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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60) 씨가 31일 검찰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선다.
전 남편이자 역시 비선실세로 지목됐던 정윤회(61) 씨가 "엄청난 불장난" 발언을 꺼내며 검찰에 출석한 지 약 2년 만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3시 최 씨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영국에서 돌연 자진 귀국한 지 하루만이다.
최 씨의 변호인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밀리에 출석할 이유가 없다"며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것임을 예고했다.
정윤회 씨는 2014년 12월 10일 이른바 '정윤회 문건' 당시 검찰에 출석하면서 '불장난 발언'으로 의혹을 거칠게 부인했다.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지리라고 생각한다. 국정개입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게 정 씨가 내뱉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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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도피 과정에서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했지만, '권력서열 1위'로 지목되며 베일에 가려져있던 최 씨는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최 씨에 대한 검찰조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관여와 800억 원대 기금 유용을 통한 사유화,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정농단 의혹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딸 정유라(20)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최 씨의 법률 대리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두 재단 자금 유용 의혹을 상당 부분 부인하는 취지로 말해, 최 씨가 검찰조사에서도 뇌물과 횡령 혐의를 대부분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 추적을 통해 일부 확인된 내용을 인정하겠지만, "변호사로서 (최 씨를) 도와줄 여지가 있겠다. 법적으로 할 이야기가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게 이 변호사의 말이다.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국방·외교·경제·대북 관련 기밀 문건을 사전에 최 씨가 받아봤다는 근거가 된 태블릿PC에 대해서도 이 변호사는 "'자기(최 씨)는 태블릿PC는 안 쓴다'는 취지"라며 "'여하튼 이상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 씨가 이 변호사를 통해 "검찰 수사에 적극 순응하겠으며 있는 그대로 진술하겠다", "국민 여러분께 좌절과 허탈감을 가져온 데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적극적으로 의혹을 부인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윤회 씨는 검찰 소환 때 15시간 조사를 받고 나와 "불장난의 배후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수사결과를 지켜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듬해 1월 검찰의 수사결과는 '풍문을 과장해 박관천 전 경정이 짜깁기를 했고,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시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에게 전달됐다'는 거였다.
하루 동안 침묵을 지키던 청와대는 이튿날 "몇 사람이 개인적 사심으로 인해 나라를 뒤흔든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것이 밝혀졌다"는 입장을 냈다.
이후 조 의원은 1‧2심에서 무죄가, 박 전 경정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 일부만 유죄로 인정됐다.
박 전 경정은 검찰조사 당시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은 최 씨가 1위, 정 씨가 2위이며 박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