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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아이폰은 왜 고속충전을 지원하지 않을까

    고사양에 얇아지는 스마트폰, 배터리 급속충전 불완전하게 만들어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충전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하루 이상을 버티기 위한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고, 방수·방진 기능 적용과 유려한 디자인을 위해 교체식이 아닌 배터리 일체형 제품이 각광을 받으면서 고속충전 기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배터리를 쓰면서도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제각각이다. 배터리 발열을 제어하고 소모량을 줄이기 위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최적화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발화 논란으로 사실상 단종된 갤럭시노트7의 경우에도 단순히 배터리 문제가 아니라 고속충전 기술을 적용할 때 이를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최적화되지 못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의 대부분이 고속충전과 무선충전 기술을 지원하고 있지만 애플의 아이폰은 아직 이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시스템 안정화와 최적화를 선호하는 애플의 엄격한 태도는 배터리 용량을 급격히 늘리지도 불안정한 급속충전을 지원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아이폰 사용자들로부터 배터리 용량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얇아지는 스마트폰의 배터리 용량이 이미 3000mAh 이상까지 넘어가면서 배터리 저장 밀도가 높아지는 등 구조적인 불안을 안고 있다"면서 "여기에 빠른 충전을 돕는 급속충전 기술까지 더해져 배터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기존의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용량은 커지고 폭발 위험성이 거의 없지만 다양한 압력 상황에서 양극과 음극이 자극을 받으면 구조적으로 약해진 배터리의 경우 발화 하거나 폭발할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

    AnandTech

     

    컴퓨터 하드웨어 전문매거진 'AnandTech'가 주요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아이폰의 후면 안테나 선까지 디자인이 흡사해 주목을 받은 중국 브랜드 메이주 프로6(2560mAh)와 삼성전자의 갤럭시S7이 1.51시간으로 가장 짧아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의 중급 기종인 아이폰SE(1624mAh)와 갤럭시노트5(3000mAh)가 각각 1.66시간과 1.67시간으로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갤럭시S7엣지(3600mAh)와 발화 문제가 터진 갤럭노트7(3600mAh)은 각각 1.85시간과 1.88시간으로 조사 대상 중 6위와 7위를 차지했다.

    아이폰6s(1715mAh)는 노트7보다 6분 느린 1.94시간, 올해 새로 출시된 아이폰7(1960mAh)은 2.08시간이 걸렸다. 아이폰7플러스는 배터리 용량이 2900mAh지만 충전시간은 3.07시간이 걸려 비슷한 용량이 갤럭시노트5의 두배 가까이 소요됐다.

    애플의 첫 5.5인치 대화면 스마트폰인 아이폰6플러스(2915mAh)는 3.16시간이 걸렸고, 업그레이드 폰인 아이폰6s플러스(2750mAh)는 2.80시간이 걸렸다.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술을 가진 LG전자의 5.3인치 G5(2800mAh)와 5.5인치 G4(3000mAh)는 각각 2.08시간, 2.29시간으로 용량대비 아이폰과 대체로 비슷거나 조금 빨랐다.

    모델 별로 비교해 보면 애플의 배터리 스펙은 '짠순이'에 가깝다.

    5.5인치 대화면 신작인 아이폰7플러스 2900mAh 3.07시간, 전작인 아이폰6s플러스 2750mAh 2.80시간, 아이폰6플러스 2915mAh 3.16시간이 걸린 것을 비교해 보면 애플이 용량이나 배터리 성능에 큰 무게를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급속충전도 지원하지 않는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배터리 용량이 3000mAh인 5.7인치 갤럭시노트5 1.66시간, 5.5인치 갤럭시S7엣지 3600mAh 1.85시간, 갤럭시노트7 3600mAh 1.88시간으로 대용량 배터리 대비 충전속도는 거의 두 배다. 이는 고속충전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과 아이폰7에 단일 배터리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계 중국기업 ATL이 올해 상반기 기준 점유율 20%로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소니(18%), 삼성SDI(11%), LG화학(10%) 순이다.

    이들 업체 대부분이 스마트폰용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공급한다. 최근 몇년간 이들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에서 발화나 폭발이 발생했다는 유의미한 사건은 찾아보기 힘들다.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산 초기에 있던 불량 등의 문제는 상당부분 개선됐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스마트폰 부품 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10년이 채 안되서 엄청나게 발전했다. 선진국에서 첨단 기술을 개발하면 대부분은 중국에서 부품을 생산할 정도로 중국의 제조산업 기술력도 크게 발전했고, 급속충전 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문제는 스마트폰이 디스플레이, 배터리,카메라, 각종 센서, CPU 등 수백가지 핵심 부품이 결합되고 이를 운영체제와 같은 각종 소프트웨어로 제어하기 때문에 애플처럼 단일 기기와 단일 플랫폼을 가진 회사는 이런 제어 능력이 우수하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빌려쓰고 여러 부품을 조립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완벽한 제어가 어렵다"고 말했다.

    배터리가 단순히 스마트폰을 구동하기 위한 보조 영역이 아니라 기기의 사용 목적이나 사용량, 또 어떤 앱과 하드웨어를 구동하는지에 따라 전력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해졌기 때문에 장난감에 건전지를 넣는 차원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의 고속충전 기능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배터리 셀, 고속충전용 젠더와 어댑터, 이를 지원하는 전용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수년간 국내 대기업 스마트폰 개발을 담당해온 관계자는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애플이 너도 나도 적용하는 고속충전 기술을 역설적으로 그동안 아이폰에 적용하지 않는 이유를 한 번 생각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폰 사용자의 배터리 용량 불만이 높지만 LG나 삼성, 소니 등의 고속충전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불편을 감수하고 보조배터리나 충전 케이블을 휴대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며 "고속충전 기술로 배터리에 부담이 되는 압력을 높이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인지는 한번 생각해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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