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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 '축산물 가격'…정부 유통구조 개선, 효과는 '글쎄'

경제정책

    배보다 배꼽 '축산물 가격'…정부 유통구조 개선, 효과는 '글쎄'

    대형 패커 육성, 현지 소비 유도…수입 축산물 가격, 물량 관리

    국내산 돼지 삼겹살과 외국산 삼겹살의 국내 유통비용 비율. (그래프=농림축산식품부 측 제공)

     

    국내에서 유통되는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소비자 가격 가운데 40% 정도는 유통비용이다. 농민과 소비자는 피해를 보고 중간 유통상인들만 배를 부릴는 구조다.

    오죽하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한우고기 도매가격은 10%나 하락했는데 소비자 가격은 오히려 1% 가까이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시작 단계부터 칼날이 무뎌져서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축산물 유통구조 2~3단계로 축소…중간도매상이 큰 손인데?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1월 중순 기준 산지 한우 도매가격은 1㎏에 평균 1만6959원으로 김영란법 시행 이전인 지난 9월 중순 1만8875원에 비해 10.2%나 하락했다.

    그런데, 한우 등심(1등급) 소비자가격은 1㎏에 8만460원으로 오히려 김영란법 시행 이전 보다 0.9% 상승했다. 중간에서 유통상인들만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30일 발표한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통해 유통단계를 현재 4~6단계에서 2~3단계로 줄여 산지와 소비지의 가격이 연동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산지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지가격도 떨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협이 운영하는 정육식당을 400개에서 오는 2020년까지 600개로 늘리고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의 축산물 판매장 2000여 개를 직영화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이버거래소의 축산물 거래규모를 지난해 7730억 원에서 오는 2020년까지 1조800억 원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축산물 생산부터 도축, 가공, 판매에 이르기까지 일괄 처리하는 대형 패커를 현재 농협 중심에서 민간으로까지 확대 지원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2020년까지 품목조합 2~3개와 전국의 거점도축장 15곳을 민간 패커로 육성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소고기 소매가격의 41.5%, 돼지고기 소매가격의 42%가 중간 유통비용으로 처리되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번 조치가 축산물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예컨대, 국내 최대 패커인 농협 음성축산물공판장의 경우 도축 물량의 70% 이상을 중간도매상이 매입해 가공, 포장 단계를 거쳐 전국의 정육점과 음식점, 집단급식소 등으로 공급한다.

    문제는 축산물 중간도매상이 대부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보니, 음성공판장에서 수도권 지역의 공장으로 운반한 뒤 다시 전국 지방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이에 대해 축산물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정선기 대표는 "정부가 전국에 대형 패커를 확대 설치하고 aT 사이버거래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은 수도권 중심의 중간도매 유통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유통비용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축산물 가격 기준 개선…수입업자 '가격 짬짬이' 어떻게 통제하나?

    농식품부는 이번에 축산물 유통단계 축소 뿐만 아니라 국내산 축산물의 등급 기준과 수입육 관리 방안 등을 함께 발표했다.

    먼저, 축산물 등급판정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소고기의 경우 정육(뼈가 없는 순 살코기)량 예측치를 제공해, 출하 농민들이 사육 과정에서 지방량은 줄이고 순살코기 생산량은 늘리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소고기 마블링 위주의 육질등급 제도도 개선할 방침이다.

    또한, 돼지고기 등급제도는 선진국과 같이 품질향상 유도를 위해 기계판정제를 2017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계란과 닭고기, 오리고기 등 가금산물 등급판정은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자체 품질평가제도로 전환할 계획이다.

    특히,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축산물 가격을 현재 지육(뼈가 붙어있는 상태) 경매가격에서 앞으로는 산지와 도매, 소매 유형별, 부위별 가격으로 세분화해서 소비자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이밖에, FTA 체결 이후 급증하고 있는 외국산 수입육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수입육의 경우 국내 도입가격과 소매가격의 차이인 유통비용률이 국내산 축산물 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그동안 유통물량과 가격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축산물 유통가격 개선 방안도 시장에서 직접 적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선기 대표는 "소비자들은 마블링이 들어간 소고기를 좋아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등급평가 기준을 바꾼다고 해서 축산농가들이 마블링 소의 사육을 줄인다는 보장이 없다"며 "수입 축산물의 경우도 수입업자들이 매점매석을 통해 가격을 조절하는 상황에서 유통물량과 판매가격을 제대로 신고할 지 의심이 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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