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사진=자료사진ㅁ)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국내 정치권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 등으로 북한의 실제적 위협에 강력히 대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미 양국은 19일~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국방장관 연쇄회담을 열어 대응책을 논의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헌화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과의 외교·안보 협의 과정에서 확장억제력의 구체화 또는 실행 보장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19일 열리는 한미 외교·국방(2+2)장관회의와 20일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가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되고 지속적인 위협을 가하는 엄중한 안보상황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도 의의가 크다"며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의 실행을 보장하는 방안,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 여러 과업들을 미국 측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이번 2+2 회의에서 "특히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는 확장억제를 구체화하고 제도화하는 방안에 대해서 심도있는 논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동맹국에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무기를 통한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핵우산과 미사일방어체계 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도 포함한다.
미 해군의 핵 잠수함 오하이오 함. (사진=자료사진)
◇ 전략무기 상시·순환배치 가능성…전술핵, 원자력잠수함은 거론 안할 듯이에 따라 한미 양국이 이번 회담을 통해 어떤 구체적인 대응카드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새누리당과 국방부는 전날 국회에서 '북핵 대비 방위력 증강 협의회'를 열어 북핵 위협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은 '군(軍) 3축체계' 조기 구축과 함께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을 국방부에 강력 건의했지만, 국방부는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은 군사적 효용성이나 기술적 가용성, 주변국 군사 동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사항"이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군 관계자는 "우리가 원자력추진잠수함을 갖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발은 물론이고 일본과 대만 등도 원잠 확보에 나서는 등 군비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원자력잠수함 도입은) 동북아의 군사력 균형도 고려해야하는 복잡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한국이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을 공론화하면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에 이번 한미 회담에서도 원자력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한 논의는 거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전술핵 재배치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국내 일각에선 한반도 유사시 괌 미군기지나 미국 본토의 핵우산 전력보다 더 신속하게 북한 핵을 저지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1990년대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미국이 철수시킨 전술핵무기의 재배치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전술핵 재배치 없이도 한국에 대한 핵우산 공약을 이행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북핵을 둘러싼 역내 대결이 고조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 선택 가능성이 있는 확장억제 카드는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배치나 순환배치가 거론된다.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핵전략폭격기나 핵잠수함, 핵추진항공모함 등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시켜 대북 무력시위를 벌여왔다.
그러나 이같은 단발성 시위만 가지고는 북한의 '핵폭주'를 막을 수 없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전술핵 재배치나 원자력추진잠수함의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상시 배치하거나 순환배치하는 등의 구체적인 확장억제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19일과 20일 외교·국방장관 연쇄회담 직후 북한의 핵폭주를 막기 위한 외교·군사적 대응책을 공동성명에 담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이 선언적 수준을 넘어 실효적 조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