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TV 등에 비친 결혼이주여성의 모습을 보면 미디어 종사자들이 여전히 인종적 편견과 성차별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혜실 인권단체 터네트워크 대표는 건국대 아시아·디아스포라연구소가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로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국제회의장에서 '다문화 수도 서울의 어젠다 확산과 환류'를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젠더와 인종주의-결혼이민자 여성을 중심으로'란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정 대표는 KBS '러브 인 아시아', MBC '다문화 희망 프로젝트', EBS '다문화 고부 열전' 등을 예로 든 뒤 "가난한 나라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을 어떻게 돕고 있는지 보여주며 이들을 동정적 시선에 가두는 프레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문들도 중병을 앓는 시부모를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외국 출신 며느리의 이야기 등을 대표적인 미담 사례로 소개한다"면서 "양성평등의식 제고에 따라 양가 부모에게 똑같이 효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가부장적 질서만 내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결혼이민자 여성들이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존재로서 획일화된 이미지 안에 가둬두지 않으려는 사고가 필요하며, 국가별 위계나 피부색에 따른 편견 속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인식을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정체성과 소통 전략'이란 제목으로 기조강연에 나선 김성민 건국대 교수는 "재중 조선족, 재러 고려인, 재일 조선인 등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고유한 역사·존재론적 특성과 정체성을 이해해야만 한반도 거주 코리안과 해외 거주 코리안 디아스포라 간의 민족적 합력이 가능하다"면서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 가치체계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생활 문화적·정서적 통합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북 제재와 탈북자의 분열적 마음'이란 발제문에서 "탈북자들은 북한에 대한 반대 주장을 펼치면서도 감정적 연대감을 표시하는가 하면,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독재 체제가 하루빨리 무너지기를 바라다가도 북한에 남겨진 가족이나 친지의 안위를 걱정하는 등 분열적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팔 출신 문화활동가 라마다와 파상 씨는 이주민으로 살아가며 겪은 이야기를 소개하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자신을 위하는 것"이라고 조언했으며, 김윤태 세계다문화박물관장은 "다문화를 소개하고 교육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방식으로 다문화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앞서 개회사에 나선 신인섭 아시아·디아스포라연구소장은 "서울시는 전 세계인이 이동·이주하는 문화 다양성이 집약된 대도시인 만큼 서울시의 미래 비전에 다문화 상상력이 매우 중요한 발전 요소"라고 힘주어 말했고, 민상기 건국대 총장은 축사를 통해 "다문화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핵심 키워드 중의 하나이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소통의 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