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사거리에 횃불을 든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촛불집회에 232만 명의 촛불이 밝혀졌다. 지난 5차 집회 당시 195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 전국 232만 명…서울만 170만 명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사거리에 박근혜 대통령 모형을 든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집회를 주최한 1600여 개 시민단체연합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3일 집회에서 170만 명이 청와대 방면 행진에 나섰다고 추산했다. 28만 명이 역대 최대였던 경찰 추산 역시 32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다시금 넘어섰다.
퇴진행동 측은 "대통령 3차 대국민담화와 우왕좌왕 야권에 실망한 시민들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면서 "부산·광주·대구 등 지역에서도 62만 명 이상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날 본 집회를 마치고 오후 7시 20분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한 시민들 대다수가 경복궁역을 거쳐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자하문로)으로 행진했다.
행진 대열은 청와대 담장 100m 지점인 효자치안센터에서 남아있던 시민들과 합쳐졌다. 이들은 이날 오후 이곳에서 열린 1차집회 뒤에도 계속 남아있던 사람들이다.
법원은 2부 행진의 경우 청와대 200m 지점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허용했으나, 양쪽 시민들이 삽시간에 이어지면서 경찰은 100m 지점(효자치안센터 인근)을 차단하는 데 그쳤다.
이곳은 전날 법원이 오후 5시 30분까지만 집회·행진을 허용한 장소다. 오후 10시가 넘어서도 시민들이 행진·집회를 하는 건 사실상 불법인 셈이다.
하지만 이날 경찰은 시민들을 몰아내지 않았다. 오후 7시가 지나서부터는 확성기로 물러가라는 안내방송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된 시간이 지나 불법집회가 맞지만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시민들을 몰아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100m 앞부터 율곡로를 지나 광화문광장, 서쪽으로는 금호아시아나빌딩부터 동쪽으로는 종각역까지 촛불을 든 시민들로 가득 찼다.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선두에 나섰고 촛불에 이어 횃불군단도 등장했다. 곳곳에서는 방송차량 등을 이용한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주최 측의 안내에 따라 시청, 을지로, 탑골공원, 구세군회관, 안국 등으로 퍼져서 행진하던 사람들도 다시 자하문로 대열에 합류해 목소리를 보탰다.
오후 11시가 지나자 청운동과 효자동 인근에 있던 시민들 대다수는 경복궁역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찰은 258개 중대 2만여 명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서 폭력시위 등으로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없다.
◇ 세월호 유가족, 집회·행진 선두에 서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가 3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날 집회에선 세월호참사 미수습자 가족들이 나와 온전한 인양을 위해 관심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오후 6시 30분쯤 광화문광장 무대에 이날 전남 팽목항(진도항)에서 올라온 미수습자 가족 이금희(46·은화 엄마) 씨가 나왔다.
이 씨는 "이 자리에 촛불을 들고 계신 많은 분들이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를 위해 지금도 함께 해주시는 줄 믿고 감사드린다"면서 "그렇지만 세월호는 아직 바닷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엄마로서 은화를 보내줄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힘을 실어달라"면서 오열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본집회 이전에 있었던 1차행진(청와대둘러싸기)에서도 선두를 지켰다.
유가족 장훈(준형 아빠) 씨는 "그렇게 가까이 오고 싶던 곳인데 이제야 가까이라도 왔다"며 "이곳에서는 청와대가 잘 보이지 않는데 다음 주는 분수대까지도 갈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1차 행진은 동쪽으로는 삼청로를, 남쪽으로는 자하문로를, 서쪽으로는 효자로를 지나 청와대를 에워싸는 대형으로 청와대 100m 앞까지 이어졌다. 지난 주말 행진보다 청와대를 향해 100m 더 당겨졌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6시 서울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본 집회에 합류했다.
◇ 전국 촛불도 최대치 경신 이어져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이 허용된 3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 운집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전국 각지에서도 수십만의 시민들이 촛불민심을 밝혔다.
이날 세 번째 촛불집회가 열린 강원도 춘천은 오후 8시 기준 2만 명의 인파가 도심 행진을 했다.
이는 도시 인구의 10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로 5년 전 평창 올림픽 유치 때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고 망언을 한 지역구 의원인 김진태 의원(새누리당)에 대한 반발도 크게 작용했다.
집회 장소도 중심가인 중앙로에서 김 의원의 춘천 사무실 앞으로 바꾸고 박 대통령 퇴진과 김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부산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백화점 앞 중앙도로에 주최 측 추산 20만 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이는 부산에서 주말 촛불집회가 진행된 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이다.
이날 오후 6시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촛불집회 또한 주최측 추산 15만여 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