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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폐족'의 길 걷나…이정현 사퇴 요구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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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박폐족'의 길 걷나…이정현 사퇴 요구에 속수무책

    ‘당권 수성’ 운명 걸려…부활한 친노, 해체된 친이 중 어느 길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이 새누리당 친박계를 해체 수순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바람 앞의 등불인 박근혜 대통령과 운명공동체로 묶였다.

    친박이 이념 정파라기보다 박 대통령의 개인기에 의존한 계파라는 점에서 구심점의 상실은 대거 ‘탈박(脫朴)’ 현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차기주자로 밀어왔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동반 퇴조 조짐을 보이면서 미래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 이정현 필사의 버티기…“당권 뺏기면 朴 대통령 위험”

    당내 친박의 공식적인 몰락 기점은 이정현 대표의 실각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일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잠룡 5인의 퇴진 요구에도 꿈쩍을 않고 있다.

    이 대표 측근 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혈혈단신으로 버티고 있는데, 우리가 무책임하게 물러설 수는 없다”며 당직 고수의 불가피성을 설파했다. 박 대통령이 수족인 ‘3인방’ 등 측근을 청와대에서 내보낸 상황에서 당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란 얘기다.

    친박은 당권을 내놓으라는 요구에 맞서 당정청의 동반 붕괴는 나라 전체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반박 논리를 펴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의 하야(下野)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헌법 규정에 따라 하야 이후 60일 이내 대선을 치르게 될 경우 국가적 혼란이 찾아온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당의 거국내각 제안에 ‘대통령 탈당’ 요구로 맞대응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 하야 후 60일 뒤면 대통령될 자신이 있어서 이러는 거냐”며 따졌다.

    이 대표가 당권 접수 3개월이 안 돼 퇴출 위기에 몰렸지만, 친박 의원들은 역풍 기류가 거세 공개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다. 좌장 격인 최경환, 맏형 서청원 의원 등이 비공개 회동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이 대표 사퇴’ 연판장에 서명하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수세에 몰린 친박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당초 1일 예정됐다가 2일로 연기됐던 의총도 정진석 원내대표가 건강이 좋지 않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또 다시 미뤄졌다. 한 친박 중진 의원은 “50명이 서명했다는 연판장은 과장이다. 실제 40명도 채 안 될 것”이라며 “연판장 뒤에 김무성 전 대표가 있는 등 정치적 의도가 불순하다"고 깎아내렸다.

    ◇ 반기문 무너지면 해체된 친이(親李) 전례 따를 듯

    반기문 UN 사무총장. (사진공동취재단)

     

    원내에서 아직 수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점이 버티기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4‧13 공천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었던 결과 당내 친박 의원은 70~80명(전체 129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국민적 비호감의 대상이 되면서 지지율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고, 차기 총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국회의의원의 직업적 특성상 탈박(脫朴‧친박에서 탈출)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 퇴진을 촉구하는 연판장에 찬성 의사를 표명한 인사 중 이학재 의원의 경우 한때 박 대통령의 당 대표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원박(元朴‧원조친박) 인사고, 비례대표 의원 중 상당수가 친박의 공천을 받았다.

    미래권력으로 기획됐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인기가 박 대통령과 동반 하락하는 현상도 친박의 해체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2012년 대선 직전 박 대통령에 밀려 옛 친이(親李‧친이명박)계가 명맥을 잃고 비박계로 해체됐듯이, 친박 역시 차기주자를 내지 못할 경우 자연스런 해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05년 제1야당의 주류로 시작해 이명박 정부 시절 '여당 내 야당'을 거쳐 박근혜 정부 들어 명실상부한 주류가 된 지 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친노가 한때 폐족으로 불렸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부활한 것과 달리, 박 대통령의 정치 생명은 이제 다한 것으로 보여 친박이란 말 자체가 더는 성립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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