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중국발 개헌 '깜짝' 발언을 비판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왼쪽)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청와대 비서관이 수석비서관까지 움직여 집권여당 대표를 비판하는 데 앞장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10월16일 중국을 방문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정기국회 후 개헌 논의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며 갑작스레 개헌 카드를 꺼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의 임기 조정과 권한 분산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 논의는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어려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개헌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청와대는 작심한듯 김무성 전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고, 친박 의원들 역시 소속당 리더인 김 전 대표가 개인돌출 행동을 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김 전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 10일 전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논의 자체를 금기시 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청와대 반격이 만만찮자 하루만에 "개헌론 문제를 촉발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폭발력 있는 이슈라는 것을 간과한 실수로 대통령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김 전 대표의 거듭된 사과에도 청와대는 고위관계자를 내세워 "집권 여당 대표가 실수를 했다고 할 수 없다. 기자가 노트북을 들고 받아치는 상황인데 개헌을 언급한 것은 기사화를 염두해 두고 말한 것"이라며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급기야 김 전 대표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도대체 누구냐"며 수차례 사과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 대표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집권 여당 대표에 대해 그렇게 심하게 말하는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누구냐? 같은 의원으로서 모멸감을 느낀다"고 지원 사격에 나설 정도였다.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당시 김 전 대표에 날을 세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윤두현 홍보수석이었다.
하지만 윤 수석을 뒤에서 채근해 김무성 전 대표를 비판하도록 부추킨 내부 인사는 안봉근 당시 제2부속실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최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에 대해 반박하고 기사화할 필요가 있다고 계속 주장한 사람이 안봉근이었다"며 "부속실에서 자주 내려와 윤 수석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 "김기춘 비서실장이 내려와 이야기했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일개 부속실장이 내려와 자신보다 상급자인 수석에게 지시 비슷하게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덧붙였다.
'정윤회 문건파동'으로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 안봉근 전 비서관은 제2부속실장이었다.
제2부속실은 원래 영부인을 보좌하는 조직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독신이어서 2013년 인수위 때 폐지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인수위는 "소외 계층을 살피는 민원 창구로 활용하겠다"며 제2부속실을 존속시켰다.
결국 소외 계층 민원 창구가 대통령 의중과 다른 발언을 한 집권여당 대표 비판에 앞장선 셈이다.
안 전 비서관은 '비선실세' 최순실(60)씨가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듯' 하는데 도움을 주고 청와대 주요 문건이 최씨에게 넘어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도 받았다.
또 정권출범 초기부터 경찰 고위직 승진 인사에도 깊숙이 개입해 '만사봉통'(모든 일은 안봉근으로 통한다)으로 불릴 정도였다.(17일자 CBS노컷뉴스 '[단독] "안봉근 연결해 드릴까요?"…경찰인사 주무른 문고리', 29일자 '[단독] 안봉근, 사회안전비서관 인사에 개입…뜻대로 안되자 보복')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29일 "대통령 조사와 적용 법률 검토, 김종 전 문체부 차관 혐의 입증 등 수사사항이 산적해 있지만 안봉근 전 비서관에 대한 최근 언론보도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해 필요하면 재소환할 뜻을 내비쳤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