어진 해석이 나오기 쉽지 않은 법"이라며 "애매하면 '왕도'가 있다. '더치페이'를 하거나 '공짜 점심'을 먹지 않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친한 사이에 눈치를 보지 않고 청탁을 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법이란 점"이라며 "'저 친구가 높은 자리에 올라가더니 거만해졌네'라는 소리를 듣거나 눈치보지 않고 청렴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행 전부터 법망을 피해 각종 '꼼수'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위엄을 찾자는 것"이라며 "GDP 11위, 국가브랜드 10위의 국가에서 젊은이들에게 '부패 DNA'를 물려줄 수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성 위원장은 김영란법이 청렴한 사회를 위한 국민 모두의 열망을 모아 안착시켜야 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영란법 시행 초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후세에 부패를 물려주지 않으려는, 후세에 대한 일종의 투자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여러가지 부작용을) 극복할만한 동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께서 (현실세계에 있을 가능성이 없는) 너무 극단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거나, 포퓰리즘이라거나, 곧 사문화될 것이란 냉소적인 자세를 갖지 않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법률 만능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제 나의 이익에는 도움을 주지만 공동체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고는 했던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성 위원장은 "조만간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을 만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두분이 할 얘기가 많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환한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