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대의 사기꾼 최태민 일가
- 朴대통령, 빨리 하야하고 치료 받아야
- 최순실, 사태 파악 못한 듯
- 박근혜 상태 알고도 데려온 보수세력
- 국민 상대로 박근혜 이용한 '범죄자'
- 진상규명·책임자 처벌만이 치유법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9:05~19:50)
■ 방송일 : 2016년 10월 31일 (월) 오후 19:0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태형 소장 (심리연구소 '함께')
◇ 정관용> 최순실 씨 비선실세 의혹의 진상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과거부터 오늘의 이 모습을 암시하는 내지는 예상하는 발언을 했던 인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죠. 1년 6개월 전이니까 2015년 4월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내놓은 분이 있는데 그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심리적으로 의존 상대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대통령을 하기 싫은데 배역을 맡아서 억지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이 분석 내놓으신 분, 심리연구소 ‘함께’의 소장을 맡고 계십니다. 임상심리학자시죠. 김태형 소장을 초대했습니다.
◆ 김태형> 안녕하세요.
◇ 정관용> 2015년 4월에 이런 분석을 무슨 근거로 내놓으셨어요?
◆ 김태형> 박근혜 대통령의 어린 시절에 대한 자료는 사실 풍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육영수 여사에 대한 자료가 일단 부족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추측건대 그렇게 좋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부부가 부부싸움을 굉장히 많이 한 걸로 제가 확인했거든요. 부부싸움이 굉장히 잦았습니다. 특히 여자문제로.
이런 경우에 자녀들의 심리상태가 건강하지 않고 불안한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아주 건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예측을 했을 때 이걸 전제로 놓고. 아니면 그게 괜찮다고 보더라도 어떤 사건이 벌어지냐 하면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건이 벌어지죠. 그 사건이 굉장히 예사롭지 않죠. 그게 세상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인간에 대한 두려움 이런 걸로 확대가 됐을 것 같은데. 이제 이때 치료를 했었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그 트라우마가 보통 트라우마가 아닐 테니까 당연히 치료를 해 줬어야 하는데 인식이 부족한 측면도 있었겠지만 저는 박정희 대통령이 딸을 정신적인 측면에서 학대한 케이스라고 봐요.
◇ 정관용> 곧바로 영부인 역할을 시켰죠.
◆ 김태형>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시켰죠. 저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고무적으로 비우든 아니면 다른 사람을 시키든 하지 딸을 어머니를 잃자마자 그 자리에 내세운 것은 상처 치유에 굉장히 좋지 않다고 봅니다.
◇ 정관용> 치료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학대했다.
◆ 김태형> 저는 학대했다고 생각합니다. 딸을 정말로 사랑했다면.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하고 관계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제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어머니 저격사건 자체를 제외하더라도 아버지가 난폭한 편이고 여성편력도 심하고 등등 이렇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그렇게 아버지 쪽에 밀착된 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 쪽이지.
그런데 이 상태에서 어머니를 잃었기 때문에 굉장히 두려움이 컸을 거예요. 고독감도 컸을 거고.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느낌 그리고 세상이 매우 무섭다. 내가 정말 이제 어디에 나가서 어디를 돌아다닐 수 있을까 마음대로. 이런 생각까지 했을 텐데 이때 이걸 절묘하게 이용한 사람이 최태민인 거죠. 최태민은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봐야 되는데요. 아마 박근혜가 어떤 데에 취약한가를 예상을 했겠죠, 사기를 워낙 잘 치니까.
◇ 정관용>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청와대에 편지를 보냈다는 거 아니겠어요.
◆ 김태형> 그렇습니다. 특히 어머니 얘기를 했죠. 어머니가 꿈에 나타났다.
◇ 정관용> 자기 꿈에 나타났다.
◆ 김태형>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만나보고 싶었을 거예요. 그런 얘기를 했으면. 이게 긴가민가하더라도. 그래서 불러서 만났더니 일설에 의하면 어머니 빙의된 연기를 했다는 얘기도 있고.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혼자 남았다는 게, 무섭지 않았겠습니까?
◇ 정관용> 세상이 다 무서운데.
◆ 김태형> 그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 한 명 의존할 만한 대상이 있어야 되는 거죠.
◇ 정관용> 아버지도 안 됐고.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박근혜 영애, 구국선교단 총재 최태민과 담화를 나누는 모습(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 김태형> 안 됐으니까. 누구라도 있어야 되는데 그걸 최태민이 적절하게 타이밍에 나타나서 제공해 준 거죠. 그래서 이제 심리적 의존관계가 저는 시작됐다고 보고요. 그 패턴이 깨지는 과정이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그다음에 아버지가 또 돌아가신 것도 상당히 이것도 충격적이죠.
◇ 정관용> 심복한테 총을 맞았으니까.
◆ 김태형> 맞습니다. 가까운 사람. 이게 준 충격도 큽니다.
◇ 정관용> 더 불안해지겠군요. 아무도 못 믿고.
◆ 김태형> 그렇죠. 누구를 믿겠습니까? 아주 가까운 사람. 얼굴 보던 사람한테 죽었단 말이죠. 그러면 인간에 대한 불신은 한참 심해지고 이것도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날 텐데 한마디로 세상을 아주 무서워하는 심리를 가지게 될 수밖에 없는 두 번의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 최태민한테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것으로 굳어졌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40년이거든요. 그러면 이거 바꿀 수 없죠, 이 패턴은.
◇ 정관용> 변화가 불가능하다?
◆ 김태형> 그렇죠. 한번 고착되면. 인간관계에서의 어떤 패턴은 한 번 고착되면 잘 안 바뀝니다. 그런데 이게 시간이 이미 40년입니다. 굉장히 길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저는 봤던 거죠.
◇ 정관용> 세상도 두렵고 믿을 사람 아무도 없는데 의지할 곳 한 곳이 딱 있다?
◆ 김태형> 그렇죠. 극소수였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럼 거기에 전적으로 모든 걸 의존한다?
◆ 김태형> 그렇죠. 그다음에 또 한 가지는 이 최태민이란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인관계를 차단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저는 이 점이 상당히 사실 범죄시 돼야 될 사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박지만 하고 박근령 두 분이 1990년대 초인가요. 하여튼 노태우 대통령한테.
◇ 정관용> 탄원서까지 썼다면서요.
◆ 김태형> 탄원서 내용 중에 그런 게 나오죠. 최태민이 언니와의 관계를 차단한다. 인적교류를 차단, 통제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 정관용> 어찌 보면 가장 가까울 수 있는 동생들인데. 거기까지도 차단을 했으니까 이런 탄원서까지 나온 거 아니냐.
◆ 김태형> 그렇죠. 그렇다고 보면 최태민이란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을 차라리 사회생활을 그냥 하도록 풀어줬으면. 다니면서.
◇ 정관용> 그렇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보면 인식의 변화가 생길 수도 있는데.
◆ 김태형> 그렇죠. 최태민이 이상하다는 생각도 할 수 있어요. 정상적으로 학교도 잘 다니고, 혼자서. 시장도 다니고 친구들이랑 놀기도 하고 그랬으면 되는데 그게 아니고 최태민이라는 사람이 완전히 컨트롤했다는 거죠.
◇ 정관용> 실제로 보면 박정희 대통령 시해 이후에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까지는 상당히 은둔 비슷한 생활을 하지 않았었습니까?
◆ 김태형> 입문하고도 그랬습니다. 입문하고도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다이렉트로 못 만납니다, 사람들이. 사람들이 주변에 항상 인해장막이 있었고 허가 없이는 접근이 안 됩니다. 이걸 좀 심하게 얘기하면 감금 아니냐. 사실상. 최태민이 개인적 목적을 위해서 교묘하게 사람을 위해서 오랫동안 이렇게 사람을 컨트롤 한 게 아니냐, 이런 생각도 들고.
◇ 정관용> 여기에 무슨 종교적인 이런 것도.
◆ 김태형> 종교가 들어가면 훨씬 더 강력해집니다.
◇ 정관용> 강력해진다?
◆ 김태형> 왜냐하면 무력감이나 불안감이 심한 사람이 강한 힘 앞에 취약하거든요. 그러니까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면 누가 와서 마술 같은 거 부리고 이러면 쇼한다고 생각하죠. 오히려 이성적인 판단에 기초해서 불신합니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사진=시사자키 제작팀)
그런데 광신도 집단들을 연구해 보면 이 사람들은 자아가 취약하고 불안감도 있고 무력감이 심하니까 그렇게 마술을 한번 보여주면 다 넘어가요. 강한 힘 앞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이게. 이성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그래서 보통 불안감과 무력감 같은 게 심한 사람, 공포가 심한 사람들은 강한 힘을 제공해 줬을 때 거의 광신도가 되는데요. 박 대통령의 심리가 그랬을 거라고 보고 최태민이 종교를 거기에 이용한 거죠. 그러자 더 강력하게 이 의존관계가 굳어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정관용> 최태민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쭉 들었는데 그런데 세상을 떠난 지 한참 됐잖아요. 그 딸, 지금 최순실이 아니라 그 언니가 더 실세니 뭐니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마는 어쨌든 그 최태민이 아닌 그 딸들과도 똑같은 그런 관계가 이어질 수 있나요?
◆ 김태형> 이어져야만 하죠.
◇ 정관용> 존재가 다른데?
◆ 김태형> 왜 이어져야 하냐면 박근혜 대통령의 기존심리는 의존 대상이 있어야 되는 겁니다.
◇ 정관용> 누군가는 있어야 하는군요.
◆ 김태형> 혼자 힘으로 설 수가 없기 때문에. 그래서 이어져야 됩니다, 누구한테인가. 그게 이어지기 쉬운 조건이었죠. 혈육관계에다 종교적으로 후계자까지 됐으니까. 얼굴도 최태민이 살아 있을 때 보던 사이고. 넘어가기가 아주 쉽죠. 일단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의존 상태가 필요 없어지는 시점이 그런 시점이 아니고 계속 누군가가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도 다수도 아니고 극소수. 대인 불신이 높으니까. 그랬을 때 최태민이 사라지면 바로 누군가가 대체해 줘야 됩니다. 만약에 지금 최순실 씨가 구속됐다, 접촉이 도저히 안 된다, 어떤 식으로든. 그러면 누군가 또 생겨야 됩니다. 이 역할을 해 줘야 됩니다. 그게 안 됐을 때 저는 정신적으로 상당히 위험해질 거라고 예측했던 거죠.
◇ 정관용> 소위 문고리 3인방에 우병우 수석까지 다 청와대에서 내보냈단 말이죠. 최순실 씨는 지금 검찰에 가 있고. 그러면 또 누군한테 그걸 의지할 수 있을까요.
◆ 김태형> 최순실 일가가 제공했던 만큼의 강력한 보호능력. 그러니까 정신적인 지배능력은 보여줄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불안감이라든가 이런 걸 덜어내는 데서는 미흡하다는 거죠. 최 씨 일가만큼은 못 할 거라는 거죠. 그래서 그때의 그 심리상태,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어떤 결과를 유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빨리 하야하고 정신감정도 받고 치료도 받고 다른 사람도 접촉을 하게 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즉 객관적인 전문가들. 또 국민들.
◇ 정관용> 일반적으로 이렇게 반드시 어떤 사람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그런 유형의 심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그 의존상대가 사라지면 어떤 패턴을 보입니까?
◆ 김태형> 아주 두려워서 완전히 고립돼서 정신적으로 붕괴하는 경우가 있고요. 그렇지 않으면 폭발합니다.
◇ 정관용> 폭발해요.
◆ 김태형> 제가 연산군을 예로 들었는데 1년 6개월 전에. 연산군이 마지막까지 의존 상대가 정희왕후였습니다, 세조의 부인. 그분이 할머니인데 돌아가시자마자 사화를 엄청나게 일으키고 하여튼 수틀리면 다 죽이는 식의 광풍을 일으키는데요. 이 때문에 사실은 반전이 일어났거든요. 측근들도 아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막 죽이니까. 이걸 저는 폭주라고 했었는데 그런 위험이 있다는 거죠. 폭발해서 정말 이성을 잃고 마구 이렇게 폭주할 위험도 있습니다.
◇ 정관용> 최순실 씨는 지금 어떤 상태일 것 같습니까?
◆ 김태형> 최순실 씨는 아직 상황판단을 그렇게 정확하게 못하는 상태인 것 같은데요. 들어왔을 때의 표정이나 여러 가지 조치하는 걸 봤을 때. 이 사안의 심각성을 아직 심각하게 모르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최순실 씨의 심리분석도 가능합니까?
◆ 김태형> 지금은 그 자료가 너무 적습니다.
◇ 정관용> 예를 들어서 최태민을 바로 이어받아 똑같은 패턴으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가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의존 상대였다고 친다면 그런 식의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 접근해서 희대의 사기꾼, 이런 표현을 썼잖아요. 그렇게 자기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의 어떤 패턴도 있습니까?
◆ 김태형> 그런 사람들이 사기꾼인데요. 일단 타인의 심리를 잘 읽습니다, 그 사람들이. 그리고 상대방의 약간 고리에 필요한 것을 제공을 잘 해 주죠. 그런 말도 잘 해 주고. 그러니까 이제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그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집니다. 다른 사람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자기의 내면의 약한 고리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주거나 위로를 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어머니를 잃은 뒤에 그 얘기를 꺼냈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는 대단히 탁월한 실력이 있다는 거거든요. 저는 사기꾼들이 한 측면에서는 인간을 이해하는 데서 상당히 놀라운 촉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된 '비선실세' 최순실 씨 (사진=황진환 기자)
◇ 정관용> 그런데 40년이 쭉 이어져왔다는 것은 최순실 씨도 그 아버지와 비슷한 정도의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할 만큼의 능력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 거죠.
◆ 김태형> 있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런 사기꾼적 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갑자기 자기의 행동들이 막 문제가 되고 드러나기 시작하잖아요. 그럴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겁니까?
◆ 김태형> 일단은 수습 가능하다고 믿고 무리수를 던질 수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타인의 어떤 약점을 간파하고 그걸 능숙하게 다루는 데 뛰어날지 몰라도 시국을 정세를 읽고 국제관계를 읽고 이런 능력은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큰 판에 돌아가는 상황은 못 읽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기들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수를 던지겠지만 그것이 더 많은 분노를 일으키거나 무리수를 둬서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나면 거기서는 벙찌겠죠. 패닉상태. 더 이상 이게 안 되는구나. 이게 뭔가 큰일났구나, 그때서야 그럴 겁니다. 정신적으로 약간 붕괴하는 상태로 갈 겁니다. 지금까지는 자기들의 얕은 수가 통할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흐름이. 그리고 끄나풀도 많은 것 같고요. 검찰이나 특히 국정원은 확실하게 장악한 것 같고. 그걸 믿고 지금 그러는 것 같은데.
◇ 정관용>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로 봐서는 도저히 짜놓은 시나리오나 각본으로 검찰수사를 마무리해서는.
◆ 김태형> 그래선 안 되는 거죠.
◇ 정관용> 도저히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검찰에 들어가서 그걸 느끼게 될 거 아닙니까?
◆ 김태형> 그런 정도의 판단능력이 있기를 바라죠. 과연 그럴까. 거기서 만약에 아니다 싶을 때 그 사람들이 어떻게 붕괴될지는 모르죠.
◇ 정관용> 거기에 검찰 내에서 붕괴된다는 건 어떻게 된다는 거예요? 결국은 있는 대로 다 털어놓는다?
◆ 김태형> 털어놓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다 내려놓고 안 되는구나 싶어서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다거나 무기력감에 빠진다거나.
◇ 정관용> 무기력으로 아무 말도 안 할 수도 있다.
◆ 김태형> 그럴 수도 있죠.
◇ 정관용> 그리고 지난번 인터뷰나 이런 데서도 18년 동안 은둔생활 하던 박근혜 대통령을 정계에 돌아오게 한 세력들이 범죄를 저지른 거다, 라는 주장을 하셨는데 이걸 범죄라고까지 표현하신 이유는 뭡니까?
◆ 김태형> 저는 왜냐하면 국민들한테 정말로 대통령을 우리가 추천할 때는 믿고 따르는 지도자를 추천해야 되는 것이고 그다음에 그 대통령이 국민들한테 미치는 영향 같은 걸 우리가 예측하고서 추천하는 겁니다. 그런데 심리학적으로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을 일단 수행하려는 의지 자체가 별로 없는 사람이었고 야망도 없던 사람이고. 그다음에 능력이 안 됩니다. 심리학적 측면에서도 안 되고. 일반 사회적인 기준에서 봐도 저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자꾸 하라고 해서 한다?
◆ 김태형> 깜냥이 안 되는 거죠. 그걸 알았다는 거죠, 이 사람들이. 알았다면 국가를 위해서는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되는 건데 자기들의 사욕을 위해서. 소위 섭정정치가 가능하다고 믿었을 테니까 시켰다는 건데 이건 완전한 범죄 아니겠습니까? 국민을 상대로 한.
◇ 정관용> 그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상황이라고 하는 걸 알고 일부러 그걸 노리고 섭정으로 하려고 이용한 거다. 그렇게 보신다?
◆ 김태형> 처음에는 아마 김기춘을 중심으로 한 수구 보수 세력과 최순실 일당이 아마 연합을 했을 겁니다, 대통령 세우기 쪽에.
◇ 정관용> 글쎄요, 그건 아직 확인된 바는 없으니다만.
◆ 김태형> 네. 추측인데. 그러다가 내부분열로 조금씩 변하는 건데 그게 최순실 쪽으로 넘어가면서 심각한 국정농단이 진행이 된 측면이 있다고 보는데. 어쨌든 주변에서 그 당시의 상황을 보면 사실 10년의 민주정부가 이제 한국사회에 섰던 거 아닙니까? 오랜 세월을 거치고. 그리고 그 민주정부가 잘못한 게 많다 쳐도 더 나은 정부가 나왔어야지 옛날 유신시대로 돌아가서는 되는 건 아니었다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걸 돌리려고 했던 사람들이라고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정관용> 그리고 무엇보다도 뻔히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도 했다는 게 중요한 거다.
◆ 김태형> 그러면 자기들이 이길 수는 없었던 거죠, 그 시절에. 왜, 이명박 대통령이 너무 인기가 떨어졌고 정치를 못 해서 국민들이 야, 안 되겠다, 저 사람도. 이렇게 해서 민심이 돌아섰던 시점이거든요. 그러니까 누구를 내세워도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유신시대의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또 노인세대와 심리적으로 애착관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노인 세대가 어린 박근혜를 봤던 세대고 어머니를 잃은 장면, 아버지 잃은 장면을 봤어요. 그래서 심리적으로 굉장히 유착이 있습니다.
◇ 정관용> 불쌍해 하는 그런 마음이 있죠.
◆ 김태형> 그렇죠. 그걸 이성적으로 떼낼 수가 없습니다, 한 번 형성이 되면. 노인세대는 기본적으로 박근혜에 대해서 표를 줄 가능성이 높았던 거 아닙니까?
◇ 정관용> 그런 걸 이용했다, 이거죠.
◆ 김태형> 그렇죠. 그걸 노리고 자격이 없는 사람을 밀었다는 것이죠.
◇ 정관용> 박근혜 심리분석, 최순실 심리분석 이것까지 했는데 지금 정작 우리 국민들이 집단적 허탈감에 빠져 있습니다. 이것도 지금 어떻게 치료를 해야 되지 않아요?
◆ 김태형> 그렇죠.
◇ 정관용>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 김태형> 결국 이 사태를 진정시키고 재발이 되지 않는 상황으로 만들었을 때 되는 건데 저는 세월호 때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세월호도 사건이 벌어졌을 때 국민들이 느낀 게 그런 거죠.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본 처참한 느낌. 우리가 그래도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믿었는데 너무 한국 사회가 형편없지 않았습니까? 그때 우리 국민들이 느꼈던 어떤 자기모멸감, 이런 수치감 같은 게 있었어요.
이걸 우리가 그 당시에 진상규명을 잘 했다면. 진상규명을 명명백백하게 다 하고 그다음에 재발방지를 위해서 시스템 개조를 했다면 이런 일은 또 안 터졌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때 지금 몇 년인데 해결이 안 됐잖아요, 전혀.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상규명 명확하게 돼야 되고. 즉, 박근혜 대통령은 일단 내려오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고.
나머지 이 일을 뒤에서 만들어낸 대협조한 사람들. 요즘 부역자라는 말도 쓰시는데요. 그 부역자 말고 주동자도 있을 거 아니에요, 기획한 사람들. 다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짓을 못하게, 국가를 완전히 지금 망조를 들게 만들었으니까. 그걸 하고 시스템 개혁하고.
◇ 정관용> 그래야만 국민들이 치유될 수 있다.
◆ 김태형> 그렇죠. 그렇지 않고서는 국민들은 완전히 허탈해지고 무력해지고. 안 그래도 지금 젊은 세대는 이민 갈 수 있는 조건만 되면 가겠다고 대답한 사람이 8~90%입니다. 이 나라가 지탱이 되겠습니까?
◇ 정관용> 그런데도 그게 정말 국민들 마음에 시원하게 마무리가 안 되면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 김태형> 안 되면.
◇ 정관용> 집단적인 어떤 트라우마가 나오나요?
◆ 김태형> 극단적인 어떤 한국 사회에 대한 혐오감. 그다음에 살기 싫다는 느낌, 무력감. 그다음에 아무것도 믿기 싫다는 정치적 불신감 등 한국 사회가 활력을 잃어버리겠죠. 어떻게 보면 나라가 여기서 망하는 거죠. 아이는 더 안 낳을 것이고.
◇ 정관용> 혹시 이럴 때 내년 대선에서는 우리 똘똘 뭉쳐서 어쨌든 정권부터 바꿔놓고 봐야 돼, 이런 식으로 다른 힘이 생길 가능성은 없어요?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김태형> 지금 그렇게 형성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대로 망할 수는 없다란 느낌이 이제 국민들을 다시 투쟁의 현장으로 부르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걸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느냐. 지도력이 있느냐 하는 문제죠. 그다음에 또 이 사태를 덮고 계속 이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세력들이 있을 테니까 그걸 깰 수 있는 이쪽의 힘이 있느냐의 문제인데. 국민들은 언제든지 지금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마음의 준비라든가 여러 가지를 봤을 때. 그런데 이것을 하나의 힘으로 몰아줄 수 있는 정치 지도자 또 정치 조직, 이런 사람들이 필요한 거죠, 지금. 절실히.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 역량을 과연 누가 보여주느냐 거기에 또 달려 있겠군요.
◆ 김태형> 그렇습니다. 그 사람이 아마 차기 대권주자가 되지 않겠습니까?
◇ 정관용>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김태형> 감사합니다.
◇ 정관용> 심리연구소 ‘함께’의 김태형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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