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왜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아이는 발병 위험이 높을까?

책/학술

    왜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아이는 발병 위험이 높을까?

    신간 '박테리아: 위대한 생명의 조력자'

     

    <박테리아:위대한 생명의="" 조력자=""> 는 최근의 연구로 밝혀진 박테리아의 새로운 면모들을 소개하고 있다.

    인간의 장내 박테리아를 예로 들어보자. 숙주가 섭취한 음식물의 소화를 돕거나 병원균과 기생충으로부터 숙주를 보호하는 착한 박테리아가 있는 반면, 독소를 분비하여 염증, 질환, 우울증 등을 일으켜서 숙주가 자신이 원하는 음식물을 섭취하도록 유도하거나 비만을 조장하는 나쁜 박테리아도 있다.

    그렇다면 착한 박테리아와 나쁜 박테리아를 선택할 권한이 우리에게 있을까? 혹은 그저 운명에 자신을 맡길 수밖에 없는 걸까? 이에 대해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숙주에 따라 박테리아의 영향력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다양한 방식으로 착한 박테리아를 가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자연분만과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제왕절개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분만 방식에 따라 갓난아기가 얻을 수 있는 박테리아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연분만을 통해 태어난 아기는 엄마의 질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그곳에 사는 박테리아를 얻게 된다. 이 박테리아는 오랜 시간 인간과 공생해온 착한 박테리아로, 신진대사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면역체계를 갖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아이는 수술에 참여한 사람들의 피부로부터 낯선 박테리아를 얻게 된다. 이런 박테리아는 갓난아기의 면역체계에 나쁜 영향을 끼쳐 각종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최근의 연구 논문들은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사람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사람보다 알레르기, 천식, 제1형 당뇨병, 지방과다증, 만성 내장염, 글루텐 과민성 장질환을 앓을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과연 산모들이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스스로 분만 방식을 택했을까? 박테리아가 우리의 중요한 공생 파트너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자,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박테리아와 전쟁을 치러왔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항생제가 개발되고, 무분별하게 처방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박테리아를 박멸하기 위해 일상 곳곳에서 다양한 살균제와 소독제를 사용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늘날, 아이들은 과거라면 사망에 이르렀을 질병을 인슐린의 도움으로 극복합니다. 대신 아주 어린아이들도 당뇨병을 앓고 있죠.”

    저자는 최근에 생겨난 만성 질병들이 대부분 면역체계의 발달 장애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면역체계는 어떻게 구성되는 걸까? 바로 숙주와 숙주의 내장에 사는 미생물의 협업으로 완성된다!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 우리의 내장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는데, 장기적으로는 장 안에 있는 박테리아 종의 구성이 변한다. 이 과정에서 비주류였던 박테리아 종이 주류가 되기도 하는데, 만약 이 박테리아가 나쁜 박테리아일 경우, 우리는 또다시 이를 물리칠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을 멈추라고 경고한다.

    게다가 바뀐 우리의 식습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여러 번의 가공을 거친 서구의 고열량/고당분 식품을 섭취할 경우,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하면서 다양한 영양분을 소화하던 착한 박테리아는 줄어들고, 대신 고열량/고당분 음식을 선호하는 박테리아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 결과 비만과 지방과다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박테리아의 중요성을 알게 된 과학자들은 이제 다른 관점으로 이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의 인체가 마치 자연의 생태계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근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박테리아의 면모는 실로 놀랍다. 과학자들은 카리브 해에 사는 해양생물의 몸에서 발견한 물질로 에이즈 치료에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성 아지도티미딘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해면동물 내부에 사는 박테리아가 만든 것이었다.
    또한 모기의 세포 속에 침투해 사는 월바키아 박테리아가 뎅기열 바이러스의 전염성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브라질과 호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는 독성이 강하고 환경에 해로운 살충제나 유전공학적 방법과는 다른 해법으로, 생물학적 통제를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한 셈이다. 2016년에는 월바키아 박테리아가 지카바이러스의 수를 줄이고 전염력을 없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새로운 연료를 찾아내는 데도 박테리아가 해답을 줄 수 있다. 흰개미의 몸속에 사는 박테리아는 나무의 섬유소를 분해하여 에너지원으로 바꾸는데, 만약 이 물질의 정체를 알아낸다면 석유 보유량이 점점 고갈되어 가는 이 시대에, 나무 폐기물을 에너지 생산의 원재료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