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대선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는 왜 불출마를 선언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자료사진)
▶ 그 전에 지난 21일 방송에서 "검찰은 진짜 박 대통령을 버렸을까?"라는 주제로 방송을 했는데 지금 검찰이 수사하는 걸 보면 정말 버린 것 아닌가?= 검찰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겨냥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재요구했으며,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행적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21일 방송 내용을 다시 말씀드리면 "검찰의 수사태도는 지난 4년여에 비하면 엄청나게 변한 건 틀림없다. 현직 대통령을 '범죄 피의자로' 규정한 건 대단한 일이다. 그동안 의혹을 덮는데만 급급했지만 이번에는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들을 감추거나 덮지 않았다.
그리고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에 대한 공소장을 읽어보면 검찰이 대통령에 대해 일종의 파렴치범 비슷하게 범죄혐의를 나열하면서 주범으로 낙인을 찍었다. 그동의 그 검찰이 맞는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전현직 검찰고위관계자들의 말을 토대로 "뇌물수수나 제3자 뇌물죄가 아닌 직권남용이나 강요죄로는 처벌수위도 낮고 또 법정에서 무죄를 다투게 될 것"이라는 점과 "뇌물죄가 아니면 대기업들은 피해자가 되니까 처벌이 불가능해 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포장지는 엄청 화려하고 크지만 막상 포장을 풀어보니 알맹이는 별 개 없더라, 이 때문에 면죄부를 주려는 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20일 검찰의 수사발표와 지금까지 검찰수사에서 달라진 게 뭘까?
달라졌다면 검찰이 23일 국민연금공단 본부와 기금운영본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는 것과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이 사표를 냈다는것 아닌가?
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그래도 수사 강도가 점점 높아 지는 것 아닌가?= 23일 저녁에는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했는데 언론들은 '우병우 전 수석 겨냥', 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이라면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를 한다면서 그동안 검찰이 뭘 했나? 민정수석실 컴퓨터를 확보했나? 아니면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압수했나?
우 전 수석이 10월 30일 경질되고 11월 6일 소환조사를 했지만 이른바 '황제소환조사' 논란에 휩쌓인 뒤 20여일 만에 겨우 한다는 게 민정수석실도 아니고 별도 사무실이 있는 민정수석실 산하의 특별감찰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일 따름이다.
(사진=민주당 조응천 의원 페이스북 캡처)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페이스북에 "검찰이 수사 초기에 우병우의 휴대전화와 PC만 확보하였더라면 이렇게 부산을 떨 필요가 없었을텐데"라면서 "지금이라도 청와대 비서동에 있는 민정수석실을 압수수색하면 훨씬 중요한 자료를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텐데 역시 검찰에게 청와대 경내 비서동은 넘사벽인가 본다"는 글을 올렸다.
검찰이 특별수사본부 아래에 별도의 우 전 수석 관련 수사팀을 꾸려서 수사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우 전 수석을 버렸다'는 얘기가 들리긴 하지만 언제 다시 소환한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우 전 수석은 '화병에 걸렸다'거나 '체중이 5~10kg 정도 빠졌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7시간의 의혹에 대해 유언비어라며 명예훼손 수사에 앞장섰던 검찰이 이제서야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을 따름이다.
또 뇌물수수 또는 제3자 뇌물죄 적용을 위해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등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지만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사진=자료사진)
▶ 검찰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큰 기대를 할 게 없다는 거냐?= 그렇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확산되면서 아쉬운 대목은 도대체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실, 검찰, 경찰, 국정원 등 정부의 사정, 정보기관들은 무얼했나? 하는 것이다.
국가기관들이 모조리 잠을 자고 있었던 게 아니라면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검찰이 뒤늦게 그것도 마지못해서 수사를 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이게 국정조사와 특검을 앞두고 보여주기식 수사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낱낱히 밝히기 위해 제대로 수사하는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한 법조계 중견인사는 "검찰이 특검수사 이전에 여기저기를 들쑤셔서 오히려 잔잔한 호수에 흙탕물을 일으켜 방해를 하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순실씨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을 때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했다. 검찰 안팎에 수사를 아는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그건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그랬던 검찰이 수사인력을 조금씩 확충하면서 버티다가 언론의 계속되는 문제 제기와 100만 촛불민심에 떠밀려 도저히 빠져나갈 곳이 없게되니까 특별수사본부로 확대해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이 특검에 넘기기전까지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봐야 한다. 나름 열심히 하는 듯하니 사기를 꺾을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얼굴에 화장을 조금했다고 과하게 칭찬 할 일도 아닐 것이다.
가장 핵심은 검찰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뭔가 수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국민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검찰조직을 위해서라는 점이다. 검사출신의 한 중견법조인은 "검찰의 속성은 조직보호가 최우선"이라면서 "국가와 검찰조직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검찰은 조직의 이익을 우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특검이 출범하면 검찰도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이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규정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정윤회 십상시 문건' 수사때 검찰이 직무를 유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가능한 것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지금의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는데 그 '도리'라는 게 대통령을 범죄피의자로 규정했기 때문일가? 아니면 국민에 대한 도리였을까? 국민에 대한 도리라는 걸 생각했다면 진경준 검사장 사건이 일어났을 때, 아니면 서울 남부지검의 젊은 검사가 사망했을 때 그도 아니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을 때 사직서를 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최재경 전 민정수석 (사진=자료사진)
▶ 최재경 전 민정수석은 임명장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직서를 냈는데?= 최 수석과 가까운 검찰관계자들은 "저럴 줄 몰랐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나오기로 한 건 다행"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최 수석을 따르는 후배검사들이 빨리 나오라는 얘기도 많이 했다고 한다. 최 수석은 "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는데 저도 공직자 도리상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며 "대통령 임명을 받은 사람으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의를 표명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수석은 "남들은 청와대가 불타는 수레라고, 빨리 나오라고 하지만 그런 이유로 사의를 밝힌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취임 초기 "들어와서 보니 청와대 내부 상황이 이 지경일 줄은 몰랐다"며 지인들에게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 제의를 받은 시기가 9월말 10월초순으로 알려졌는데 그 때와 지금의 상황은 엄청나게 달라지긴 했지만 최 수석으로서는 난파선에서 도피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렵게 됐다. 민정수석 임명장을 받은지 4일만에 사표를 썼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특검이 출범하기 전까지 검찰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보기로 하고...(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김무성 전 대표는 왜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했나?= 김 전 대표가 밝힌 이유는 세 가지 정도다.
첫 번째는 지금의 사태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는 명분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 출범에 일익을 담당한 사람으로 새누리당의 직전 당 대표로서 지금의 국가적 혼란 사태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라면서 "정치는 책임질 때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저부터 책임지고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김 대표가 내려 놓은 건 아무것도 없다. 스스로 대선후보였는지는 모르지만 대선후보 지지율이 2%안팍에 불과했다. 그리고 대선출마를 선언한 적이 없다.
두 번째는 새누리당의 해체를 막기 위해서다. 김 전 대표는 비박 모임을 주도하면서 탈당을 언급해왔다. 그렇지만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의 탈당에 아무런 힘을 보태지 않았다. 그러면서 친박핵심인 최경환 의원을 만나 6인 중진협의체 구성과 비대위 체제로 간다는 데 합의했다. 일종의 뒷거래를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하태경 의원이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 대표는 '저부터 책임지고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내려 놓은 건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해체위기의 새누리당 전면에 나서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세 번째는 박 대통령의 탄핵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김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배신했다. 우리 새누리당도 배신했다. 헌법을 심대하게 위반했다.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은 탄핵을 받아야 한다"면서 "우리 새누리당내에서 탄핵 발의를 앞장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탄핵안은 저 개인 뿐만 아니라 비상시국회의에서 발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의 불출마선언이 진정성이 있는 거라면 조건없이 야당이 추진하는 탄핵에 동조하면서 탈당을 하거나 새누리당 해체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김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면서 "야당이 탄핵에 대해 갖가지 잔머리를 굴리며 주저한다"고 야당의 탄핵추진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이 해온 형태와 전혀 달라진 게 별로 없는 것이다.
지난번 '탄핵의 덫'에 대해서 방송하면서 '면피의 덫'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이 분노하는 '헌정유린', '헌정파괴'의 몸통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서면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달랐던 것처럼 포장하려는 것 아닐까?
네 번째 김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 이유는 개헌에 방점이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끝으로 다시는 국민들에게 이런 괴로움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 그 문제의 해결은 개헌이라 생각한다. 개헌도 동시에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추구하는 개헌은 내각제를 기반으로 하는 이원집정부제다. 따라서 당권을 장악해서 내각수반을 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김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의 행간을 읽어야 하는데 "저는 오늘 제 정치 인생의 마지막 꿈이었던 대선 출마의 꿈을 접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대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정계를 은퇴한다거나 내각수반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아니다.
김무성 대표가 한 때는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였지만 지금은 대선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 그렇지만 탄핵을 주도하면서 당권을 잡고 그걸 기반으로 개헌을 주도해서 성사될 경우 정치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내각제가 될 경우 내각수반이 되는 것도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김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백척간두진일보, 십방세계현전신(百尺竿頭進一步, 十方世界現全身)'이라는 글귀를 인용했는데 '까마득한 절벽 끝에 서서 한 걸음 내디디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게 대선불출마 선언이 오히려 새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