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으로 국회가 닷새째 파행을 거듭하는 가운데 여야가 개천절 연휴를 앞두고 서로 유리한 여론을 선점하기 위한 막판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30일 "정진석 원내대표가 오늘 오전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국회 파행 사태를 해결하자고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하지만 정작 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만나게 된다면 헌법을 준수하고 (국회의장의) 중립을 확보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책임있게 논의해야 한다"고만 했을 뿐 야당에 대해 명확한 제안은 하지 않았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제안한 게 아니라 앞으로 만나게 되면 그런 걸 얘기해야 되지 않겠냐 라고 한 것이지, 무슨 공식회담을 제안한 건 아니"라며 발을 뺐다. 다만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한 비난 수위는 다소 누그러뜨림으로써 타협의 여지를 남겼다.
이와 달리 이날 회의에서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와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 등은 여전히 강경 기류를 보여 정 원내대표와 현격한 온도차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전날까지만 해도 정세균 의장을 직권남용 등으로 형사고발하고 인신공격성 무차별 폭로에 나섰던 상태다.
이처럼 다소 혼란스러운 새누리당의 모습은 집권여당의 국회 파업에 대한 당 안팎의 비난여론이 비등한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출로찾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정세균 의장과 야당에 대해서는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대외 여론전에선 새누리당도 유연한 입장임을 드러내려는 전략인 셈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국회 복귀를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며 압박 강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추미애 대표는 "어느 나라의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서로 합작해서 국정감사를 파업하고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권리를 막느냐"고 비판했다.
더민주는 특히 새누리당의 정세균 의장 흔들기가 도를 넘어섰다고 보고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더민주는 정 의장 흠집내기를 주도한 조원진, 김도읍 의원에 대해 법적 대응은 물론 국회 윤리위 제소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우상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어제 하루는 쉬었어야 했다"며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한 책임은 전적으로 새누리당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협상 파트너인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정 의장) 방미때 시계문제 등을 언급한데다 형사고발까지 했는데 협상이 되겠나"라며 "(정 의장을) 형사고발 하는 순간 협상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저도 협상을 하고 싶은데 정 의장을 뭘로 설득하느냐"고 탄식했다.
다만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하는 한편 정세균 의장에 대해서도 대승적 태도를 요구하며 중재 역할을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은 국회의 어른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정도의 물꼬를 터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와 수차례 접촉했던 정진석 원내대표는 자신이 정세균 의장에게 했던 말에 대해서 사과를 하겠다고 했다"고 전해 국민의당이 물밑협상을 타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