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8호선 역 가운데 화재 시 승강장에서 외부로 대피하는 시간이 기준을 초과하는 역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실(경기 시흥갑)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5∼8호선 전체 145개 역사 중 화재 시 대피시간이 4분을 초과하는 곳은 51%(74곳)에 달했다.
국토교통부는 도시철도 재난 시 4분 이내 승강장을 벗어나고, 6분 이내 외부까지 대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해 시정운영방향과 주요업무계획에서 지하철 화재 '골든타임'을 3분으로 규정한 바 있다.
대피시간별로는 4∼5분이 걸리는 역이 3곳, 6∼7분 28곳, 7∼8분 18곳, 8∼9분 10곳, 9∼10분 8곳으로 조사됐다. 10분을 초과하는 역도 7곳이나 됐다.
5∼8호선 서울구간에서는 숭실대입구역이 13.0분으로 가장 오래 걸렸고, 버티고개역 12.4분, 영등포시장역 12.1분, 여의나루역 10.6분, 창신역 10.4분, 양평역 10.2분 등 순이었다.
출근 시간 등 혼잡한 시간대 탈출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심도가 깊은 역일수록 '골든타임'에 맞춰 탈출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등에 대비해 역사에 비치된 구호 장비들도 부족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하철역 승강장 당 평균 2개씩 비치된 구호장비함에는 손수건 200장, 2ℓ 생수 10병, 화재용 마스크 100∼500개 등이 들어있는데, 이용 승객 규모를 고려할 때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열차 한량의 정원은 160여명이고, 8량 편성의 경우 총 정원이 1천280명인데, 출퇴근 시간대 승객이 몰리면 혼잡도가 200%까지 증가해 2천560명까지 탑승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규모를 감당하기엔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함 의원실 현장 실태조사 결과 구호장비함에 손수건이 80여개만 들어있는 곳도 있었고, 역 층별로 1개씩 설치하게 돼 있는 양압식 공기호흡기가 충전주기인 3개월을 넘겨 6∼7개월 동안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함 의원은 "시민 다수가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 피해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특히 지하 심도가 깊어 탈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역에 구호 장비를 충분히 비치하고 지하철 개발부에 착탈식 펜스를 설치해 시민이 빨리 탈출할 수 있도록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