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14일 열린 삼성전자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임원으로 책임경영의 첫발을 디딘 이재용 부회장이 참석한 두번째 이사회였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13일 오후 검찰에 소환돼 12시간 가까이 조사 받고 돌아와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채 이사회에 참석해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의 지분 100%를 80억 달러, 우리돈 약 9조 3,600억원에 인수하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블루투스 스피커로 우리 귀에 익숙한 하만카돈을 가진 세계 최고의 카 오디오 기업이지만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와 텔레매틱스(Telematics), 보안, OTA(Over The Air;무선통신을 이용한 SW 업그레이드) 솔루션 등의 전장사업 분야 글로벌 선두 기업이다.
매출은 70억 달러, 우리돈 약 8조 2천억원 정도이고 영업이익은 7억달러, 약 8천200억원 정도인 하만은 매출의 65%가 전장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차량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은 연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240억 달러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어 당분간 먹거리 걱정도 없는 회사다.
이런 하만이 강점을 가진 전장사업 시장은 지난해 450억달러 규모에서 오는 2025년 약 1,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삼성전자로서는 한 분기 영업이익 전체보다도 많은 금액을 한꺼번에 쏟아 넣을 정도로 기대감이 큰 시장이기도 하다.
사실 지난해말 이재용 부회장의 주도로 삼성전자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할때 부터 삼성이 전장사업을 M&A할 것이라는 전망은 강하게 제기돼 왔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사외이사로 경영에 관여하고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부품계열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돼 왔지만 첫번째 베팅은 '하만'으로 드러났다.
우리에게는 스피커로 유명한 하만이지만 실제 매출의 65%가 자동차 전장부품에서 나오고 있고 차량내에서의 인터넷 활용인 커넥티드카 기술과 스마트폰 등을 연결하는 기술 역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지난달 6일 인수한 '비브랩스'와 연계될 경우 미래형 자동차에서 말을 통한 자량운행과 인포테인먼트를 연결할 수 도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예를들어 자율주행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차량 소유주가 목적지를 벡스코로 가자고 말로 하면 커넥티드 카 기술로 연결돼 내비게이션을 설정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 운행중에 밝고 경쾌한 음악을 듣고 싶다고 하면 차량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적절한 음악을 검색하고 검색된 음악을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완성차를 만들지 않더라도 미래형 자동차가 제공할 수 있는 편의수단의 상당부분을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 다른 이재용의 삼성체제에서 새로운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예상되는 '자동차 전장'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