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20)씨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승마특기생'이 신설된 건 과연 오비이락일까, 아니면 '비선실세'인 엄마 최순실(60)씨의 입시 농단일까.
정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특혜 의혹에 대한 교육부 특별감사가 31일부터 시작된다. 서울시교육청도 청담고 입학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 승승장구해온 정씨의 인생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건물 앞에 감사장을 마련, 다음달 11일까지 2주간의 감사에 들어간다. 진행 상황에 따라선 감사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
이번 감사에는 12명의 감사요원이 투입된다. 주요 감사 대상은 △△이대의 체육 특기자 전반에 대한 입시관리 실태 △체육특기자 출석 및 성적 관리의 구조적 부실 여부다.
특히 정씨 입학 과정에서의 특혜 여부에 대한 교육부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이화여대는 고3이던 정씨가 치르던 2015학년도 입시에 승마특기생을 신설했다.
이대측은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지난 2012년 이미 계획된 사항"이라고 밝혔지만, 속속 드러나고 있는 최순실씨의 그간 행태와 영향력을 감안할 때 '사전정지작업'이 이뤄졌을 개연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면접 당시 입학처장이던 남궁곤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심사위원들에게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온 만큼, 대면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당 교수는 논란이 불거지자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한 게 아니라, 메달리스트 학생들이 서류 평가에서 반영이 안 됐는데 전형 취지상 반영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씨가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건 2014년 9월 20일로, 수시원서 마감일인 9월 16일보다 나흘이나 지난 시점이다. 따라서 금메달이 입시 평가에 반영됐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당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다른 체육특기생들의 경우 면접에 가져간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유독 정씨만 금메달을 목에 건 채 면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메달 덕분에 정씨가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했다면, 이대 입학은 취소될 수 있다. 이대 역시 관련 법규에 따라 2018학년도 신입생 입학 정원의 10%를 '모집 정지' 당할 수도 있다.
특히 정씨는 학적뿐 아니라 승마선수 자격까지 영원히 잃게될 개연성마저 있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체육특기자 입학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통해 입학비리에 한 번이라도 연루된 선수는 체육계에서 영구 퇴출하도록 했다.
입학 이후 정씨가 출석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도 높은 학점을 받는 등 학사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사실은 최경희 전 총장을 비롯한 이대측도 시인한 상태.
지난 21일부터 열흘간 서면조사를 벌인 교육부도 "정씨의 결석대체 인정자료가 부실하고 아무런 제출자료 없이 성적을 부여한 사례가 확인되는 등 이대의 부실한 학사관리 실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다른 체육특기자들도 결석대체와 성적부여를 부실하게 운영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감사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씨의 입학 특혜 의혹에 대해선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씨 입학을 둘러싼 문제점이 지난 9월말부터 국회 국정감사에서 일찌감치 불거진 걸 감안하면, 교육부가 한 달가량 이 문제를 검토하고도 입학 문제는 쏙 빼놓은 셈이다.
따라서 여론을 의식한 교육부가 뒤늦게나마 감사를 시작하긴 했지만, 결국 '입학 특혜' 문제는 건드리지 않은 채 '학사 관리'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씨를 둘러싼 의혹 규명 움직임은 고입 당시로까지 불붙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정씨가 승마특기생으로 입학해 3년간 다닌 청담고에 대해 "전면적인 특별감사로 전환, 사실을 규명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청담고의 체육특기학교 지정과정 △2012년 정씨의 입학경위 △정씨의 '출석인정결석' 근거가 된 승마협회 공문의 진위 여부 △정씨의 실제 대회 및 훈련 참가 여부 △최순실씨의 청탁 및 외압 여부 등이 집중 조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