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새누리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3선) 의원이 22일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한 데 따른 당내 여진이 확대되고 있다.
5선 국회의원 경력의 남 지사는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 물망에 올라있고 김 의원은 소장파의 대표주자 가운데 한 명이다.
당내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최순실 사태로 황폐해진 당내 분위기는 더욱 침체됐다. 이들이 퇴진 요구를 했던 이정현 대표도 "당 대표로서 정말 오늘은 슬픈 날"이라고 했다.
남 지사는 이날 탈당의 변을 통해 "이게 나라냐"고 외친 촛불민심을 반영하듯 국가다운 국가와 정당다운 정당을 강조했다.
그는 "헌법의 가치를 파괴하고 실정법을 위반해가며 사익을 탐하는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최고의 권위를 위임 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그런 대통령이라면, 국민은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한을 되찾아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나란히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김 의원도 "벌인 죄도 기가 막히건만 시치미를 떼고 도리어 역정을 내는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에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면서 "파렴치의 극치"라고 개탄했다.
이들의 선도 탈당으로 당내 비주류 중심의 연쇄 탈당 가능성이 주목된다.
남 지사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상당히 많은 동료 의원님들이 고민하고 계신 걸로 확인했다"면서 "큰 시대의 흐름에 함께해 주실 것으로 저는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추가 탈당자가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명을 넘을 것이란 관측과 함께 구체적인 명단도 설(說)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도 "(당내 비주류 회의체인) 비상시국위원회도 언제까지 지도부가 (사퇴 결정을) 안 할 경우 우리도 중대결심을 한다는 선언이 있어야 국면이 바뀔 수 있다"면서 비주류 의원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김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성공 전략으로서 "가장 좋은 방법은 분당"이라고 말해 강경 친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으로부터의 이탈을 독려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비주류 핵심 중 한 명이자 여권 잠룡인 김무성 전 대표의 경우는 "그것은 지금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여지를 남겼다.
반면 또 다른 잠룡인 유승민 의원은 "저는 당에 남아서 당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탈당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처럼 당내 기류가 아직 정리되지 않고 추가 탈당 움직임도 뚜렷치 않지만 당 지도부가 내분 심화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기 전당대회만 고집하지 않고 비주류 측이 주장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도 논의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만약 비주류 측의 요구가 대폭 수용될 경우에는 추가 탈당의 명분도 그만큼 약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