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오는 15~16일 이전에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13일 "박 대통령을 늦어도 이번 주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대면조사가 원칙"이라며, 이날 청와대에 이런 일정을 전달해 조사 주체와 장소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박 대통령을 오는 15~16일쯤 제3의 장소에서 방문 조사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일단 참고인 신분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말할 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검찰은 박 대통령 조사를 앞두고 주말 사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박 대통령과 지난해 독대한 재벌 총수들을 잇달아 비공개 소환조사하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SK수펙스 김창근 의장을 전날 불러 조사했고,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한진 조양호 회장이 이날 소환됐다.
LG 구본무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CJ 손경식 회장도 검찰 조사 대상으로 지목된다.
특수본 측은 "지금 시간이 없다. (재벌 총수들을) 조사하지 않고는 박 대통령 조사 일정이 나올 수 없어 한꺼번에 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 조사에 속도를 낸 배경에는 비선실세 최순실 씨를 재판에 넘기기 전 박 대통령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구속된 '비선실세' 최순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최 씨는 오는 20일 구속만기일을 앞두고 18~19일쯤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모 관계에서 박 대통령은 사실상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의 '역할'이 최 씨의 공소장에 담겨야하는 것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과 40년 인연인 민간인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관계를 '승계적 공동정범'이라고 이미 규정했다.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안 전 수석은 최 씨를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검찰이 둘을 공범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이유에는 그 사이 박 대통령이 낀 단서를 확보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승계적'이라는 단어에는 처음부터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범행을 모의한 게 아니라 한 명이 다른 사람의 범행 중간에 끼어든 뒤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과정에 두 사람의 사전 상의가 없었다면, 그 연결고리로는 박 대통령이 의심되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재단 문제를 상의한 뒤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모금을 지시했는지 등 최 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역할'이 명확하게 규정될 이유가 있다.
안 전 수석은 그동안 검찰에서 재단 기금 모금과 관련해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수시 보고를 했다"는 진술을 했다.
박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재단 모금을 앞둔 지난해 독대를 한 사실도 안 전 수석이 제출한 업무일지를 통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